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에...
4월 23일 오늘은 1995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제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유네스코는 독서 출판을 장려하고 저작권 제도를 통해 지적 소유권을 보호하는 국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념일로 독서와 저술 및 이와 밀접히 연관된 저작권의 증진에 기여하면서, 책의 창조적, 산업적, 정책적, 국내적, 국제적 측면 등 다양한 면모를 끌어내는 데 그 목적을 가지고 있다.
○ 4월 23일로 결정된 것은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까딸루니아 지방 축제일인 '세인트 조지의 날(St. George's Day)'과,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 이날인 데서 유래된 것이다.
○ 국내에서는
2012년 '독서의 해'를 맞아 책으로 행복한 마음을 전하는 책 선물 문화 정착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의 공모를 통해 세계 책의 날의 애칭을 '책 드림 날'로 정했다.
'책 드림'은 ‘책을 드린다’라는 뜻과 영어 ‘Dream’으로 ‘책에서 꿈과 소망, 희망을 찾는다’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 '장서가' 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장서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누를 수 없는 소유욕이 있어야 진짜 장서가 이다.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생전에 살던 집은 작은 도서관을 방불케 했다. 사람들이 “이 많은 책을 다 읽으셨냐?”고 물으면 “다 읽은 책을 뭣 하려고 집에 두나? 여기 있는 책은 지금부터 읽을 것들” 이란 말로 기를 죽였다.
소설가 김영하는 “책이란 읽으려고 사는 게 아니라 사 놓은 것 중에 읽는 것”이란 말로 장서가들의 책 욕심을 표현했다.
○ 종이가 없던 시절엔...
양피지로 300쪽짜리 책 한 권 만들려면 양 100마리가 필요했다. 필경사의 작업도 더뎌서 1년에 2권 정도 필사했다.
15세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장서가 겨우 122권이었다. 중세 직업 중엔 필사할 책을 찾아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는 책 사냥꾼도 있었다.
구텐베르크 이전엔 책값도 터무니없이 비쌌다. 독일 바이에른에선 포도밭을 팔아야 책 한 권 샀다는 기록이 있다.
책 한 권이 품은 가치도 오늘날과 비교할 수 없었다. 동로마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15세기 오스만튀르크에 함락당하자 그곳 학자들이 애지중지하던 장서를 들고 서유럽으로 피신했다. 그중에는 1000년간 잊혔던 플라톤과 소포클레스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 때 넘어간 책은 고작 230여 권이었지만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데 일조했다.
○ 그런데 요즘은...
평생 책을 읽고 수집한 이들이 책을 기증하려 해도 받아주는 도서관이 없어 애태운다. 실제 그런가 싶어 도서관에 기증 절차를 물었더니 ‘우리 도서관 취지에 맞는 전문 도서로 최근 5년 이내 출판된 것’ 같은 조건이 붙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책을 기증받으면 감사장을 주던 도서관들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은 책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만 해마다 약 8000만권이 책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도 책장을 차지하는 종이책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 전자책
영화 ‘매트릭스’에선 주인공이 부피도 무게도 없는 전자책으로 가득한 가상 서가에 접속해 지식을 얻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전자책은 단점도 뚜렷하다. 자체 발광 디스플레이가 끊임없이 뇌를 교란해 독서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있어서 전자책을 읽을 때 뇌는 대강 훑어보거나 핵심만 추린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에서 전자책의 경쟁 대상은 가벼운 읽을 거리를 담은 문고본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간의 기술 발전 속도로 볼 때, 전자책의 한계도 곧 극복 될것이다.
이젠 무엇이든 간단 명료하고 쉬운것을 선호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도서관 장서가 어떻게 바뀌든 지식 축적의 보고라는 본연의 기능만은 바뀌지 말아야 한다.
문득 읊어 보는 시라는 '偶吟(우음)' 이인노(李仁老) 詩 한수를 봅니다.
우음(偶吟) / 이인노(李仁老)
매단연림리소원(買斷煙林理小園)
안개 낀 숲을 전부 사들여 작은 동산을 가꾸니,
남창수기부조훤(南窓睡起負朝暄)
남쪽으로 난 창문 곁에서 잠에 깨어 따뜻한 아침 햇살을 받네 (暄 따뜻할 훤)
백두불회유관오 (白頭不悔儒冠誤)
흰머리 성성한 궁핍한 선비라도 후회해 본적이 없고,
상파진편교자손 (尙把塵編敎子孫)
오히려 먼지 낀 옛 책을 펼쳐 자손들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