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화장품으로 챕스를.. 그리고 가죽자켓을 닦았습니다... 깨끗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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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입니다..
퇴근 후 친구와 저녁을 먹고 집에 가니 아무도 없더군요...
아내는 외출중이고...
TV를 보다가... 문득 챕스와 가죽자켓 생각이 났습니다..
지난주 일기예보가 별로여서... 마음놓고 안면도에 갔다가...
비를 홈빡 맞고 돌아왔었습니다...
우중 라이딩은 처음이었지만.. 생각했던 것 만큼 어렵지는 않았었지요...
다만... 가죽자켓과 챕스가 물에 완존~히 젖었었습니다..
그늘에서 말리기는 했는데...
뻣뻣해지고.. 또 챕스에는 희끄무레한 얼룩이 많이 생겨서..
일주일 내내 신경이 쓰였었는데.. 아직 세탁을 못했고...
또 단벌신사가 덜컥 세탁소에 맡겼다가는..
토요일에 찾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 둔 상태였습니다.
배부르고 등 따시면 딴 생각이 난다더니...
난 어제 저녁 참으로 기특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가죽은 본래가 짐승의 껍질 아니겠습니까?
짐승 껍질을 달리 표현하면.. 피부...
사람도 짐승(?)의 일종이니... 사람의 피부나 짐승의 껍질이나 가죽이나....
다 똑같다는...(품질 면에서) 추론을 하게 되었고...
그런즉 사람의 피부에 좋으면 짐승의 껍질에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아내가 외출에서 돌아와 화장을 지울 때 쓰는 화장품이 생각났습니다.
그야말로 무릎을 탁 칠 만큼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입니다.
지체없이 아내의 화장대로 갔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화장품 통......
'클렌징 크림'이라고 쓰여진 화장품을 찾아냈습니다..
주도면밀하게 살펴보니...
"거칠어진 챕스를 깨끗하고 부드럽게..."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쓰여져 있더군요...
"바로 이거야 !"
아내의 화장대는... 비맞은 라이더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창고 였습니다...
필요한게 전부 거기에 있더군요...
비닐 포장도 안 뜯은 스폰지도 몇개 있고...(조금 작기는 했지만...)
가제 손수건도 몇장 있었습니다..
바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거실로 나와 바닥에 챕스와 가죽자켓을 펼쳐 놓고...
크림인지 로션인지.. 스폰지에 듬뿍 발라 문질렀습니다...
엄청난 효과가 있더군요...
"깨끗하고 부드럽게..." ...과장 광고가 아니었습니다..
챕스와 자켓의 희끄무레한 얼룩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그야말로... 늙은(그렇게 늙은 건 아닌데... 감정이 좀 섞였음!) 아내의 피부보다도
훨씬 부드럽고 윤기있게 변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내 애마를 세차하는 것 못지않게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좀 거시기 했던 것은...
크림을 너무 많이 발라서.. 너무 미끄럽고 번들거린다는 것.....
하지만.. 가제 손수건이 또 충분하니..
시간과 노동으로 해결될 문제였습니다...
땀나게 작업을 하여... (한시간도 더 걸린 것 같음..)
거의 마무리를 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마지막 손질을 하는 중에 ...
현관문 버튼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아내가 돌아왔습니다....
"어, 와 있었네... 근데... 이거 무슨 냄새야????"
이후 상황은 별로...
상세히 얘기하고 싶지 않군요...
그저...
별 말도 못하고... 눈만 꿈벅꿈벅.....
내 죄를 내가 아니까 말입니다..
1) 허락도 없이... 아내의 화장품과.....
분바르는 스폰지(아내는 '패드'라고 부르더군요..)와....
가제 손수건을 바닥낸 죄...
2) 그리고...
기름으로...(클렌징 크림의 주 성분이 기름인 것 같았습니다..)
나무판넬 거실 바닥을.... 엉망으로 만든 죄...
3) 그리고...
참고 있었지만....(아내의 표현에 의하면...)
지난 주 함께 친정에 안가고 비 맞으면서...
오도바이(아내의 표현에 의하면...) 탄 죄....
4)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할리를 타기 시작한 후 내가 범한 모든 죄와....
그 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
이 모든 죄에 대한 설교와 꾸지람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 후에는....
밤새 거실 바닥을 닦았습니다...
