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귀와 이빨의 잠 / 고은진주
휴지 한 통을 찢어놓고 두 귀와 숨이 들락거리는 배가 잔다, 삼각뿔 같은 잠 개의 잠은 정해진 무늬가 없어 바짝 마른 들판이 되었다가 밭고랑 넘어가는 언덕이 되기도 한다 구름은 귀가 없고 엎드린 개는 구름을 덮지 못하고 소리는 쉬파리 같이 개의 두 귓속에서 까닥거린다 구름은 개가 물고 찢은 흔적 위로 떠다닌다 소화가 덜된 발음으로 이를 갈아도 곁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잠의 천적이 된 적은 더더욱 없다 손님이 없는 점포가 넘어가게 생겼는데 일몰의 잠을 잔다, 개는 동쪽의 부스럭대는 소리를 듣고 서쪽 꼬리로 코를 곤다 어느새 이슬점에 도달한 잠 잠에도 온도가 있다 귀와 이빨의 습도가 같고 구름과 졸음의 곡선이 맞아떨어질 것 귀밑머리 엥엥 회전하는 하품 머리를 번쩍, 들었다 조용히 기울어지는 꼭지가 잠의 쉼터다 이빨 자국 가득한 소나기가 멍멍멍 내린다 아무리 불러도 개는 흩어지지 않는다 - 『애지』 2023년 가을호 ------------------------------ * 고은진주 시인 1967년 전남 무안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수료 2018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인수첩》 등단. 시집 『아슬하게 맹목적인 나날』 5·18문학상 신인상과 여수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현재 방송작가(KBS '6시 내고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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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 도착하는 기차처럼 기울어지는 머리도 잠에 도착하기 전 속도를 줄이지. 진주처럼 고은, 고은진주 시인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아서 등, 허리 아플 때 평평한 바닥에 누웠을 때처럼 통증과 갈증이 사라지며 시원하네요.
- 염여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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