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 입국하여 기차로 니가타현 에치고유자와에 도착해 설국의 무대를 찾다!
한송이 눈이 나/ 또 다른 한송이가 당신/ 아득히 먼 하늘에서 날아와/ 우연히 만난
불가사의/ 생명의 한 송이가 당신/ 또 다른 한 송이가 나/ 이 세상에서 단 한번만/
하나가 된 기적/ 서로가 껴안으면 지옥 아니면 꿈/ 다 타버리면 어디로 가나/
아아, 반짝반짝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눈꽃/ 반짝반짝 슬플 정도로/ 아름다운 눈꽃
노벨문학상 수상작 설국(雪國) 을 쓴 가와바티 야스나리 (川端康成) 가 틴생한지 100년
되는 해를 기념해 나오키상을 수상한 사사쿠라 아키라 가 2000년에 집필한 현대판
애절한 순애의 세계를 그렸다는 신 설국 은 고토 고이치 감독이 오쿠다 에이지와
유민을 주연으로 영화로 제작했다니 설국은 일본 사람들 마음에 담긴 고향인가 봅니다?
해서 일본 "동북지방과 홋카이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보기로 한 도시가 설국의
무대인 에치고유자와 인데... 일본은 110볼트 라... 소켓 앞에 꽂는 돼지코 두개까지 챙겨
6월 29일 김해공항으로 가는데 디카 밧데리를 사흘전에 충전했는데도 방전이 된 탓에
공항 휴대폰 센터에서 충전을 하는데, 마눌의 스마트폰은 따로 조작 없이 그냥 들고 탑니다.
몇년 전의 신문에, 일본인 기시미 이치로 의 "미움받을 용기" 가 22주째 전국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나카마사의 "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하는가?" 와
"고쿠몬 고이치로의 들뢰즈 읽기" 및 도다야마의 "철학의 기원" 등
일본 철학책 들이 한국을 휩쓸었던 적이 있었으니..... 우리는 저 일본으로 출발 합니다!
한때 일본인들의 철학 서적들이 한국 대중의 머리를 지배했던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고, 우리 비행기는 저가 항공 이라 맥주는 없지만...... 그래도 곤드레 비빔밥 에
음료수는 주는지라 잘 먹는데, 비행기는 2시간을 날아 13시 도쿄 나리타 공항 에 내립니다.
오늘 일정이 에치고 유자와 의 설국관 입장 때문에 시간이 없어 배낭을 맡기지 않고
기내에 들고 들어간지라 짐을 찾는 시간을 절약해 바로 입국 수속을 합니다.
그러고는 지하로 내려가 JR 창구를 찾아 교환권을 JR 패스로 교환 하려는데
어째 창구가 너무 작아 이상하다 했더니, 여긴 그냥 티켓을 구입하는 곳이네요....
다시 JR 여행 서비스센터 인 미도리노 마도구찌 みどりの窓口 에서 교환권을
JR 패스 로 바꾸면서 준비해온 목적지가 인쇄된 종이를 내밀며, 좌석
까지 예약을 합니다. 그러고는 한 층을 더 내려가 기차를 타는데, 성미 급한
울 마눌 기차가 이미도착해 있다며 급히 올라타려는걸 제지 하고는 살펴 보니.....
닛포리를 거쳐 우에노 까지 가는 사철 게이세이센 京成線 스카이라이너는 건너편이니
JR 은 맞지만..... 이건 쾌속 기차 라 우리 나리타 익스프레스 는 반대편 선로에
들어옵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 를 타고는 한시간 남짓 달려서는 도쿄역 에
도착해서는 니가타행 조에쓰 신칸센 上越 新幹線(상월신간선) 을 타야 하는 데.....
혼잡하기 짝이 없는 역사를 표시판을 따라 이리저리 돌고돌아 다시 신칸센 기차
를 바꾸어 타고 역에서 천엔에 산 에키벤 도시락을 먹으며.....