어제 나의 최악의 실수는...
거실 맨바닥에서 작업을 벌인 것이었습니다...
기름기가 나무에 배어... 얼룩이 안 닦입니다..
대패로 밀어버리고 싶었을 정도입니다...
아직도 얼룩이 남아 있습니다...
아마 또 닦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손해배상을 했습니다... 00만원...
어쨌든...난 내일...
허둥지둥 나가는 나를 쳐다볼
아내의 눈초리가 좀 걱정되기는 하지만....
반짝이는 자켓과 챕스를 입고...
라이딩할 준비가 완료됐습니다......
오늘 비는 오늘중으로 그칠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초보 라이더의 좌충우돌 실수담이었는데...
고수님들...
비맞은 챕스를 손질하는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시길....
아, 한가지 더....
제 손이 엄청나게 고와졌습니다....
첫댓글 ㅎㅎㅎ 잼나네요~ 윤기나는 가죽 외투로 즐거운 라이딩 하시길~~~
감사합니다...^^
그밖에알아내지못한죄.......ㅋㅋㅋ재밌는 글입니다...
근데...죄명도 모르면서... 그게 좀 억울하더군요...
ㅋㅋㅋ 비싼 경험 하셨군요?.저는 몇천원짜리 맛사지 크림을 사용합니다...데뷰?이던가..이놈으로 기름 먹여놓으면 부들부들해집니다..ㅋㅋ 투어간 비맞힌 상태에서는 만드시 물세차라도 해놓으세요..안그러면 나중에 엄청 고생합니다.
예~~ 물세차는 바로 해 놨었습니다... 저도 따로 크림을 사야겠다고 결심했었습니다..
옛날에 콜드크림이란걸 가지고 가죽의류를 닦던 기억이....
제가 쓴것이 바로 콜드크림인가 봅니다... 집사람은 그렇게 부르더군요..^^
죄를 달게 받으셧군요...^^*.
예~~ 보람이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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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혹시 어디서 사는 것인지...알려주셨으면...?
글 잼나게 봤어용~^^ 저는 그냥 내비두는 편인데요 ㅎㅎ;
저도 그냥 내비둘까 하다가....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건 정말 사실입니다.. 손이 고와졌다는 것...^^
완전범죄를 꿈꾸는 일인입니다.ㅋㅋㅋ
전... 현장에서 체포되었고... 물증도 확실해서.....ㅠㅠ;
저는 왜 부러운 거죠???? 잼난글 재밋게 읽었습니다. 이상 총각이였습니다. ㅋㅋㅋㅋ 내일 즐거운 라이딩 하십쇼^^
무슨 말씀을.... 총각보다 더 부러운 처지가 세상에 있겠습니까..!!
제가 신부는 아니지만...ㅋㅋ...보속으로 아내를 위한 기도를 아내 앞에서 하세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ㅋㅋㅋ 넘 잼있으시네여...... 잔소리하나로 00만원의 수입이면....잔소리할만하네요.....
다음엔 우선 변호사를 선임하셔야 할듯합니다.간만에 웃고 갑니다,감사합니다.^^;
ㅋㅋㅋㅋ아주 멋진 후기네유~ 요즘 별루 웃을일이 없었는데 덕분에 한바탕 웃었습니다~~ㅎㅎㅎ
ㅋㅋㅋㅋ ^^
금강제화 같은 전문구두점에 가시면 가죽 전용 크림이 있어요. 덕분에 글 읽으며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ㅎㅎㅎ
예전엔 가죽제품들을 먹다 남은 우유로 1차 세정 및 보습을 해주고 2차로 일명 콜드크림(크린싱크림)으로 마무리 해줬었죠...저는 지방엘 가거나 하면 모텔에 있는 크림을 주로 애용합니다..눈치안보고 맘껏 써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좋쵸~~? 아침부텀 잼난글 읽었네요..
ㅎㅎㅎ수고 많이 하셨네요
요즘은 가죽손질용 DIY 세트가 잘 나와서 큰 어려움 없을겁니다. 마나님 눈치 보지 마시고 담부턴 용품으로 해결하세요. 대형마트의 코너돌다보면 있을겁니다 ^^*
큰 웃음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잼나게 잃었습니다...ㅎㅎㅎ
긴글 잘읽어습니다,ㅋㅋ
고와진 손에 한표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