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좋던 날이 정오 무렵부터는 비도 내리고 강풍이 예정된 날이었다.
그런 이유로 들머리에 도착하자 마음이 분주해 졌다.
바람은 초속 12미터까지 예보되어 있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출발한다.
하지만 출발시엔 늦겨울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산행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경남 거창군과 경계를 이루는 우두령은 일대 지형이 소머리를 닮아
소 우(牛)자에 머리 두(頭)자를 써서 우두령(牛頭嶺)이라 불린다,
우두령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군사 교통의 요충지였다.
우두령 들머리
그동안 내린 눈은 높은 기온으로 습기를 흠뻑 머금었고 주변은 진흙 범벅이 되어 보행에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쉼 없이 오른다.
이쯤이면 차가운 날씨에도 땀이 날텐데 날이 푸근해 땀이 곱절로 난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눈길이라 아이젠은 사용하지 않고 조심조심 발길을 옮긴다.
손도 시렵지 않고 아직까지는 시야도 좋아 기분 좋은 산행이 이어진다 .
계속 그랬으면 좋을텐데 그것은 정오 무렵부터 급변하는 날씨로 2시간 정도의 호사로 끝나고 만다.
멀리 구미의 금오산도 눈에 들어오고
산그리메가 참 멋진 곳을 만나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고 감탄사를 토해 본다.
들머리인 우두령을 출발해 2.4km를 진행한 지점인 삼성산.
황악산까지는 4.5km를 더 가야한다.
삼성산을 지난 다음부터는 산행로에 쌓인 눈이 무릎까지 차 오른다.
산행로가 산 능선이라 내린 눈들이 바람에 몰려와 쌓인 이유라 생각이 되었다.
조심하며 앞으로 나간다.
가끔은 내린 폭설에 나무 가지가 끊어져 내린 모습들도 보이고 산행로를 가로 막고있는 경우들도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곧 날씨가 예보대로 사나워질 것을 예고하는 듯 싶다.
들머리인 우두령에서 약 4km를 진행해 만난 여정봉.
이곳을 지나며 날씨가 급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안개와 강풍 그리고 비와 눈까지....
바람재라는 명칭이 공연히 붙은 것이 아님을 알게하는 곳.
백두대간 인증처이다.
대부분의 분이들이 이곳부터 우비를 착용하고 배낭 커버를 씌우기 시작했다.
들머리인 우두령을 출발해 약 3시간 정도 진행한 후 도착한 황악산 정상.
해발 1,111미터로 높이의 숫자가 참 특별한 곳이었다.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정상이었지만 급하게 변하는 날씨로 인해 빠르게 하산을 해야만 해서 아쉽기만...
한폭의 수묵화 같은 정상에서 쾌방령으로 가는 산행로.
말머리인 쾌방령까지는 약 6키로 정도를 남겨둔 싯점이었다.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를 보여주는 모습들.
하산길에는 아이젠을 장착하고 조심하게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몸을 날릴 것 같은 강풍에 세차게 빗줄기까지 동반하니 앞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더우기 짙은 안개까지....
장착했던 아이젠을 벗고 진흙길을 피해 빠른 속도로 앞으로...
그것만이 급변하는 날씨에 최고의 방책이었다.
정상인 황악산을 출발해 쾌방령으로 향하는 코스에도
업다운이 종종 있어 백두대간 코스를 지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여시
여시골산
날머리가 가까워지니 사나운 날씨는 사그러들었는데
출발때 보다 기온은 많이 내여간 것이 느껴졌다.
날머리인 쾌방령 모습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까지 1,400㎞ 가량 이어진 한반도의 중심 산줄기이다.
백두산을 뿌리로 하여 대간이 뻗어 나왔고, 대간을 중심으로 정맥과 지맥, 수많은 산줄기가 갈라져 나왔다.
백두산이 뿌리라면 백두대간은 뼈대이다.
산자분수령, 즉 산은 물을 나눈다.
서로 다른 곳에서 발원한 물들이 모여서 강줄기를 이룬다.
강과 유역은 생명과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산경도와 산경표가 알려지고 전통적 지리체계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었다.
잊혔던 백두대간의 존재도 새롭게 부각되었다.
다시 찾은 백두대간의 의미와 가치는 첫째 민족적 상징이라는 점,
둘째 국토의 생태축이라는 점, 셋째 문화를 구획한다는 점이다.
백두대간은 남과 북,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는 상징이다.
생물들의 서식과 이동을 보장하는 중심축이다.
백두산호랑이가 내려온다면 어디로 내려올 것인가?
또한 생활권과 문화적 특성을 나누고 지켜주는 울타리이기도 하다.
우두령을 출발하여 이곳 쾌방령까지 약 11.5km를 걸었으며 소요시간은 5시간 정도였다.
온 몸이 땀과 비에 젖고 한기가 느껴져서 인근의 칼국수집에서
식사를 하며 산행후 정비를 하고 귀경길에 올랐다.
첫댓글 수고많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