1시간 24분을 달려서는 미쿠니 산맥을 넘어 드디어 에치고 유자와 에 도착 합니다.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의 소설 “설국”의 첫머리에 나오는 것처럼 조에쓰 신칸센
上越 新幹線 기차는 긴 터널 을 지나서야..... 비로소 멈춘 것입니다.
동아일보 조성하 기자는 에치고유자와 마을을 찾아 보고는 "밤의 밑바닥이 하애졌다" 는
표현은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는 실제로 체험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그렇다면.... 야스나리는 눈쌓인 겨울, 그것도 한밤중에 이 마을을 찾았을 것으로 봅니다?
또 조씨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긴 터널" 을 찾아 보았다는데 유자와 마을에서 10km 떨어진
시미즈(淸水 청수) 터널로 "신호소" 는 터널을 빠져나오면 처음 만나는 쓰치타루역 이니
소설에서 요코 가 차창 밖의 역장과 담소를 나눈 곳이라는데, 이번에 찾아볼 수 있을른지....
여기 에치고 유자와 えちこゆざわ 越後湯沢 (월후탕택) 는 야스나리가 노벨상 수상작인
“설국” 을 쓴 곳이니..... 역 서구 로 나와 설국관 雪国館 부터 찾아 가는데 설국관
의 이름은 湯沢町 歷史民俗 資料館 (탕택정 역사민속 자료관) 으로 4시 반에 마칩니다.
설국관에 입장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걸 구경합니다.
소설은 서양 무용에 심취한 시마무라 가 도쿄에서 기차를 타고 오다가 유리창 거울
속 에 흐르는 저녁 풍경과 어우러져 영화의 이중 노출 처럼 비쳐진 처녀의 모습 에서.....
“이 세상이 아닌 상징의 세계” 를 발견하는 것이니..... “설국” 의 세계를
비현실적인 “환(幻)의 공간” 으로 설정하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자료관 에는 이 지역이 눈이 많이 오는 고장이어서인지 스키 와 눈속에 입는 우비 나
나무를 댄 신발이 있고.... 화로에 끓는 주전자며 탈곡기등 생활용품도 보입니다.
여주인공인 게이샤 고마코 의 모델인 마츠에 가 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내리는 창밖 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의 인형이 참 인상적 입니다!
야스나리 는 1899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도쿄제국대학 국문과를 졸업
하고 문예시대를 창간해서는 새로운 사조인 신감각파 운동 을 벌입니다.
1924년 서정적 필체의 첫 소설 “이즈의 무희” 를 발표한 후에 1937년에 설국 을
썼으며.... 천우학, 산소리, 고도에서 "서정적 미의 세계" 를 표현 했습니다.
1968년 소설 설국 으로 노벨 문학상 을 받았으며 74세가 되던 1972년 맹장염 수술후
누가 일본인이 아니랄까봐.... 집에서 가스불을 피워서는 자기 생을 마감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오랜 기간 무사도 세계 를 겪어온 탓인지, 죽음 앞에 구질구질한 것을 싫어
하는지라 한순간에 지는 벚꽃 처럼 "죽음에 대한 미학" 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시마무라는 도쿄에서 기차로 눈의 나라 설국의 온천 에 와서는 게이샤 고마코 와
관능적인 사랑 에 빠지면서도..... 순수한 소녀 요코 에게도 마음이 끌립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시마무라가 갇힌 허무의 벽 에 부딪혀 좌절하는데..... 투명한 거울에
관능적인 고마코 와 순수한 요코 의 삶이 처연하리만치 선명하게 비치는 것이라!!!
그러고는 되돌아와 역 서구에 있는 관광안내소인 雪国觀光舍(설국관광사) 에서
시내 지도 를 받아서는 우리가 예약한 호텔 뉴 몬데 위치를 알아 봅니다.
그러고는 역 동문 에서 부터 걷는다면 설국의 무대들인 고마코노유 목욕탕 과
스와 진자 및 타카한 료칸 까지 도보로 얼마나 걸리는지 시간 을 알아 봅니다.
