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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지구가 죽어가는 과정을 과학적 근거를 들어 상세하고도 논리적으로 소개한다. NASA에서 ‘스타더스트’ 계획을 이끄는 천문학자 도널드 브라운리와 훌륭한 글 솜씨로 과학 서적을 여러 권 집필한 고생물학자 피터 워드는 지구의 성장과 죽음을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동물과 식물의 멸종, 우주로 조금씩 날라가 결국 말라버리는 바다,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 차 숨도 쉴 수 없는 대기, 끊임없이 팽창하는 태양과 불덩어리가 되어 결국엔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져버릴 지구, 그리고 그 지구에서 살아남아 문명을 보존하려는 인류의 사투를 매혹적으로 그린 ‘최초의 지구 전기’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피터 워드(PETER D.WORD)
고생물학자로 워싱턴 대학교의 지구과학 및 동물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1984년에는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의 명예 교사로 선출되었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카루 고원에서 화석 발굴 연구팀을 꾸려 2억 5000만년 전의 지구 생명체에 관해 조사했다.『미래의 진화』,『노틸러스를 찾아서』,『맘모스를 부르는 소리』,『진화의 종말』등 지구과학, 동물학, 고생물학 관련 저서를 집필했다. 이 중『진화의 종말』은 《로스엔젤레스 타임스》가 선정하는 '올해의 책'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도널드 브라운리(DONALD BROWNLEE)
천문학자로 워싱턴 대학교의 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행성 간의 먼지, 혜성, 운석, 태양계의 기원 등에 관한 여러 가지 우주 관련 연구에 참여했다. 이례적인 과학적 업적으로 NASA 메달과 내셔널아카데미오브사이언스의 J.로렌스 스미스 메달을 받는 등 영예로운 각종 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혜성 샘플을 수집하여 지구로 가져오는 NASA의 '스타더스트'계획을 이끌고 있다.
옮긴이
이창희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설에서 일하다가 소르본느 대학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불 통역을 전공했다. 현재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회의 통역과 번역 강의 및 실무를 하고 있다. 과학 서적 전문 번역가로『피자의 열역학』,『과학이 풀지 못한 수수께끼』,『과학의 열쇠』,『과학의 세계, 미지의 세계』,『아인슈타인도 몰랐던 과학 이야기』등의 역서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1 오늘날이라는 시대
2 놀라운 기계
3 동물이 살 수 있는 행성의 수명
4 돌아온 빙하
5 돌아온 초대륙
6 식물의 종말
7 동물의 종말
8 사라져 가는 바다
9 적색 거성
10 청천벽력
11 인류의 유산
12 세상의 종말과 드레이크 방정식
13 대탈출
에필로그 |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
참고 문헌 |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지구의 24시간, 그리고 마지막 0.01초
억 단위로 기록되는 광대한 우주의 시간에 현실감을 주기 위해, 저자 피터 워드와 도널드 브라운리는 45억 년 된, 그리고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지구의 삶을 24시간으로 압축해서 설명한다. 이 때, 5억 3000만 년 전 생물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캄브리아기는 밤 10시나 되어야 시작된다. 즉 24시간 중 22시간이 지난 뒤에야 생물이 번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밤 11시가 지나야 공룡이 나타나고, 그로부터 40분쯤 후 혜성의 충돌과 함께 멸종한다. 그럼 현생 인류는 몇 시에 나타났을까? ‘호모 사피엔스’는 겨우 자정 2초 전에 등장했다. 5000여 년 전부터 기록되기 시작한 예술, 정치, 열정, 종교 같은 인간의 문명은 자정 10분의 1초 전에 태어났다. ‘지구의 삶과 죽음’이라는 긴 기록 영화에서 인류의 역사는 그저 필름 한 장 정도를 차지할 뿐이다.
바로 이 마지막 0.01초를 남겨놓고, 인류는 과학을 통해 지구의 탄생뿐만 아니라 지구의 종말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들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마침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순환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고,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의 ‘전기’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생물학자인 피터 워드와 천문학자인 도널드 브라운리는 『지구의 삶과 죽음』에서 이 첨단과학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았다. 두 사람은 천문학, 지구과학, 기타 다양한 과학 분야의 연구 성과를 결합했다. 다른 천체의 탄생과 종말을 통해 지구의 운명을 연구하는 천문학과, 공룡처럼 지구상에 나타났다 사라져간 여러 종의 지구생명체를 연구하는 고생물학이 만나 ‘우주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킨 것이다.
