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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인의 방 [蒜艾齋 산애재] 원문보기 글쓴이: 松葉
▲시집 [☆녹색 필름☆]의 앞표지(좌)와 뒤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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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필름◎]
김금아 시집 / 현대시시인선 217 / 한국문연(2019.12.16) /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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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필름
아버지의 신발에 우물이 고여 있다
물그림자에 떠 있는 발자국에
유백색의 필름이 돌아간다
두레박이 열리고
다급한 바리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마흔아홉 살의 아이
하늘이 허리를 낮추자
나의 동공에 흰 광야가 어른거린다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모래무지에
젖무덤은 자란다
검은 신발 속으로 해가 잠기면
그림자는 남은 불빛을 뜯어먹는다
나는 두레박에 은하수를 잠그고
길이 보일 때까지 이사야서를 펼친다
옷겊 가득 논이랑을 매달고
걸어오는 아버지
16장 책갈피에서 폭포수 소리가 들리고
육신에는 수십 개의 풍경화가 돋아난다
나를 에워싸는 백팔십도의 우물
핏시 한 점 없는 물 깊이에
나는 아버지를 건져내고 있다
수채화에서 상현달이 펄럭이며
끊임없이 흐르는 하늘을 항해하고 있다
경고등
녹색스크린 안에 여자가 깊이 잠들어 있다
침대를 끌고 가는 초원으로 테마 기차가 달린다
창문마다 빨간 입술이 매달려 있다
남자는 입숙에 걸터앉아 리모컨을 켠다
머리에 돋아난 메타세쿼이아 숲을 지나서
똬리를 틀고 있던 꽃뱀이 촛대를 타고 오른다
살마들이 조각칼을 들고
여자의 생식기를 오려내어 상자에 담는다
여자를 실은 열차가 피를 흘리며
브라운관 밖으로 탈선한다
나는 얼굴을 떼어
시속 85킬로미터 초원으로 던진다
부메랑이 된 입술이 창에 루즈 자국을 찍는다
나는 여자의 손톱에 노란 램프 등 걸어놓고
침대를 클릭한 후
거웃을 울타리처럼 진열한다
검은 문
강대상 너머 좁은 종탑에 음악당 풍경이 기우뚱거린다
설교자가 깃대 휘장을 찍어 올리고
열두 개의 문에서 램프가 켜진다
봉헌함에는 사탕 나무가 자란다
깃대에서 실처럼 이어지는 나팔 소리
유리창에 사탕 열매가 달리고
행인들이 열매를 따서 패스포트에 넣는다
두 팔을 높이 든 흉상
뼈가 드러난 가슴에 고대 설형문자가 박혀 있다
발등에 돋아난 가시덩굴이
얼룩을 터뜨리며 허리를 타고 오른다
지휘자가 휘두르는 지휘봉이
소나기구름을 뒤덮기 시작하고
바깥 풍경이 악보대 위로 떨어진다
사제가 금목서를 펼친다
앰프에서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가운 자락이 신음 소리를 낸다
설법이 떨어질 때마다
동전 부딪히는 소리가 강연장을 흔들고
흰 눈알이 연보함 속으로 쏟아진다
붉고 긴 달이 초원에 걸려 있다
스크린 너머 동종이 울리고