에치고 유자와 역을 들어서니.... 역 안에 가게들이 엄청 많은 것을 보고 놀라는데
그만큼 이 도시는 관광객 이 많이 찾는다는 뜻이겠지요? 도쿄에서 보자면
11시 방향 산맥 가운데에 있는 도시로 니가타현 미나미 우오누마군 에 속합니다.
역 동구 로 나와 죄회전을 하여 100여 미터를 올라가니 인터넷 라쿠텐 트래블
에서 예약한 Business & Petit Hotel New Monde 호텔을 발견 합니다.
뉴 몬데는 비즈니스는 호텔 이라기 보다는 그냥 자그만 전통 료칸 인데...
아침을 주고 부가세 8% 까지 포함해 2인 합계 금액이 10,900 엔 입니다.
여관에 공동 목욕탕 이 있다지만 온천욕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역 서구 광장 한켠에 있는
총합안내소인 설국 관광사 에서 받은 시내 지도 를 들고 마을 구경에 나섭니다.
에치고 유자와 마을에는 니가타의 옛 율령국가 "에치고국의 이름" 을 더해 에치고 유자와
역이 지어졌으며..... 여름에는 하이킹과 캠핑, 겨울에는 스키 천국 이 된다고 합니다.
헤이안 시대 말기에 온천 이 발견되었고 에도 시대에는 미쿠니가도의 역참 마을 로
발전했으며 1930년대에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상 수상작 "유키쿠니(설국)"
를 집필하였으니 온천향이자 스키장에 설국 3자가 어우러진 마을이 되었다고 합니다!
기차역 오른편 동구에 난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몬도코엔 主水公園(주수공원)이 나오는데
이 마을은 온천으로 유명한지라..... 물이 흔하고 또 꽃도 지천으로 피어있는걸 봅니다.
여기 몬도코엔 主水公園(주수공원) 공원에 “雪国の碑” 돌비석이 서 있는데 읽어 보니....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바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 의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로 이 마을의
다카한 이라는 여관 에서 저 노벨상 수상 작품 소설을 썼다던가요?
분수를 뒤로하고 삼거리 가정집 같은 미용실에서 우회전해 지도를 보며 온천 을 찾아가는데
길가에 맑은 물이 흐르는 수로 가 있고 잉어와 금붕어 가 헤엄치는 모습을 구경합니다.
사거리 樂町(낙정) 에서 왼쪽길로 접어들어 150미터를 가서 간판을 보고 좌회전을 합니다.
200미터를 가니 마을에서도 오래된 공중 목욕탕인 고마코노유 駒子の湯 온천
이 나오니, 야스나리 가 쓴 소설 설국 에 나오는 여주인공 이름 고마코 를
딴 것인가 본데..... 소설이 나오고 나서 원래 목욕탕의 이름을 바꾼 것 일러나?
500엔에 밤 9시 까지 영업한다고 적혀있건만 벌서 해가 지기로.... 우리 부부는 마음이
급하니 온천은 나중에 돌아오다가 들러기로 하고 길을 재촉합니다. 되돌아나와
大石田公園(대석전공원) 을 지나고 下湯沢公民館(하탕택공민관) 못미쳐 왼쪽길로.....
접어들어 상월선 철길을 지나서 신칸센 철길에는 못미쳐 오래된 신사 에 도착
하니.... 바로 지은지 800년이 된 신사로 스와진자 諏訪神社(취방신사)
라고 하는데, 1943년에 철도 부설 때문인지 현재 자리로 옮겼다고 하네요?
마을 산책길에 여기 신사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소설 설국의 줄거리 를 구상했다고
전해지는데..... 큰 삼나무 아래에서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맹세하며 앉았던
너럭바위 도 아직 남아 있어 앉아 오래된 삼나무를 보며 설국의 줄거리를 회상해 봅니다.
