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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을 이길 수 없는 3가지 이유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 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
신상철 | 2024-03-14 07:52:5
[칼럼]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을 이길 수 없는 3가지 이유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 전공의와 의대생이 제기한 소송 법원이 고등교육법대로 판결하면 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
지난 달 6일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생 2,000명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료대란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길바닥으로 내몰았고, 한 달이 지나도록 해결책을 찾기는 커녕 갈등의 골만 더 깊게 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오늘(12일)도 ‘면허박탈’과 ‘구속수사’를 내세우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압박하는 것을 넘어 그 가족들에게 ‘면허정지처분’ 예고장을 발송함으로써 뜻을 꺾을 생각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예배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재작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하여 정권을 잡은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막 집권 2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의사로 치자면 인턴 1년 마치고 레지던트 첫 해 겨우 넘긴 정도다. 앞으로 3년이나 남았다고 하지만 정치라는 게 기복이 심해서 임기 가운데 절반에 들어서면 소위 레임덕(Lame duck)에 빠지기 시작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지난 2년 동안 훌륭한 치적을 쌓아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또 모르겠으되 역대 최저로 평가된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승부수가 상황을 반전시킬 만큼 국민들에게 지속적인 설득력과 공감을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일 것이다. 총선 앞두고 <의사 두들겨 패기>로 지지율이 좀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이길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못할 것으로 본다. 윤석열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그리고 교육부가 전공의와 의대생을 절대 이길 수 없는 3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젊은 의대생과 의사(전공의)들의 생각은 기성세대와 같지 않다.
모두가 알다시피 의대 입학생들은 머리가 좋고 똑똑하다. 그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높은 지능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공부라면 난다 긴다 하는 인재들이다. 그래서 꼭 대한민국 의사 아니어도 다른 거 찾아서 공부해도 기본은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다.
게다가 현재 의대생들이나 전공의들은 옛날과 달라서 일명 금수저들이 많다. 의사 하지 않고 가업 물려받아도 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들에게 더 중요한 건 자유와 자존심이다. 때문에 이들의 고민은 당장 코앞의 현안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와 평생의 진로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나 복지부 관계자(늘공)들이 볼 수 있는 시각과 시야가 이들 젊은 의사들과 지망생들의 그것과 차원이 같을 수가 없다. 그것을 억누르고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정부의 판단이 잘못이고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간 것은 최악의 전략이었다.
무엇보다 젊은 의사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앞으로 자신들이 개업의든 봉직의든 의료현장에서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의료를 위해 1~2년을 투자하는데 거리낌이나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재의 상황을 두고 지금껏 쉼 없이 달려 온 오랜 세월 학습과 공부 그리고 주변의 기대에 지친 마음과 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쉼’의 시간을 가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이런 사실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 그것이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절대 이길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로 보인다.
▲ 2020년 의대증원 발표시 이에 반발 집단행동에 나섰던 전공의들
2. 명분과 근거 그리고 실리에서 정부가 ‘을’이다.
지난 2월 6일 복지부 장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당시 그 근거로 제일 먼저 언론을 통해 전파되고 확산되었던 영상은 <인구 1,000명 당 의사수>라는 OECD 통계 자료였고 그 속에 우리나라는 멕시코 옆에 이름을 올렸다.
인구 1,000명당 의사수에 있어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인 3.7에 한참 못 미치고 멕시코(2.5) 수준에 불과하고 그래서 내년부터 의대 신입생을 2,000명씩 더 선발해야만 한다는 정부의 논리를 국민들은 일정부분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가 편중, 왜곡되었고 정말 중요한 OECD 지표들은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의사들의 반발과 여론전으로 알 수밖에 없다.
우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에 있어 우리나라는 2.6이 맞지만 그것은 일본(2.6), 미국(2.7)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사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외래환자 수에 있어 무려 2.5배나 더 많이 진료하고 있다는 사실, 병상 수에 있어 2배나 더 많이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OECD국가 중 의사수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이 지표와 함께 드러나면서 정부의 증원 논리는 옹색해 질 수밖에 없다.
젊은 의사들의 주장은 비과학적인 수요조사와 일방적인 정책추진을 멈추라는 것이고,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것이다. 또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의보수가나 의료사고 면책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증원이든 개선이든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대란과 관련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성명서를 발표하였던 세계의사회(WMA)는 급기야 루자인 알 코드마니 회장까지 나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한국 정부의 강압적 조치와 잠재적 인권침해에 대해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의료계의 상황을 “중대한(critical) 상황”이라고 짚은 루자인 회장은 “세계의사회는 한국 정부가 초래한 위기 속에서도 변함없이 대한의사협회를 지지한다”며 전 세계 의사들을 향해 “한국 의사들과 함께 연대해 의료인으로서 가치를 지켜 나가자”고 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우리 정부의 강압적인 조치와 압박 그리고 협상조차 하지 않으려는 일방적 태도를 두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마저 무시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권리행사를 하고 있는 젊은 의사들의 문제제기에 대한 불법적 탄압이자 공직자로서의 권한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해도 정부는 지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또한 야당과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현재의 정부 대응을 두고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을 ‘의료대란’의 도가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따라서 이런 지적들을 도외시하고 의료현장을 초토화시킨 사태를 초래한 정부는 결국은 의료혼란이 장기화 되면서 환자가 죽어나가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은 자명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무한책임을 가진 정부가 그 책임을 해태했을 때는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에 비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절대 이길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다.
