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가득한 제주 곶자왈 환상숲
- 율여신님의 곶자왈 여행기 -
늘 관광 사이에 둘러싸여 소란스러운 나날들을 보내다 보니 자연이 그립더라고요. 친한 지인과 만날 약속을 잡고 식사를 하러 가기 전 제주 곶자왈 환상숲에 잠깐 들러 구경 겸 산책을 즐겼습니다. 나무에서 만들어지는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나니 기분이 한 결 낫더라고요.
제주도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시내에서는 30~40분 정도 걸리더군요. 돌에 새겨진 환상숲 글씨를 보는 것만으로도 약간은 마음이 차분해지는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전 입구 쪽에 마련된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 표를 구매하기 위해 섰어요. 입장료가 발생을 하니 미리 확인을 하시고 방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행히 도민 할인이 가능하더군요.
그렇게 표를 구매한 뒤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보았어요.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화살표로 친절하게 표시되어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답니다.
제일 처음으로 마주한 곳은 널찍한 흙길에 무성하게 자라난 나무길이였어요. 일단 바닥이 딱딱한 돌길이 아니라 마음에 들었고요. 흙이 평평하게 깔려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었어요.
조금 더 안쪽으로 이동하니 돌과 나무가 뒤섞인 모습의 숲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인위적으로 다듬은 느낌 없이 나무와 돌담에는 초록 이끼와 덩굴식물들이 마구 자라나 있는 모습이 드러났어요.
산길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다소 약해 보이는 모습의 나무도 길쭉하게 자라난 것을 구경할 수 있었어요. 제주 곶자왈 환상숲은 예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포토톤으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그리고 중간중간 자연물을 해치지 않고 꾸며좋은 문구, 포토존이 꾸며져 있었는데요. 가슴을 울리는 글귀도 몇 개 있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나무의 최선이라니요. 문득 미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마구잡이로 뻗어 있는 나뭇가지 사이 틈으로 간간이 들어오는 햇살은 따뜻하게 흙길을 비춰주고 있었어요. 주렁주렁 아래쪽으로 닿을 듯 길게 뻗어 나온 나뭇잎의 잎사귀도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어요.
다른 쪽으로 이동을 하니 나뭇잎이 아닌 나뭇가지로 빼곡하게 채워진 나무길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꽤 오랜 시간 동안 한자리에서 뜨거운 햇빛과 모진 바람, 추위를 이겨냈을 모습이 눈에 그려지더군요.
봉긋하게 쌓여있는 돌무더기 위에도 이끼는 가득했습니다. 누군가가 만지거나 건드리지 않은 자연의 결과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어요.
자연을 훼손하진 않았지만 흙길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다 보니 평평하고 매끄럽게 잘 꾸며져 있더라고요. 간혹 돌이나 나무 꾸리가 걸리긴 했지만 험하진 않았어요.
작은 나뭇조각에 글씨를 새겨놓은 표시판을 확인해가며 천천히 길을 따라 이동할 수 있었어요. 제주 곶자왈 환상숲엔 사소한 것 하나부터 세심하게 꾸며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주변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구경을 하던 중 땅 아래쪽으로 움푹 팬 굴 하나를 발견했어요. 돌 앞쪽으로 공간이 뻥 뚫려 있었는데요. 동물이 만든 건지 바람이 만든 건지 모르겠으나 신비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어요. 여기서 토끼가 톡 튀어나올 것만 같더라고요.
평평하게 깔려있는 돌은 누군가가 만든 거겠죠. 그리고 숲으로 변한 이 상태에서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고 고스란히 놔둔 거겠죠. 세월을 그대로 이겨내고 맞이했겠죠.
독특한 잎사귀가 바람결에 찰랑찰랑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제 마음도 덩달아 찰랑찰랑 따라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전체적으로 숲은 축축한 습기가 가득했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답니다.
나무만 빼곡하게 자라난 인공 숲보다는 어디서 돌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곶자왈이 훨씬 재미있었어요. 뭔가 좀 신비롭기도 하고요.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면이 문득문득 튀어나왔어요.
나무뿌리와 단단한 바위, 돌멩이들이 서로 뒤엉켜있는 듯한 모습의 제주 곶자왈 환상숲을 보고 있으니 꼭 자연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몸속까지 깨끗하게 정화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공간마다 작은 나무 안내판에는 이름이 쓰여 있어서요. 자연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움푹 팬 땅 아래는 푹 까지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겠어요. 길이 가파르진 않지만 넘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커다랗게 쌓여있는 돌탑을 보면서 혼자 소원도 빌어 보았답니다. 미신이긴 한데 그래도 자연의 정기를 받아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어요.
그렇게 한참을 걷고 나서야 다시 처음 들어왔던 곳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나가는 길에 카페도 있으니 휴식이 필요하시다면 잠깐 들르는 것도 괜찮겠네요.
저는 점심을 먹기로 약속이 돼 있던지라 서둘러 물통식당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제주 곶자왈 환상숲에서 차량으로 5분 정도 거리라 금방 도착할 수 있었어요.
활짝 열려있는 입구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니 깨끗하게 정돈된 널찍한 홀과 원형 테이블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자리도 넉넉했습니다.
판매 메뉴는 다양한데요. 저는 흑돼지 연탄구이를 우선 주문해 보았어요.
화구 속에는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연탄이 하나 들어갔고요. 그 주변엔 맛깔스러운 비주얼의 다양한 반찬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었습니다.
새송이버섯과 함께 준비된 흑돼지 고기는 초벌까지 해서 준비를 해 주셨어요. 노르스름하게 익은 모습은 군침이 꼴깍 넘어갈 정도로 먹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놓고 나니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중앙엔 짜글짜글하게 끓어오르는 멜젓까지 준비를 해두고 맛보았어요.
추가로 돼지 막창을 조금 더 시켜서 같이 구웠더니 불판에 빈틈이 없더군요. 자글자글 기름 튀는 소리와 함께 풍겨져 나오는 고소한 냄새가 코 끝을 자극했어요.
후식으로 주문한 막국수를 후루룩 넘기니 개운하게 속을 풀었어요. 돼지기름으로 인한 느끼함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돼지고기는 주로 멜젓을 찍어 먹었는데요. 비린내도 없고 누린내도 없이 깔끔했어요.
후식으로 주문한 된장찌개까지 먹고 나니 속이 확 풀리더군요. 새우를 비롯한 해물 덕분에 진하게 우러난 국물이 끝내줬습니다. 조만간 육지에서 친구가 놀러 오기로 했는데 제주 곶자왈 환상숲부터 식당까지 그대로 데려가 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