푸른 초원에 뛰놀던 양 한 마리
은목서를 뜯어먹는다
설교자는 갈비뼈를 끈을 꿰어 네 기둥에 걸어둔다
뼈에서 흘러내리는 핏방울이
양의 흰털을 붉게 물들인다
<양들은 외출 중>
크리스털 팻말이 흔들리고 있다
뇌성
지구가 휴대폰에서 굴러떨어진다
지각변동이 일고
복사기에서 번개가 튕겨 나온다
궤도를 벗어난 낱말들이 폭음을 울리며
술병에 암호를 그려 놓는다
막차가 유리잔을 튕기며 지나가고
수십 잔의 와인이
바큇살에 끼어 굴러간다
바퀴의 속도에 이끌려 돌아가는 턴테이블
접이식 안경알에서
아카펠라가 흘러나오고
조각난 태양계가 모자이크로 재생된다
피사체에 놓인 리조트 한 채
현관문을 활짝 열자
콜타르로 박제된 여자가 걸어 나온다
유방 아래로 신생대 빙하가 흘러내리고
주름 겹겹이 고도의 분기가 흩어진다
두툼한 미라가
촛대를 잡고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면
나는
삭아지는 그를 8% 포르말린에 담가 놓고
가슴을 포개어 180도를 돈다
마그마가 물속에서 들끓는다
미라 이마에 새겨진 초승달
오른쪽 볼에서 안개비가 내리고
푹 팬 동공 안에서
곤충 나방들이 실바람을 일으킨다
드레스덴의 바다에는
플라스틱 파도가 솟구쳐 오른다
무인역에서
빗줄기가 쏟아지는 PC홈 화면 속으로
완행열차가 휩쓸려간다
사진틀에 걸터앉은 역무원이
물에 젖은 소식을 건져내어
점멸등에 걸어둔다
나는 안내판을 열고 들어선다
트랩을 매단 환승 표가
빗물을 빨아올릴 때마다 쇳소리를 낸다
좁은 철길을 누비는 캠코더
나는 #6호 팔레트를 열어 물방울무늬 우산을 그린다
우산이 하늘을 끌어당긴다
태풍 11호를 뿌리는 사이클리스트들이
톱날 같은 빗줄기를 튕겨낼 때마다
액자 속 초상화가 부르르 떤다
텅 빈 승강장에
강수량 그래프가 위험수위를 넘나들자
나는 &일람표를 펼쳐놓고 피아노를 친다
멜로디가 한 옥타브씩 올라가면서
빗방울을 지운다
땅딸막한 사내가
소매에 붙은 멜로디를 털어내며
내일의 하이라이트를 뽑아 든다
사내는 적색 강수량에 파란 눈금을 긋고
모바일 창을 닫는다
우산 속에 든 모형 집이 따뜻해지고 있다
밤에 뜨는 태양
폭탄 맞은 요리책이 현관에 엎디어 있다 가스레인지 너머 철재 고리가 달린 문이 열리고 첫 번째 문 앞에 거대한 지진이 일어난다 유리문에 붙은 얼음궁전이 화염에 불타고 세 번째 서랍장에서 스프링 행성이 솟구친다 진열대가 괴성을 지르는 성벽 사이에 형체가 망가진 얼굴 하나가 끼어 있다 텅 빈 동공에 번개가 꽂히고 녹슨 캐비닛 한 쌍이 스모그 속을 떠돈다 여자의 입술이 계단 밖에 찢겨 나와 사방의 어둠을 빨아먹는다 나는 조용히 입을 닫는다 돌가루가 뽀얗게 쌓인 벽난로 안에서 반쯤 타다 만 팔월의 풍경 한 장이 엷은 햇살을 끌어아는다 청동 거울에서 비가 느릿하게 내리고 기도하는 나의 두 손에 무지개가 스며든다
빨간 사이렌
호스피스 병원이 불타고 있다
요양병동 통유리에는
무성한 가지가 뻗어 있고
가지마다 방 하나씩 달고 서 있다
문을 열면
흰옷을 입은 남자들이
열리지 않는 상자를 안고 바동거린다
작업장에 놓인 침대는
억만 광년을 주시하는 돋보기가 놓여 있고
안경알에 푸른 눈물이 젖어 있다
복도를 끌고 다니는 히말라야 시인들
예방접종 타드에 주삿바늘을 꽂아놓는다
휠체어 아래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나뭇가지에 달린 유예기간 한 장이
벵골만 어부의 허벅지로 떨어진다
동공이 열리고
해안 둘레에 20세기 폭스의 영화 필름이 돌아간다
