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매미의 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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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하나 내린 적이 없는 7월의 뜨건 해운대백사장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해질녘에 문텐로드 숲길산책을 하는데, 유두절 무렵에 쓰르람 쓰르람 가녀리지만 시원한 쓰르라미 우는 소리가 들려왔었다. 반가웠다. 금년들어 처음 듣는 매미 울음소리였다. 놈들의 울음소리는 숲속을 파고들수록 코러스 하모니는 더위를 잊게했다. 근디 이 폭염 속에 어찌 우화(羽化)를 했을까?
글고 성충이 되어 고작 1~2주일 남짓의 생애에 짝짓기는 제대로 할까? 짝짓기는 모든 곤충과 동물들의 숙명이지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컷 매미의 구애 세레나데는 처절한 절창(絶唱)일 때 암컷의 심금을 울릴 테다. 수컷의 울음을 공감 선택하는 암컷의 청각이 궁금하다. 아니 지하에서 7년여를 변태하며 청아한 울음소리를 위한 수컷의 내공이 상상을 절한다.
그 울음의 코러스에서 짝을 못 만날 수도 있는 비명(悲鳴)이기도 해 간장을 애는 천상의 아리아이기도 하다. 매미의 합창은 동트기 전이나 황혼의 해질녘에 절정을 이룬다. 가장 여름답고 신비스런 공명의 치유에 들고 싶으면 나는 문탠로드의 새벽녘과 황혼의 산책길에 든다. 숲에서 울던 매미와 쓰르라미의 코러스가 희미해질 때 세심(洗心)한 나의 그림자도 길어진다. 뜨건 여름을 나는 서정(抒情)이다.
매미 울음소리는 지친 듯 요란하고, 협죽도는 마저 못 핀 꽃을 노을 빛깔로 때우며 배롱나무한테 미련을 넘긴다. 오래 기다리고 짧게 허물어지는 일생을 매미는 여름내 절절하게 울어 사랑받지 싶다. 천상의 울음소리는 짧은 운명의 서사다. 길섶에서 안타까운 매미의 죽음을 목도했다. 짝짓기는 했는지? 놈의 시신을 푸른 잎사귀에 올려 장사를 지냈다. 2026. 07월 말
“텅 빈 합창단 연습실, 의상만 어지럽게 널려져 있다
주인은 당장 방을 비우라고 했을 것이고
단장도 단원들도 불쌍한 얼굴로 방을 나섰을 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으니, 울며 떠났을 것이다
나는 이 집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
윤제림(1960∼ )의 시 <매미는 올해도 연습만 하다 갔구나>
배롱나무꽃
협죽도
▲비명횡사(?)한 듯한 매미, 숲길에 떨어진 주검 2구를 필자가 나뭇잎 위에 올려놓고 찍은 사진임▼
# 위 그림들은 폭염이 극성을 부리던 7월 말의 '달맞이 길' - 문탠로드의 풍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