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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슨로이터 화학분야 수상예측 인물로 유룡 IBS단장·KAIST 교수 선정
유 단장 "평가 염두에 두지 않고 미래 중심 연구…평가제도 바뀌어야"
"국가과학자로 지정되던 해에 교수 평가는 D등급을 받았어요.(웃음) 나가라는 수준인셈이죠. 앞으로 더 많은 연구자들이 노벨상 후보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평가제도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자기의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하죠. 연구자도 나를 위한 연구가 아닌 이 분야의 다른 과학자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연구를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만감이 교차했다. 유룡 교수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얽키고 설키었다. 그는 노벨상 수상예측 후보에 한국인으로 처음 이름을 올린것에 대해 "이제 시작으로 때가 된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유 단장은 지난 18일께 톰슨로이터가 선정한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자' 명단 메일을 받았다. 그러나 외국 출장과 여러명에게 보냈을 것이라는 생각에 메일을 열어보지도 않았다. 귀국 후 지난 주말에야 메일을 열어보고 유력 후보 3팀에게만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벨화학상 수상이 유력한 3배수에 든 셈이다.
그는 "한국의 기초연구 성과들이 쌓여지면서 앞으로 더 많은 연구자들이 이름을 올리고 결국에는 노벨상을 받을 것이다. 연구자들이 자기분야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평가제도가 바뀐다면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은 멀지않다"면서 "연구자들도 철새처럼 연구 유행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정책문제와 후배 연구자를 위한 조언으로 소감을 전했다. 이는 평소 그의 연구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의 유룡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연구단 단장(KAIST 화학과 특훈 교수)이 한국인 최초로 톰슨로이터가 선정하는 올해의 노벨상 수상 예측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톰슨로이터는 자체 보유하고 있는 연구인용 데이터베이스인 '웹 오브사이언스'에 기반한 자료를 분석해 매년 유력한 노벨상 후보자 명단을 예측, 발표하고 있다. 2002년부터 예측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과학분야에서 156명중 25명이 실제 노벨상을 수상해 해마다 연구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단장은 톰슨 로이터가 화학분야에서 선정한 세개 주제 분야 가운데 기능성 메조다공성물질 디자인 관련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같은 주제를 연구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찰스 크레스지(Charles T. Kresge) 미국의 게일런 스터키(Galen D. Stucky)와 공동으로 후보자 명단에 올랐다.
그의 연구분야인 기능성 메조다공성 물질 설계에 관한 연구성과 논문은 1만9800번이 넘는 인용회수를 자랑한다. 단일 논문으로 1000번이 넘는 인용회수를 기록한 논문이 3편이나 있을 정도로 이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 받는다.
유 단장은 "기능성 메조다공성 물질 연구자들이 노벨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응용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면서 "2009년과 2011년 그동안 연구결과로 미세 다공성 물질을 만드는데 성공하고 각 분야에서 촉매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초와 응용면에서 주목을 받게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 단장의 성과는 우리나라 과학계 전체에 큰 희망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노벨상 수상자 발표때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죄인아닌 죄인으로 주눅이 들었던 상황. 이젠 과학기술인의 축제로 노벨상 발표를 손꼽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노벨상이 연구자들의 최대 목표는 아니지만 기초 연구성과들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국가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돼 각 국의 정부와 연구자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물리화학 전공에서 기능성 메조다공성 물질 개척자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는 물리화학으로 받았어요. 국내에 귀국해서도 같은 분야를 연구했는데 이 물질이 필요하게 됐어요. 그런데 딱 한번 연구논문이 나오고 연구가 안돼 물질을 구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공부하고 실험하며 물질을 개발하기 시작했죠. 결과가 좋았어요. 성과들이 우리나라 자체에서 연구한 토종 연구분야로 아예 전공을 바꾸게 됐습니다."
유 단장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제올라이트에 담지된 백금클러스터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올라이트는 자신의 연구분야에 활용하는 물질이었던 것. 그러나 연구에 활용할 물질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상황으로 직접 연구를 하고 다양한 성과를 내며 연구분야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는 1999년 처음으로 메조다공성 물질을 거푸집으로 이용해 나노구조의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나노주형합성법'을 창안하는데 성공한다.