마스크로 뒤덮은 남자의 구리 수염에
추를 매단 시계가 걸렸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내들
모자를 눌러쓴 1801센티 키의 남자가
비틀거리며 손잡이를 꽉 잡는다
나는 고정시켰던 눈망을 빼어
빨간 줄무늬 옷에 붙인다
맨 꼭대기에서 열렸다 닫혔다 하는
임대용 침대 하나 놓여 있다
정오의 그림자가 나무를 타고 오르다 말고
복도로 떨어진다
그림자에서 흰 박꽃이 핀다
빨간 빗방울
창틀에 화강암 화분 네 개가 이름표를 지운다 스크린 속의 여자가 소녀의 머리카락을 뽑아 들고 자줏빛으로 물들인다 차가운 대리석 판에 얼룩진 핏물 그라피티, 갈라진 아랫배에서 육십 센티 탯줄이 튀어나온다 가뭇한 얼굴에 섀도를 칠한 소녀, 봉분처럼 부푼 배가 선명한 선홍빛 하늘을 지운다 발코니로 밀려드는 하얀 얼룩, 검푸른 블라인드에서 흰 눈알이 쏟아진다 여자가 코냑에 입술을 적시며 번들거리는 눈알을 떼어낸다 인스턴트 컵에 샤넬 넘버 6스푼을 넣고 있는 여자 축축한 공기가 머그잔에 빠져나와 뜨거운 뼛조각 위로 흘러내린다 여자는 오려낸 왼쪽 가슴을 유리접시에 놓고 손바닥만 한 실크 팬티로 덮는다 페티에서 붉은 비닐 바다가 출렁인다
여자는 기사의 유니폼에서 운전대를 빼내어 액셀을 힘껏 밟는다 사이드미러에 붉은 여우비가 내린다
샐비어의 초록 슈즈
그대 볼록렌즈 안에서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한다
연주대에 붙은 눈망울이
피날레 14버전 아래로 떨어진다
오선지를 누르면
덜거덕거리는 기차가 건반 위를 지나간다
소리가 등골에 깊에 패고
저음 도입부분에서 사이클론이 분다
7단 옥타브가 갈라지자
그대는 높은음자리표를 꺾어 들고
레일 밖으로 이탈한다
나는 깨어진 봄을 복원하여
수제 신발을 신긴다
삼천 개의 관속을 떠다니는 토슈즈
신발 굽 리듬이 영혼 없이 울린다
그대
이빨에 촘촘히 박힌 멜로디에
낮은음 하나를 꺼내 스톱에 올려놓고
건반 키를 누른다
배경 음악에서 으뜸음이 도착될 즘이면
핫뉴스에 묶인 발을 걷어내고
사십 두 개의 페달을 달아 둔다
토슈즈가 중금속 모래바람을 딛고
천상의 라벨로 향해
끝없이 올라간다
슬라브 무곡
연금술사가 쟁반에
머리를 담아 연회장을 돈다
구름 낀 샹들리에에서 북서풍이 불고
벽에 걸린 남자는 몸뚱이를 포장지에 싸서
그릴 위에 올려놓는다
프라이팬이 핏방울을 튕기고
알갱이마다 괴성 소리가 터진다
사내는 튕겨 나온 입술을 주워 담아
야채 드레싱을 뿌린다
무용수가 비명 하나씩 삼킬 때마다
접시에서 구름기둥이 솟아오른다
노랗게 흘러내리는 크림소스 위에서
잉카제국의 댄스를 추는 루 살로메
남자는 긴 파이프를 물고
살로메 허리를 잡아끈다
파이프에서 바벨탑이 불을 내뿜는다
무희가 폴카 춤을 타고
임계선을 넘어설 때쯤
하얗게 바래어 가는 쟁반 위로
바벨론 성 하나씩 무너진다
나는 구름층을 툭 치며
축제장을 말아 올린다
주홍글씨가 새겨진 블루진 바지에서
유프라테스 강이 범람하기 시작한다
유레일패스1
나는 갑판 위에 항구를 펼친다
작은 손바닥에 출렁이는 흑해 바다
탁자에 둘러앉은 비취 파라솔이
핑퐁을 타며 일출 사이로 뛰어다닌다
나는 테이블에 바다 한 장 깔고
아침 메뉴판을 올려놓는다
흰 접시에 피클 몇 조각
블루 빛 해안을 동그랗게 말아
한입 베어 먹는다
올리브 수프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석류 컵에서는 라이브 공연이 시작된다
가수가 쏟아내는 파도소리
3만5천 피트에서 극동풍을 몰아낸다