▲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전공의 대표들
3. 대한민국 의료의 해묵은 과제들 – 썰물 빠지자 바닥에 드러나다
의료대란이 발생하고서야 대학병원이나 대형 종합병원들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역설적이고도 아이러니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 가운데 우리가 오랫동안 간과했던 사실들이 하나씩 눈앞에 드러나면서 이 기회야말로 고질적인 우리 의료의 문제점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개혁의 첫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한다.
첫째, 우선 경증환자들의 상급병원 방문이 대폭 줄었다. 심지어 지방에서 KTX와 SRT를 타고 당일에 어려움 없이 내방하던 서울지역 대형병원에 지금 가봐야 장시간 대기로 불편할 것이 예상되어 방문을 줄이고 있다. 본인 스스로 경증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지역의 의료기관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래서 상급병원 내왕자가 줄었다. 이것은 지역의료에 대한 관심과 지역내 필수의료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둘째, 전공의들이 우리나라 대형병원 의료진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들은 전공의들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해 왔는지 소상히 알게 되었다. 미국은 10% 수준인데 우리는 너무 높다며 남의 나라 얘기하듯 하는 정부 발표가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우리나라 대형병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고퀄리티 수련의들의 저렴하고 값싼 노동력에 기대어 운영되어 왔다는 사실을 애써 감춘 발언이기 때문이다. 당장 어제부터 대학병원들이 경영난에 직면하여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셋째, 해외 교포들이 의료문제 해결을 위해 귀국을 결심한다는 얘기를 거론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의료환경이 세계 최고로 평가받게 된 데에는 전 세계 의료제도들로부터 장점만을 가져왔고 시행착오 속에서도 그것을 우리 토양에 맞게 지속적으로 변형(긍정이든 부정이든) 적용해 온 결과인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누구 닮은 꼴로 따라가는 것이 아닌 우리만의 제도를 더 성숙시킬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정부와 젊은 의사(전공의)들 간의 강대강 대립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관행이나 습관처럼 진행되어 왔던 의료 형태의 다양한 속살들이 어떠한 모습인지 국민들이 하나씩 알게 되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것처럼 감사하고 반가운 일이 있을까? 정부가 원했든 원치않았든 이러한 긍정적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절대 이길 수 없다. 그것이 세 번째 이유다.
맺으며
정부는 의료현장의 문제점을 해소한다며 PA간호사들에게 수술봉합, 심폐소생, 기관내삽관 등 특정 진료행위를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그것은 그 자체로 현행 의료법 위반이다. 이를 일부 허용하려는 간호법 개정안에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자신이 거부권을 행사, 법이 생기지 못했음에도 지금 급하다고 불법을 간호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으니까 병원장 권한으로 시행하라며 책임소재를 병원장에게 떠넘기는 행태는 법치주의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 따라서 만약 이런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고 사고라도 생기면 이 또한 불법을 용인한 대통령으로 탄핵사유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나 가족이 기관내삽관(호흡을 위해 입이나 코를 통해 튜브를 삽입하는 시술)과 같은 응급 시술을 간호사 손에 맡기려 할지 조금만 고민해 보면 알 일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지금 현재의 문제를 법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의과대학 학생 대표, 의과대학 교수 대표, 수험생 등이 정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을 취소해달라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12일 이주호 교육부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제기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과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단 전공의 대표 법률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대학입시 5개월 전 대입전형을 갑자기 바꾼 사례는 1980년 전두환 정권이 광주학살을 자행한 직후 대입 본고사를 폐지한 경우가 유일하다”며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입시요강을 변경하는 것은 고등교육법상 불가능하며, 정부의 발표는 국민을 기망하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구조개혁으로 인한 정원 조정’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자신이 시행하고 있는 정책으로, 대학을 통폐합하고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것”이라면서 “의대 입학정원 ‘증원’이 이에 해당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입시농단’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법상 대학 입학정원을 결정하는 자는 교육부 장관이며, 복지부 장관은 협의 대상”이라며 “이 때문에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 때에는 교육부 장관이 결정하고 발표했다. 나아가 교육부 장관은 사회부총리로서 복지부 장관보다 정부조직법상 상급청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 장관이 상급관청에게 ‘통보’하는 것은 국기문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자 법이 국가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인 법치주의 국가다. 오늘 이 변호사의 지적이 아니라도 명문화 된 고등교육법을 위반하고 밀어붙이는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2천명 증원은 이대로 법원 판단에 맡겨질 경우 정부가 패소할 것이다.
그래서다. 정부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교육부는 절대 전공의와 의대생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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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은 한일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