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의 시작과 금연
변화무쌍한 날씨와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현상, 실종된 가을, 성큼 다가온 겨울, 그리고 연말, 2009년을 한 달 남짓 남겨놓은 11월 셋째 주의 산행은 뚝 떨어진 기온으로 올 겨울 들어서는 가장 춥고 바람이 쌀쌀하게 부는 날이었다. 모처럼 산행안내 문자 메시지를 아침 6시 반 경에 보내면서 친구들 새벽잠을 깨우는 것은 아닌가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새벽에 잠을 설쳤다며 불평하는 친구는 없다. 오히려 본인은 못가지만 추운 날씨에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격려의 글이 날라 온다. 참석치 못하는 사연을 들어보니 집안의 결혼으로, 김장하는 것을 도와야하기에, 너무 추워 체력이 염려되어(?), 최근의 무리한 행동으로 허리, 다리가 부실해서, 종교 행사에 참석해야 하기에, 결혼식과 또 다른 모임에 참서해야 하기에, 신종플루 고위험군이기에 라는 등 그 사연은 제 각각 다르다. 요즈음 감기만 걸려도 옆 사람 누치가 보이는데 산에 갔다 온 후 감기라도 걸린다면 무슨 염치로 겨울에 산행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사의 사연은 사람 수 만큼이나 많다고 하던데 나름대로 명분이 있는 것이다. 허기야 결혼이나 행사는 평생 또는 1년에 한 번뿐이지만 고우회는 월 두 번씩 모이니 다음 달에 나와 또 만나면 된다.
옷을 단단히 챙기고 집을 나선다. 구파발역에 도착하니 9시도 안 되었다. 추위에 떨지 않고, 도착하는 친구들과 쉽게 만나려면 바람 없는 역내에서 기다리는 것이 더 좋다. 오고가는 전차 몇 대를 보내고 나니, 재선, 준채, 계창이가 오고 총무는 벌써 와 시장을 보았단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차고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다. 전날 과음을 한 재선이가 국물을 먹는다고 하여 오뎅국물 한 컵을 얻어 마시니 온 몸에 훈훈한 기운이 퍼진다. 뭐니 뭐니 해도 겨울이면 뜨끈뜨끈한 국물이 몸을 녹이는데 최고다.
북한산성행 버스를 기다리는 행렬은 길어도 주말 맞춤버스가 있어 10분도 기다리지 않고 버스에 오른다. 서울의 동쪽 진접에서 출발한 병완이가 만나는 장소가 어디냐고 물어 온다. 벌써 도착하여 산성입구 매표소까지 둘러 왔다고 한다. 아마 반 년 만에 나온듯하다. 고우산행의 감초이자 영원한 왕회장 춘성이도 벌써 와서 기다리고, 집에서 20분도 채 안 걸려 왔다는 동준, 자주 늦게 나오지만 가장 앞서가는 정배, 참석도 산행도 꾸준한 태인, 기창, 거기에 상구가 부부동반으로 참석하니 13명이나 모였다. 조금 뒤에 광진부부가 지금 어디쯤 가느냐고 물으며 지축에 와 있다한다. 북한동의 식당차를 타면 시간상 북한동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얘기하고 다시 통화하자고 한다. 추운 날씨에도 15명이나 참석하다니 흡족한 출발이다. 무엇보다도 예상치 못한 친구들 계창, 병완, 준채, 상구부부, 광진부부들이 함께한 오늘은 다른 어떤 산행보다 즐겁고 의의 깊은 산행이 된 것이다.
산으로 들어서니 단풍은 온데간데없고 갑작스런 추위와 바람에 떨어진 갈색의 나뭇잎들이 길에 누워 있다. 나무들은 여름날의 왕성한 생장력과 짙은 녹음을 뒤로 한 채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마지막 열정을 태우기도 전에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다. 남장대터지에 올라 성곽을 바라보며 여기가 북한산성 안인지 밖인지, 행궁이 있던 자리냐고 재확인한다. 그리 많이 북한산을 찾았어도 북한산성의 전체적인 윤곽이나 봉우리나 계곡의 이름도 잘 모른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대부분 잘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산 속에서는 북한산이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는 없다. 사람이 어떤 대상물을 볼 때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고 했든가 북한산 전체를 볼 수 없다면 그저 보이는 봉우리와 계곡을 보고 즐기는 것이다. 그렇게 자주 보다 보면 그 대상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알게 되고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다.
내려오는 길은 더 어렵다. 낙엽 속에 감춰진 등산로에는 살얼음이 끼어 있는 곳도 있고 낙엽 때문에 미끄러져 넘어지기 쉽다. 계창이나 동준이는 관절이 좋지 않아 내려 올 때 더 힘이 든다고 한다. 겨울에 빙판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더 힘들고, 더 나쁜 영향이 올 텐데. 허기야 60년을 써온 몸인데 살살 달래가면서, 조심조심 사는 날까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잘 사용해야 하겠지.
오늘 산행의 주인공은 병완이다. 멀리서 서울을 관통하여 북서쪽 끄트머리까지 온 것하며, 농사에 바빠 반년 만에 나온 것도 반갑지만, 줄담배를 피우던 그가 금연에 성공했다니 모두가 축하해야할 일인 것이다. 년 초 영호가 회사 직원들에게 금연에 성공하면 별도의 성과금을 주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우리 친구들 중에서도 희망자에게는 돈을 걸겠다고 했다. 단 실패할 경우는 3배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했는데 병완이가 술김에 덜컥 응하고 말았다.
그때 ‘누구누구도 도전해봐라’ 하면서 과연 병완이가 금연에 성공할지에는 반신반의하였다. 실제로 한 동안 산행에 오지 않을 때, 농사일로 바쁘기도 하겠지만 공개석상에서 친구들과 금연한다고 약속한 것을 깨기가 어려워 안 나온다고 얘기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수십 년 피우던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는다는 것은 수월찮은 일이다. 금단현상이 보통 1~2주일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잘 넘기고, 담배의 유혹을 잘 물리친 것이다. 참으로 장한 결심을 했고 꿋꿋한 실천력을 발휘한 것이다. 다른 친구들도 금연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북한산 산행에 같이한 친구들, 그리고 마음으로 동참한 고우회원님들 고맙습니다.
김광진+ 김기창 김정배 박종민 박준채 신재선 안태인 유춘성 이상구+ 이추석 최동준
한계창 황병완
첫댓글 눈안왔던가요? 추운데 수고들 하셨네요..항상 안전 산행하십시요..
회장님이 산행기를 이렇게 빠짐없이 잘도 기록으로 남기셨습니다..한 이십년 후면 역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