부모가 남겨준 재산으로 무위도식하는 시마무라 는 도쿄에서 기차로 여기 눈의 나라
시골 온천에 와서는..... 게이샤 고마코 와 관능적인 사랑 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사랑에 온몸을 던지는 순수한 소녀 요코 에게도 마음이
끌리는데.... 그러다 보니 고마코의 정열적인 애정 을 “헛된 일” 로 치부 합니다.
두 여인은 현실 세계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한번 가보지도 못한 외국 무용 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시마무라를 현실세계로 이끄는 열쇠 같은 존재였을라나? 하지만
그녀들은 시마무라가 지닌 허무의벽 에 부딪혀 튕겨나올뿐이니 투명한 허무의 거울
에 열정적인 고마코 와 순수한 요코 의 생명이 처연하리만치 선명하게 비치는 것이네요!
신사 란 일본의 신도(神道) 신앙 에 의거해서 신들을 제사 지내기 위해서 세워진 건물로
일반적으로는 신이 진좌하는 본전 과 신을 예배하고 각종 의례를 행하는 배전 에
신역으로 들어서는 문 도리이(鳥居) 및 참배자가 심신을 정결하는 우물 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신관 이 근무하지 않는지 아님 퇴근했는지 인기척이 없는데... 해가 지니
귀기 마저 느껴집니다. 그런데 신사의 명칭이 스와진자 諏訪神社(취방신사) 인데,
나가사키 에 순 일본식건축 양식을 따른 신사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매년
10월 7일 부터 나가사키쿤치 長崎くんち 라는 제례 행사가 열리는 곳도 스와진자 입니다.
하지만 스와 신앙 의 본산은 일본 중부 나가노현 동남부에 있는 스와시의 대신사 를
말하는 것으로.... 그 신앙이 일본 전국으로 퍼진 것이라 여겨집니다! 16세기
전국시대에는 저 나가노의 스와 대신관 “스와 요리시게” 는 “우에하라 성” 과
"다카시마성" 을 쌓고는 일대의 백성을 다스리는 다이묘(영주) 이기도 했었습니다.
남쪽 가이국 (야마나시현) 의 영주 다케다 신겐 이 전국 통일의 야망을 품고는..... 먼저 여동생 을
스와 요리시게에게 시집 보내 아들이 태어나니 스와씨가 방심 하는사이 다케다 신겐 은
스와 가문에 분란 을 일으킨후 쳐들어가서 신겐은 간교한 술책을 써서 대신관 스와 요리시게
가 우에하라성 을 버리고 다카시마성 으로 물러나게 해서, 요리시게가 백성들의 신망 을 잃자.....
다케자 신겐 은 다카시마성까지 함락하여 스와를 집어삼키고 요리시게를 자결 시킨 후에
요리시게의 딸인 미사 를 취해 아들 가쓰요리 를 얻는데, 훗날 신겐이 일본 통일을 위해
도쿠가와 및 오다 노부나가와 싸우다 병사한후 가쓰요리는 가이국을 멸망으로 이끌지요?
스와를 차지한 신겐 은 나가노를 북상해 1553년에 에치고(니가타현) 의 용 우에스기 겐신 과
나가노현 북부가와나카지마 에서 다섯 차례 처절한 전투 를 치르는데 1561년 4차 전투를
보자면 다케다군은 2만 중에 전사 4,600에 부상 7,500이고, 우에스기군은 1만 8천중에
전사 3,500 에 부상 9,400 으로 손실을 입었는데... 그보다 15년을 허비 한게 더 뼈아픕니다!
신겐 은 1572년에야 3만대군을 이끌고 미카타가하라 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 와 오다 노부나가
연합군을 쳐부수었으나 곧 진중에서 병사 하는데, 에치고(니가타현) 의 우에스기 겐신이
발목을 잡지만 않았다면 노부나가 가 아니라 다케다 신겐 이 교토로 상경해 일본의 주인이
되었을 것이니.... 오다 노부나가의 부하 였던 히데요시의 임진왜란 도 일어나지 않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