고생물학과 천문학이 만나 탄생한 새로운 학문, 우주생물학
우주생물학(astrobiology)은 우주 탐사선의 관측 결과와 천문학자들의 연구, 지구과학자들의 발견을 토대로 행성이 어떻게 태어나서 살아가다 죽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천문학자들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세계가 멸망하는 것을 연구함으로써 지구의 종말을 예측할 수 있다. 이들은 성능 좋은 망원경을 통해 과거에는 생물이 살았음이 틀림없는 태양계의 잔해를 우주 저 멀리서 관측해 내고, 초신성이 남기고 간 성운과 치명적인 감마선을 엄청나게 쏟아내면서 별을 통째로 삼켜 버리는 블랙홀의 활동도 분석한다.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별이 어떻게 활동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물리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수억 개의 별을 연구한다. 지구와 비슷한 다른 행성이 어떤 말로를 걸었는지 연구하고,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구가 수십억 년 뒤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예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우주생물학이라는 이름의 뒷부분은 ‘생물학(biology)’이다. 생명의 종말을 알려면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존재해왔는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고생물학자들은 지구의 바위에 마치 이정표처럼 새겨져 있는 과거 생명체들의 진화와 멸종 흔적을 연구함으로써 지구 생명의 순환을 알아낸다. 천문학자인 도널드 브라운리와 고생물학자인 피터 워드, 이 두 사람의 만남으로 지구의 죽음이 보다 사실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다.
지구 종말 시나리오
피터 워드와 도널드 브라운리가 세운 몇 가지 지구 종말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미 중년에 접어든 지구는 수순에 따라 서서히 죽어갈 수도 있고,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 다가오는 빙하
우리가 지금 빙하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1만 2000년 정도 지속되다가 이제 끝나가는 ‘간빙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문명은 일어났다. 인간이 일으킨 지구 온난화는 빙기를 수백 년 정도 멈출 수 있겠지만 영원히 막지는 못한다. 10억 년 전의 선캄브리아대와 2억 6000만 년 전의 폐름기처럼 지구 대부분이 빙하로 덮일 것이다. 그래도 인류는 적도 근처 어딘가에서 생명을 유지해갈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살아남은 인류에게 또 다른 시나리오를 알려준다.
◇ 줄어드는 이산화탄소
지구의 이산화탄소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캄브리아기에 새로운 동물 종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급격히 증가했었다. 이에 따라 육지가 숲을 이루고 녹지대가 넓어지면서 이번엔 이산화탄소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산맥의 융기와 침식, 대륙판의 이동도 한몫했다. 그 후 이산화탄소의 양은 증감을 반복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현대의 이산화탄소 증가와 온난화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지구의 천연 원료가 모두 고갈되면 지구의 이산화탄소는 다시 급감할 것이라고 이 책은 밝힌다.). 이산화탄소의 감소는 식물의 종말을 부르고, 식물이 사라지면 산소 부족으로 동물도 살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 점점 뜨거워지는 태양
태양은 중심에 핵융합로가 들어 앉아 있는 거대한 수소 공이다. 오랫동안 안정 상태를 유지하던 태양은, 행성 중심에 자리 잡은 연료가 줄어들면서 내부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온도를 올리고 있다. 이에 지구의 온도는 올라가고, 바다는 우주로 조금씩 증발하기 시작한다(193p 그림 참고). 동물이 더 살 수 없을 정도로 대기가 뜨거워지고, 태양이 최후의 연료를 다 써 버릴 때 쯤 지구는 녹아 사라져 버릴 것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는 수십억 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난다. 하지만 두 저자는 지구의 종말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 핵전쟁, 운석, 그리고 행성 폭발
그 첫째가 핵전쟁이다. 하지만 핵전쟁만으로 인류가 멸종하진 않을 것이다. 핵전쟁으로 문명이 사라지고 원시 상태로 사는 인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핵겨울로 인한 대량 멸종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운석 충돌이다. 혜성이나 운석이 충돌해서 대재앙이 발생한 일은 지구 초기에는 흔한 일이었다. 지금은 태양계를 떠돌아다니는 행성 파편이 많이 사라졌지만,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가 영화에서 본 대지진, 해일, 폭발이 한꺼번에 일어날 것이고 태양은 먼지를 품은 구름에 완전히 가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별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방사선도 지구에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 폭발한 별에서 엄청난 감마선이 쏟아져 들어오고, 이 경우 지구 생명체들은 즉시 멸종해 버릴 것이다.
인류의 문화유산과 미래, 지구 탈출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이 지구의 종말을 환경학적으로 풀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죽어가는 지구를 인류가 못살게 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고 해서 지구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전제로, 두 저자는 인류의 운명을 그려냈다.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인류는 지금도 여러 이론을 세우고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화성으로 날려 보낸 지구 생명체가 화성에 물과 산소를 만들면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할 수도 있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이 두 행성도 종말을 맞을 것이다. 지구의 궤도를 옮기는 방법도 있다. 혜성을 인위적으로 지구에 스치게 해서(100만 번쯤은 반복해야 가능하다고 한다.) 지구 궤도를 바깥으로 밀어낸다. 황당해 보이지만 만약 실현만 된다면 지구의 표면 온도를 계속 유지해 60억 년의 시간을 벌 수도 있다.
지금도 인류는 인류의 문화유산과 존재 흔적을 남기기 위해 우주로 위성을 쏘아 보내고 있다. 아폴로 11호는 달에 인류의 존재를 알린 스테인리스 판을 두고 왔고, 1970년대 발사된 파이어니어 호에는 외계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실었다.(255p 그림 참고)
두 저자는 이 책이 지구와 인류의 장기적 미래에 관한 논의의 시작이라고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지구의 삶과 죽음』은 행성과 우주에 관한 탄탄한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그려지는 지구의 미래 모습을 통해 독자들에게 지구의 소중함과 인류의 앞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