콘트라베이스가 상승기류를 타고
크게 울리자
집시가 유로화 위에서 밸리댄스를 춘다
드레사 자락으로 바닷물이 빨려 든다
나는 #4호 팔레트를 열고
바다를 페트병에 옮겨 넣는다
10월의 풍랑이 타블라를 치기 시작한다
내가 카메라에 초점을 맞추자
풍랑이 얼른 동전 속으로 휩쓸려 가버린다
테이블에 차려진 축복 한 접시 다 비워갈 즘
찻잔 속으로 썰물이 밀려오고
바다가 가속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나는 서서히 항구를 말아 들고
고별 투어로 나선다
영혼을 헤집고 다니는 케멘체의 선율 속으로
포세이돈이
흰 백마를 타고 다가온다
그림자가 바다를 당긴다
유레일패스4
나는 바다 한쪽을 칼질하여 수족관에 넣는다
유리벽 밖으로 고개를 내민 식인 물고기
3센티 열린 무릎 사이로
거대한 빌딩이 솟구친다
가이드는 물고기 배 속에 유람선을 띄우고
사차선 도로를 터치한다
도시가 해변으로 기울자
나는 생선 아가미에 계산기를 물린다
스노클링 안으로 빨려가는 검은 육지
반쯤 허물어진 물방울을 안고
스쿠버 다이빙을 한다
수족관에서 크루즈를 즐기는 관광객들
배 속에서 걸렉션 소리가 요란하고
상가건물이 지그재그로 쓸려 다닌다
긴급채널이 쓰나미에 떠내려 갈 즈음
카톡의 신호음이 재난문자를 풀어놓는다
종이컵에 환경캠헤인을 벌이는 동안
나는 가스레인지에 바다를 올려놓는다
해수의 온도가 초특가로 상승하자
여행객들이
끓는 냄비 속으로 뛰어든다
유레일패스7
리모컨 채널에 버스정거장이 놓여 있다
배턴을 꽂은 보스 행 7번국도
버스가 빅토리아풍 지붕을 매달고
스크린 속을 달린다
나는 행선지에 환승 표를 깔고 앉는다
핏발 선 선글라스에서
트렌치코트를 걸친 사내가 시동을 건다
의자를 관통하는 신호등
목이 꺾어진 표지판을 밟고 지나간다
벨을 누르면
아이들의 함성이 일시 정지선 위로 쏟아진다
나는 시퍼렇게 멍이 든 하얀 줄을
알림판에 걸어둔다
배가 불룩한 바이올렛 슬리퍼가
보행로를 앞세워 버스에 오른다
신발에서 풍경이 굴러다닌다
운전기사는
도로를 토막 내어 보호난가 밖으로 던진다
목적지를 이탈한 구두 한 짝이
확대경에 붙어 숨 가쁘게 뒤쫓는다
나는 반사거울에 붙은 모조 얼굴을 떼어
역방향에 붙이고
리모컨에 갇힌 나의 반세기를 떼어
내동댕이친다
나침반에 끼워둔 유레일패스에서
초록빛 지구가 빨갛게 익어간다
유리 불꽃
여자의 지퍼가 열리고
스커트에서 유흥장이 불꽃을 튕긴다
지구 넘어 뛰어다니던 심장이
우측 날개를 펄럭이고
전광판에는 긴급속보가 뜬다
수신 벨이 울리면 상공8천 미터까지 모여드는
클럽 버들의 전자 망원경
여자는 스물네 시간짜리 y염색체를
칵테일 잔에 넣는다
유리컵의 곡선이 롤링홀 바닥으로 스며들면
디제이가 일렉트릭 사운드를 허공에 꽂는다
수십 명의 탭 댄서들이
붉은 혈관에 폭죽을 터뜨린다
뜨거운 허벅지에 펼쳐지는 완충지대
생명의 건전지를 반짝일 때면
마이크가 세찬 불길을 쏘아 올린다
힙합바지를 입은 사내들이
불타는 무희를 안고 와인 잔 속으로 하강한다
여자가 몸뚱이에 비트를 섞어
행위예술을 펼치며
VIP테이블을 접어 유방에 꽂는다
천장에서 유리비가 강하게 분사된다
이탈
긴 튜브를 쓴 남자가 비스듬히 누웠다 남자는 수탉 벼슬을 흔들며 페르시아 호랑이를 왕관처럼 머리에 두른다 가슴에 여러 개의 가자미 발을 달고 있다 남자의 굵고 튼튼한 창자 속엔 베레모를 쓴 드라큘라가 들어 있다 툭 불거진 코뼈를 하얗게 드러내고 이빨을 톱날처럼 세우고 있다