또 이 방법으로 같은해 규칙적으로 배열된 탄소를 세계 최초로 합성해 국제 무대에도 이름을 알렸다. 특히 KAIST에서 만든 탄소나노 구조물(Carbon Mesostructured by KAIST)이라는 뜻을 지난 탄소나노벌집은 'CMK' 라는 고유명사로 통용된다.
그의 연구 성과로 기초연구 수준에 머물던 메조다공성 물질이 화학, 의학품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해졌다.
2009년 2011년 사이언스지와 네이처에 논문이 발표되면서 유룡 단장은 기능성 메조나노다공성물질분야 개척자로 인정받게 된다. 유 단장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제올라이트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렉상'을 수상하고 국가과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사이언스지에서는 '나노 다공성 제올라이트 합성'을 2011년 10대 연구과학기술 성과로 선정했다. 메조다공성 물질분야 독립군으로 유 단장이 고지를 점령한 셈이다.
◆노벨상 아닌 미래에 도움 될 연구 할것…연구철새는 정책문제
"처음 연구성과를 발표할때는 세미나에 참석하는 연구자들이 거의 없었어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지요. 지금은 따로 학회가 운영될정도로 커졌습니다. 자신의 연구분야없이 철새처럼 유행따라 연구과제를 기웃거리는 연구자들이 많은데 이는 당장 보이는 논문 성과 등으로 평가하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책 때문이죠. 평가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젊은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점점할 수 없게됩니다."
그는 연구자들의 철새연구 행태 원인을 평가제도 문제에 뒀다. 논문과 당장의 중소기업 지원 등 물리적 수치로만 평가하는 제도로는 기초연구의 수준이 올라갈수 없다는 것.
유 단장은 "메조다공성 물질로 국가과학자에 선정되는데 10년, 노벨상 유력후보로 오르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면서 "기초연구는 이처럼 시간이 필요한데 연구자가 한 분야 연구를 할수 있는 환경이 안되는 상황이다. 당장 평가에 신경을 써야하는 하는 게 현실이다. 나 역시 국가과학자로 지정되던해에 학교에서 교수평가는 D등급을 받은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연구를 계속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창의연구 과제와 국가과학자 과제를 꼽았다. 두개의 과제에 연이어 선정되면서 자신의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 단장은 "과제를 하면서도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3년마다 평가를 하는데 운이좋았는지 그때마다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국가과학자 과제 연장이 안되면서 IBS연구단에 합류하게 됐다. 젊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창의과제 등 좋은 연구과제는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구는 벤처기업과 같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듯이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사람부터 제대로 발굴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철새 연구는 금물, 아이디어와 창의성 개발에 집중하라
"우리나라 연구자가 노벨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시대가 된 것은 갑자기 나라서 된 것이 아니에요. 사회전반적으로 무르익은 결과인 것이죠. 그런데 지금처럼 연구자들이 철새처럼 시의적 과제에 흔들리면 미래가 어둡습니다. 철새처럼 몰리며 연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유 단장은 '철새연구'라는 말로 이즈음 연구 풍토를 빗대며 젊은 연구자에 대한 일침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자신만의 연구분야를 발굴하는 방법으로 연구에 집중하는 것 못지않게 제대로 쉬고 여유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는 하루의 절반은 실험실에 있을정도로 자주 들어가지만 후배 연구자들과 산책하는 시간도 즐긴다.
또 노동과 운동시간도 안배한다. 주말에는 별도로 마련한 농장에서 노동을 하고 틈나는 대로 운동으로 체력을 다진다. 지덕체 전인교육이 고루 이뤄질 때 아이디어도 나오고 창의성도 왕성해 진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현재의 교육제도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현재의 교육제도로는 학생들의 창의성이 퇴보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시골이 고향이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다. 또 그는 문과 출신이다. 집안의 권유로 법대를 지망하려 했으나 고2 무렵 스스로 대학을 준비하면서 공대를 가기위한 전략을 세웠다.
유 단장은 "누가 챙겨줬다면 못했을 것이다. 당시 환경에서는 모든것을 혼자해야 했는데 기출 문제지를 구입해 분석하며 준비했고 결국 서울 공대에 들어가게 됐다"면서 "청소년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창의적 교육을 어릴적부터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 제도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스스로 준비하고 고민하면서 연구에 대한 혜안도 생길수 있고 정책에 의연할 수 있는 강심장으로 단단해지기도 한다"고 조언하며 "현재 메조다공성 물질에 대해 다양하게 연구중"이라고 계획에 대해 살짝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