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시대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모지스 할머니의 아름다운 인생 예찬!
“세상아, 꼬리를 흔들어대라. 나는 명랑하고 행복하게 살련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화가,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는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의 잠언집이 출간되었다. 책에 수록된 모지스 할머니의 어록은 당시 기사, 인터뷰, 공개된 자필 편지, 구술 기록 등을 바탕으로 편집 구성되었다. 이 책을 엮기 위해 류승경 역자는 낡은 신문지 스캔본을 샅샅이 살피고, 지직거리는 라디오 속 할머니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친필로 쓰인 오래된 편지를 해독하며 잠들어 있던 할머니의 말을 하나하나 길어 올렸다. 원 기사에 실렸던 인터뷰어의 질문과 서술은 제외하고 할머니의 답만 모으거나, 출처는 다르지만 같은 주제에 관한 이야기들을 한데 취합하는 등 오랜 시간 까다로운 작업을 거쳐 책을 완성했다.
“이 책은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독자들만이 볼 수 있는 책이다. 할머니의 어록만을 이토록 집요하게 모은 책은 지금까지 영어권에서도 없었다.”_역자 후기 중에서
열두 살에 가정관리사로 취직하고 결혼 후 평생을 농장에서 바지런히 일했던 모지스 할머니는 70대 중반이 되어 관절염으로 자수를 놓기 어려워지자 붓을 들었다. 배운 적 없이 늦은 나이에 시작한 그의 그림들은 한 수집가의 눈에 띄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참신하고 순박하며 대자연의 정취가 담긴 그의 작품은 엄청난 주목을 받았고, 이후 그는 미국 미술계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3세에는 〈타임〉 표지를 장식했으며, 그녀의 100번째 생일은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지정되었다. 이후 존 F.케네디 대통령은 그녀를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로 칭했다. 70대 중반부터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앞치마를 두른 채 시골 농장에서 정겨운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에 세상과 언론은 열광했다. 그에 관한 기사가 연일 쏟아졌으며,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출연부터 시작해 다큐멘터리까지 제작되었다. 당시 그를 만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수천 명의 관광객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대문에 방해 금지 팻말이 걸려 있었다고 하니 그 열풍을 가늠해볼 뿐이다. 하나의 문화 현상과도 같았던 할머니의 인기에는 입담도 크게 한몫했다. 그의 밝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담긴 말들은 냉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외롭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그는 금세 즐겁고 활기찬 노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어떤 태도로 삶을 살 것인가,
우리의 세계와 자연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삶에 등불이 되어줄 101세 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말
“믿음을 가지면 걱정으로 세월을 허비하지 않을 거예요.”
책은 할머니의 말에 오롯이 집중했다. 모지스 할머니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사람과 그림에 대한 애정, 세계와 자연에 대한 관조와 경의까지. 모지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책에 담긴 그의 말과 정신은 여전히 남아 지금의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깊은 위안과 사랑으로 다가온다.
길고 유용한 삶의 막바지에 예상치 못하게 큰 유명세를 탄 사람, 모지스 할머니의 모든 말은 곧 한평생을 살아낸 한 사람의 삶이었다. 언제나 힘든 일은 있었지만 훌훌 털어버렸고, 진지함보다는 유머를 택했던 그의 말은 솔직하고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백 살이 안 되면 명함도 못 내미니 꼭 백 살까지 살 거라 말하고, 백 살이 되자 이백 살까지 살 거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에게 오죽하면 한 기자는 그림 그릴 땐 진지하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실없는 이야기나 잔뜩 늘어놓고 웃고 또 웃다 보면 계속 살아진다는 유쾌한 할머니를, 길고도 고된 삶이었지만 이보다 더 잘 살 수는 없었을 거라는 한 사람의 초연함과 꼿꼿함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는 없을 것이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 듦과 죽음에 관하여, 일상과 삶에 관하여, 사람과 인연에 관하여, 그리는 일에 관하여, 세계와 자연에 관하여. 모지스 할머니가 남긴 말을 충실히 뒤따르며 그의 인생을 톺아본다. 열두 살부터 근 한 세기 동안 한시도 노동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 한평생 오로지 자기 힘으로 자기의 삶을 일구어 낸 사람. 101년이라는 긴 세월을 생존한 사람.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수차례의 사적인 상실을 겪어낸 사람. 모지스 할머니가 보여준 삶에 대한 단단한 믿음은 막막한 내일을 침착하고 태연하게 살아갈 용기가 된다.
“나는 한평생을 바쁘게 보냈습니다. 할 일과 이루어야 할 일은 언제나 있습니다. 그러니 꼭 포기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