드라큘라는 모자 안에 든 여러 개의 혹성을 흔들며 사내의 항문을 입에 물고 있다 용수철처럼 튕겨 나온 태아 한쌍이 행글라이더를 타고 남자를 바라본다 항문 곁의 집게 손가락이 황톳빛 남근을 세운다 드라큘라의 이빨 위에 앉은 에콰도르 노인
눈이 없다 한쪽 볼에 우거진 유칼립투스 나무 한그루, 왼쪽 볼엔 백자 항아리가 불꽃을 피운다 노인은 세라믹 코를 벌렁거리며 빨간 머리 여자를 창자 밖으로 토해 놓는다 혓바닥에 붉은 살점이 흘러내리고 떨어져 나온 얼굴에 스핑크스의 입술이 달려 있다 이마에 돋은 붉은 손자국에 물이랑이 일어나자 여자의 코발트빛 눈망울에 갑골문자가 비행접시처럼 날아다닌다
흰 산비둘기 한 마리 두루마리 하늘을 펼치며 날아간다
칸타타
나는 화살을 물고 태어났다 내 환도뼈에 달린 여러 개의 악장들이 심포니를 연주한다 화살촉으로 날리는 일곱 개의 선율, 창밖으로 보라색 구름 몇 조각이 빠르게 지휘봉에 꽂힌다 멧비둘기 한 마리 말러의 교향곡 5번을 물고 청색 모자를 쓴 연주자들을 향해 지휘봉을 휘두른다 지휘자는 무지개 눈알을 달고 발에 달린 커다란 둥근 풍금을 우주 바퀴처럼 굴린다
흰 눈동자가 나를 보고 있다 동공 안에 작은 여자가 커다란 오선지로 365일 삽질을 한다 화살 머리에 달린 까마귀 한 마리 수정 빛 주둥이를 세우고 나를 향해 활을 겨눈다 여러 개의 관악기가 눈을 뜨고 구름이 겨드랑에 물거품을 일으킨다 활 케이스에서 왕 제비꽃이 피어난다
티베트 기행
수도승의 손등에 눈알 두 개가 붙어 있다
엄지발톱에 달려 있는 덧문을 열고
순례자가
붉은 사막을 향해 삼보일배를 한다
얼룩무늬 원숭이는
지팡이에 행성 하나 매달고
초속 18킬로 속력으로 앞질러 간다
라마승의 목덜미에 햇덩이가 불을 지피면
삼십오 도로 기울어진 배꼽에서
알타미라 동판이 찰랑거리며
해동하는 물소리를 낸다
수도사가 눈을 깜빡일 때면
바코드에 찍힌 성문이 열렸다 닫힌다
발자국에 찍힌 낙관은 가시덩굴에 얽히고
가슴까지 뻗어 오른 덩굴 사이로
먹구름이 까맣게 몰려든다
테크 네임에 꽂혀 있는 커다란 손
손가락 끝으로 길이 이어지고
여행자가 출입증을 열 때마다
손마디가 일 미터씩 자란다
사내는
삼보일배하던 무릎을 접어 배낭에 담고
출국 카드에 스탬프를 찍는다
나의 길은
빨갛게 익어가는 수도승의 눈초리 안에서
표류 중이다
핏발선 진눈깨비
대리석 식탁에 검은 구름 한 덩어리가 놓여 있다 중심부에 달린 백열등에 그믐달이 부서진다 청동 의자에 앉은 뱀파이어 이마에 블랙홀이 뚫려 있고 눈썹 아래 진눈깨비가 내린다 사내가 무릎 위에 초대장을 올려놓고 2호실 벨을 누른다 승강기가 새파란 주둥이를 내밀며 초대장 위에 비옷을 턴다 우산에서 물갈퀴가 떨어진다 남자는 집게손가락으로 되돌이표를 주워 행커치프에 매달아준다 스테인 탁자 위에 플라스틱 나무 한그루, 가지마다 빈방을 매달고 창밖을 응시한다
나는 초록색 라디오를 켠다 Y염색체들이 접이식 계단을 타고 빈방을 날아다닌다 스피커가 울릴 때마다 방문객은 남극의 차가운 바람을 퍼 나른다 대리석 바닥에는 수십 개의 하반신이 타래 지어 굴러다닌다
페르시아 기행
나는 자동인출기에 얼굴을 넣는다
격자창문에 넘실거리는 카스피 해
검은 목덜미 너머
플라스틱 묘비가 줄을 지어 서 있다
투명 인간을 매단 여객선이
그대의 옆구리를 뚫고 날아오른다
이마에 쌓아 올린 테트라포드가
흰 머리카락을 물기둥처럼 말아 올리며
통통한 초승달을 토해낸다
해돋이를 맨발로 굴리며 달려오는 그대는
흰 포말이 파르마 줄을 켤 때면
오슬러의 신드롬에 빠져
등대 불도 꺼버린다
바다 속에서 장미 밭을 가꾸던 그대
가시 망에 걸린 열 개의 손가락이
