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 / 이현호
내가 이걸 또 하면 사람이 아니다 다짐하고, 다음 날 사람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나는 사람이 사람 같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과 다른 동물의 차이점을 고민하다가 눈썹을 밀었습니다 사람 말고는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그것은 시 같기도 했습니다 있으나 없으나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지만 없으면 어쩐지 무표정해지고 여전히 사람같이 말하고 걷는 눈썹 없는 사람 눈썹을 지우면 없는 사람 사람이 아니니 없는 세상을 써 나가는 신이 있다면 필요 없는 글자를 뺄 때 쓰는 교정부호를 내게 그렸겠지요 그러나 끝내 찾지 못한 오자誤字처럼 살아서 나는 여전히 그걸 또 하면 진짜 사람도 아니다 없는 나를 그새 없던 셈 치고 사람을 찔러 죽일 수도 있지만 금세 녹아버리는 고드름 같은 결심을 가슴속에 못 박습니다 또다시 까슬까슬 자라난 까만 털을 긁으며 있으나 마나 한 것이 왜 사람의 표정을 짓는지 궁금해합니다 무슨 생각하는 동물처럼
- 2025년 제3회 상상인 작품상 수상작 ----------------------------------------------
* 이현호 시인 1983년 충남 전의 출생, 추계예술대 및 고려대 대학원 문예창작 석사 2007년 『현대시』 등단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비물질』 산문집 『방밖에 없는 사람, 방 밖에 없는 사람』 『점, 선, 면 다음은 마음』 등 2019년 시인동네문학상, 2025년 상상인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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