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 '만주에 있던 사람을 실험재료로 삼던 비밀 세균전 부대'에 관한 전설은 모리무라 세이치의 '악마의 포식'의 발표로 부터 시작된 건 아닙니다. 40년대 말 50년대 이미 '익명의 고백 수기'로서 퍼진 이야기죠.
그러나 문제는 이 사실 자체가 너무나 엽기적인 나머지 믿기가 힘든 것이고 '중-소에 포로된 일본 군인들이 사회주의 동무들의 따뜻한 배려로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백'한 것이 많은터라서 더군다나 믿기가 어려운 겁니다. ( 뭐 사실 6.25 연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하니 --;;)
2,. 모리무라 세이치의 악마의 포식 해적판이 우리나라에 들어온게 70년대 후반 ( 해적판 중 하나 번역을 제 아는 사람이 알바로 했습니다. --;;) 이었고 731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80년대 말 정현웅의 '마루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작품이 '전쟁과 평화'식으로 태평양 전쟁에 대한 광대한 구성을 취하려고 흉내만 내었지 내면은 지극히 부실하다는 거죠. 이런 작품에서는 광대한 시간과 공간 배경은 '잘 만지면 약이 되지만 잘못 만지면 독'이 되는데, 전체적으로 2차 대전 을 공부하신 건지 대략 정신이 멍할 정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 43년에 필리핀에서 미 해병대와 일본군의 전투가 있었나요?)
3. 엄밀하게 말해서 모리무라 세이치의 저술부터 근본적인 원인은 '어떻게 인간이 이런 잔인한 짓을 조직적으로 할수 있었는가?' 그리고 '그런 전대미문의 범죄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은폐될수 있었는가?'의 문제입니다. '악마의 포식'의 경우는 첫번째 문제는 침묵을 두번째 문제는 자료의 미비로 인한 외곽때리기 ( 라고 하지만 나중에 보면 사실에는 맞는)를 하는 반면에 '마루타'의 경우는 아주 아주 간편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즉 '특정한 인종은 원래 부터가 그런 일을 해도 양심에 꺼리낌이 없다'는 것이 답이죠. 주인공이고 이 소설의 유일한 선인인 요시다 대위는 여러 면에서 그가 '조선 도래인'이라는 걸 암시합니다. 그러니 자유롭게 모든 것이 해결 -_-;;;
또한 1~2권에서 생체 실험 묘사와 난행 장면 묘사에 지나친 포스를 한 나머지 뒷부분으로 갈수록 포스가 떨어져서 이상하고 기괴하지만 전혀 이야기 구성이 맞지 않는 엉성한 구조로 일관하게 됩니다. 뭐 그러다가 에필로그에서 잠깐 '거래' 이야기가 나오고 '그리고 그 장교들은 잘먹고 잘 살았다 끝' -_-;; 인 셈이죠.
4. 차라리 작가가 원래 구상했듯이 1권짜리 역사물로 만들거나 현재의 5권을 2~3권 정도로 타이트 하게 구성하고 사실상 아무 쓸모 없는 설정인 요시다 = 조선계라는 이야기를 빼버린다면 훨씬 더 나은 작품을 만들수 있었다고 봅니다.
5. 731은 아니지만 병원별로 소규모로 실험 한 기록은 많습니다. 2차 대전 말기 후쿠오카 모 병원에서 있었던 '미군 비행사 생체 실험'에 대한 실록 소설이 있었으니 50년대 말 종교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바다와 독약'입니다.
이 작품은 마루타 보다 훨씬 더 이전에 '일본인'의 손에 의해 쓰여졌지만 오히려 마루타를 뛰어넘는 작품입니다. 일단 '병원'이라는 단순화된 상황에서 1명의 관찰자 ( '나')와 4명의 주인공들을 배치시켜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하게 하는 거죠. ( 황석영씨의 손님이 바로 이런 구성의 발전 단계입니다.)
6. 실력있지만 시골에 숨어 살고 있는 기인 박사에 대한 과거를 듣고 경악하는 '나'
자수성가 타입으로 인술 발전에 힘쓰다가 생체 실험에 가담하게 되고 그것에 경악하면서도 유일한 저항이 '아무 일도 안하고 지켜보는' 것임을 한탄하는 주인공
엘리트 주의의 화신으로 '자기가 참가하는 전문적인 일'에 대해서는 하등의 양심의 꺼리낌이 없는 주인공
이런 저런 일로서 모든 것을 잃었고 범죄에 가담함으로서 도덕적인 쾌감을 얻으려는 주인공
그리고 전쟁이라는 광기속에 가난이라는 업보를 타고난 무료 진료소의 사람들과 돈과 권력을 위해서 군부와 결탁하여 생체 실험 의뢰를 받아들이고 군인들에게 서비스 (뭔지는 생략) 까지 하는 병원장들
7. 마루타 이상가는 잔인성이지만 뒤로 가면 코믹해지기까지 하는 마루타와는 달리 냉정하면서도 잔인한 서술로 실험을 묘사하며 참석자들의 개개인에 대한 심리 묘사는 가히 대단한 작품성을 보여줍니다.
사실 정현웅씨의 작품은 '영화화'되지도 않았습니다만 바다와 독약은 일본 영화로 나와서 베를린 영화제 상도 받았습니다. ( 일본 내 흥행은 극우단체때문에 별로 였다고 합니다.)
8.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오히려 50년대 '마루타' 같은 소설이 나오고 80년대 의식수준의 상승으로 '바다와 독약'같은 소설이 나오는게 '진화론'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진화론'은 허상 이론인가?
ps: 정현웅씨가 1년 이상 중국에서 자료 조사후에 발표했다고 하는데, 많은 부분 영화( 그 엽기물 뿐 아니라 중국 역사 포르노) 에서 딴 것이 많고 많은 예비역들의 증언과 배치되는 부분에 무분별한 표절이 너무나 많이 눈에 띕니다. ( 세상에 어떤 바보가 실험 대상을 가지고 즐길까요? 물론 대상의 '사진'을 가지고 즐겼다는 이야기는 다른데서도 나옵니다.)
미국의 X 등급 영화나 중국의 '팔선반점의 인육만두'나 '옥보단' 시리즈를 '학생 단체 관람'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상하다구요? 영화 '마루타'가 동일 등급이라는 거 아십니까? ( 하기야 문화방송 걸레판은 소인의 부친이 녹화까지 했사옵니다.)
엔도 슈샤쿠의 '정식 번역판'은 제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바다와 독약'( 카톨릭 전문 출판사의 압박) 과 제작년에 나온 '침묵'입니다. 그럼 저희 학교에 70년대 이래로 쌓여 있는 책들은 모두????
'바다와 독약'의 해적판 제목은 '미군 마루타'였습니다. ( 대략 ~ 정신이)
정현웅씨는 사실 재대로 된 작품을 낸 적이 없습니다. 이분 소설은 잘 나가다 꼭꼭꼭 성교육 강의를 하니까 문제죠
첫댓글 마루타 중학교1학년때 단체관람을 한기억이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