은사시나무처럼 파닥거린다
뻣뻣해진 겨드랑이 사이로 빠져나간 그대는
뜨거운 파도를 한입 베어 물고
허벅지에 달린 해저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비뚜로 기울어진 바다가
초승달 속으로 쏟아진다
나는 여전히 파도를 겹겹이 접어
격자창에 매달아 둔 채
비자카드에 바다를 쓸어 담는다
하얀 사막
겔레르트 언덕에 솟은 높은 첨탑에
나는 얼굴을 올려놓는다
거품을 두 번이나 부풀린 얼굴에
주근깨의 라벨이 달라붙는다
나는 배에 콘센트를 꽂고 라벨을 클릭한다
오른쪽 모금함이 열리고
모자이크 반바지를 입은 소년이
비상수로를 끌고 내려온다
무릎 아래 수로에는
내가 매일 출근하는 쪽배가 놓여 있다
물속 하늘로 배를 띄워 가면
빨간 캉캉치마 안으로 부겐빌레아가 핀다
구름에 뿌리를 내린 맹그로브 나무에
두 개의 초승달이 달릴 즘
나는 해머에 몸을 올려놓고 깊은 휴식에 들어간다
슬라이드 불빛 사이로
그물에 걸려 바동거리는 태양
수상가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검은 휘장이 드리워진 굴뚝에는
세모난 침대가 놓인다
벽에 붙은 몬드리안 그림 한 점
액자에서 별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나의 입술에 부착한 문패 위로
맹그로브 나무가 낙엽을 떨군다
황금레일
갈비뼈에 반 토막 난 일출이 걸려 있다 나는 나의 등줄기에 하얀 고속 레일을 깔아 놓는다 혓바닥에는 수취인불명인 이름표가 쌓여간다 불빛 없는 창문마다 광야 하나씩 걸려 있다 얼굴 하나를 누르자 화면이 뜬다 소년의 동공에 끓어오르는 모래바다, 햇살 한 장을 접어 통곡의 벽에 끼운다
형제당제과점의 회전문을 열고 나오는 마네킹, 비대칭 눈망울에는 회색 도시가 들끓는다 나는 쌍둥이 플러그를 허리뼈에 꽂는다 샴페인이 뿜어져 나오는 콘센트에서
피트의 통신 바람이 일어난다 몰래카메라에 잡힌 아테네 고양이가 제 눈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나는 신년 갤린더에 에스컬레이터를 장착하고 지금 막 고속 승강구를 오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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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팔레트를 열었다.
2019년
김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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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아 詩集 [※녹색 필름※]
[ 김금아의 시세계 ] -
팔레트를 든 아르고스
신수진. 문학평론가
1. 분해와 재조립을 통한 지구방위의 상상력
시인의 말에서 김금아는 “팔레트를 열었다”라고 쓰고 있다. 그 말대로 시집에는 모든 감각들을 동원하고 공감각을 발생시키는 초현실적인 그림들이 출현한다. 그림들은 액자 안에 얌전히 박제되지 못한 채 움직이고 흔들리고 떨어져 탈주한다. 전혀 다른 것들로 변신하고 숨고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김금아의 캔버스에 잠복해있는 이 재기발랄한 활동사진의 키워드는 대략 이렇다.
