이 세상은 역시 힘의 논리가 장악하는 양상입니다. 미국의 대선이 예상외로 싱겁게 트럼프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오늘 (2024년 11월 6일) 오전까지도 미국 민주당 해리스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는 언론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박사들의 판단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는 도박사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언론의 예측이 도박사들의 전망에 완패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오늘 오후 트럼프 후보는 대선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미국은 대선에서 패배한 측이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건네는 것으로 승자가 확정되는 것이 전통이었지만 트럼프 후보때부터 그런 전통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국 역사상 유래가 없었던 대혼란속에 미국 대선은 트럼프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예전 서부영화에 돌아온 장고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장고라는 총잡이가 자신에게 해를 끼쳤던 무리들에게 복수를 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트럼프는 그렇게 다시 돌아왔고 그의 복수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4년전 당시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한 뒤 트럼프는 4년 동안 정말 칼을 갈았습니다. 다시 돌아와 자신에게 모욕을 준 인물들에게 그 수모를 되갚아주려는 욕망으로 가득차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선거기간동안에도 그의 입은 살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워낙 입이 거친 그였지만 이번 선거기간동안에는 살벌한 언변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의 그런 막말이 이번 선거에 부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언론의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미국의 백인뿐 아니라 흑인과 히스패닉에서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4년전보다 훨씬 많이 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미국내 불법 이민자들의 문제와 경제사정, 마약 중독자들의 급증 그리고 얼마전 엄청난 피해를 남긴 허리케인 등으로 트럼프 후보는 선거인단 획득뿐 아니라 전국 지지율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트럼프의 귀환은 전세계 국가들의 움직임을 급하게 만들었습니다. 각국의 정상들은 축하메시지를 발빠르게 내놓았습니다. 이른바 트럼프 시즌 2에 대비한 외교적 행보에 급한 시동을 건 것입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추후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축전을 보냈습니다. 유럽연합 27개국 정상들은 현지시간 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모여 대미 메시지 조율을 시도합니다. 특히 러우전쟁과 관련해 미국 트럼프의 그동안의 행보를 잘 아는 나토국들이기에 트럼프 당선을 놓고 꽤 골치아픈 논의를 벌여야 할 듯합니다.
일본에서는 미일간 가능한 빨리 고위급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일본은 이미 오래전에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가 트럼프를 만나 모종의 밀약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모디 인도 총리도 인도와 미국의 포괄적인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을 재개하기를 고대한다는 축하인사를 건넸습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도 트럼프의 백악관 탈환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귀라고 추켜세웠습니다.
축전은 전달되지만 국제사회가 트럼프의 귀환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편하지 않습니다. 워낙 럭비공같은 트럼프인데다 4년동안 장외에서 세계 정상들의 행적을 낱낱이 파악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승리를 빼앗았다고 판단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 행적을 트럼프 당선자는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의 당선을 가장 빼아프게 생각하는 인물이 바로 우크라의 대통령인 젤렌스키일 것입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유세중 자신이 당선되면 러우전쟁을 조속히 마무리짓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아마도 트럼프 당선자는 벌써 러시아 푸틴과 어떤 방법으로라도 그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곤혹스럽다 못해 좌불안석 입장이 된 젤렌스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상적인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트럼프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깊은 우려속에 놓여 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는 벌써 트럼프식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당선자는 러우 전쟁의 현 상황에서 일단 휴전할 것을 제안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푸틴은 받아드릴 가능성이 높지만 우크라 젤렌스키는 결코 그렇지 못합니다. 아마도 전쟁을 계속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럴경우 트럼프 당선자는 우크라에 대한 지원을 대폭 축소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미국이 지원을 중단한다고 해도 나머지 나토국 입장에서는 결코 그럴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지원을 하되 미국의 지원 공백을 채워줄 여력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의 현재 국내상황도 결코 녹록치 않기 때문입니다. 우크라가 전쟁을 계속하게 만든 것은 나토국들의 훈수에 따른 것이기에 도의적인 책임에서 최소한의 지원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우크라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만 힘들게 됐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한국정부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습니다. 러우전쟁에 북한이 파병하면서 한국 정부는 이런 저런 방식으로 우크라를 도울 방안에 몰두했지만 미국의 리더가 바뀌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벌써 한국 정부의 행보에 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됩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 우크라군이 첫 교전을 벌였다는 우크라의 발표와 외신 보도를 두고 정부는 본격적인 전투는 시작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며칠전보다 신중해진 입장이 읽혀집니다.
중동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중동전쟁도 조기에 마무리지어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고 싶을 것입니다. 이미 이스라엘과는 모종의 협약이 있었을 것이고 이란 등과도 물밑 접촉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란도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벌일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측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 측에 대해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할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대해 아직 이렇다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다만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을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가 사업가적 기질이 있는 만큼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러우전쟁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러시아와 직접 협상할 경우 이른바 중국패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함께 등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내심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반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트럼프 당선자와 북미 정상회담으로 3번이나 만난 적이 있고 트럼프 후보가 유세중에 김정은의 언급을 자주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종전협정을 맺고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물론 북미의 입장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민주당 해리스 후보보다 훨씬 유연한 입장에서 외교적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계산법이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바이든 정부때 존재했던 한미일 동맹관계도 대폭 수정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권때 이룩한 한미일 동맹에 대해 상당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바이든때 만든 이런 저런 조치들도 원천적으로 무효화하려는 움직임이 벌써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군 방위비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바이든 정부때 이룩한 한미일 공조는 대폭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돌아온 트럼프가 과연 세계가 예상하는 그런 행보를 할 것인지 아니면 예상밖의 또 다른 돌출행위를 내놓을 지 세계는 초조함과 긴장속에 지켜보고 있습니다.
2024년 11월 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