#열차#침대#해안#사막#피아노#페치카#우주#지구#달#미라#춤#입술#눈알
팔레트 위에 짜놓은 이 해시태그들은 서로 섞이면서 외계인과 접속하고 지구도 조각내는『녹색 필름』이 된다. 「궤도이탈」「뇌성」「밤에 뜨는 태양」「백납 빛 하늘」「북극의 원탁」「철책선에 뜬 별」「틴들현상」「하얀 사막」과 같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시인은 유독 천체나 우주 같은 과학적 현상에 흥미를 갖고 있다. 그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면서도 그 실체를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한 모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천체물리학과 같은 과학적 사고는 역설적으로 신학이나 철학과 연관이 깊다. 우주는 지구를 낳고 지구는 우리를 낳았다. 이 무한한 시공간은 시인에게 영원히 지금-여기의 태제가 된다.
아이는 미라가 된 낙타를 타고
눈알을 밟고 간다
아이의 머리에서 고목이 자라고 있다
페트병에 눈망울을 주워 담는 아이가
블랙홀로 들어가자
귀에 송신기를 꽂은 외계인이
피가 흐르는 우주를 두 손에 받쳐들고
뒤를 따라간다
아이의 눈동자에서
노란 싹이 돋아나고 있다
-「깨어진 우주」 부분
우주적인 상상력은 ‘깨어진 우주’라는 제목에서처럼 환경 오염, 전쟁, 노동, 종교, 불평등과 같은 병폐적 현실에 대한 은유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반영한다. 철조망에 엉킨 지구를 굴리며 술래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전쟁 중인 곳에서도 자라고 자라야 하는 아이들의 끔찍한 일상을, 붉은 십자가 틈으로 미라가 튀어나온 형상은 방부처리를 통해 삶을 위장하고 있는 죽어있는 인간의 상태를, 페트병에 눈망울을 주워 담는 아이는 어린이의 노동 실태와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경제적 양극화의 비극을 증거한다. 그것은 기괴하고 슬픈 지옥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쓰러진 바로 그곳으로부터 사막을 횡단하여 자기의 별로 돌아갔다고 믿듯, 외계인과 통신할 수 있었던 유일한 아이의 눈동자에서 싹이 돋아나고 있음은 우리에게 희망을 암시한다. 선택받은 아이는 온종일 맨발로 쓰레기더미를 헤매며 페트병을 주워 담는 가난하고 헐벗은 아이일진대 이것이야말로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는 메시아의 현현이기 때문이다.
시인이 자각하고 있는 이 푸른 별의 실존은 마천루가 눈부신 첨단 도시나 신의 위치를 점유한 과학발전 혹은 경제적 풍요나 고도의 문명 등에 있지 않다. 블랙홀 안으로 미사복을 입은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모든 것이 뒤엉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현 인류의 문제들을 보여준다. 그의 시는 바벨탑을 철거한 뒤 환부 아래에서 진통하며 과시하고 있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직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시집에는 신기루 같은 현대사회의 아우라가 소거된 세계의 황폐한 이면이 재생되고 쇠락과 죽음을 앞둔 종말론의 그림자가 주둔한다.
검은 신발 속으로 해가 잠기면
그림자는 남은 불빛을 뜯어먹는다
나는 두레박에 은하수를 잠그고
길이 보일 때까지 이사야서를 펼친다
옷겊 가득 논이랑을 매달고
걸어오는 아버지
16장 책갈피에서 폭포수 소리가 들리고
육신에는 수십 개의 풍경화가 돋아난다
나를 에워싸는 백팔십도의 우물
핏시 한 점 없는 물 깊이에
나는 아버지를 건져내고 있다
수채화에서 상현달이 펄럭이며
끊임없이 흐르는 하늘을 항해하고 있다
-「녹색 필름」 부분
그래서 표제시는 자신의 기원이 되는 아버지 그리고 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옷섶 가득 논이랑을 매달고 걸어오는 아버지”는 녹색을 떠올리게 하는 농부였으며 그의 마지막 페이지부터 돌아가기 시작하는 이 필름은 시적 주체에게 단 한 장면도 잊히지 않고 각인되어 있다. 아버지의 신발에 우물이 고여 있고 핏기 한 점 없는 물에서 아버지를 건져내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아버지는 마흔아홉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우물이 고여 있는 아버지의 검은 신발 속에서는 해가 뜨고 지며 그림자는 남은 빛을 잠식한다. 아버지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우물 속에 갇혀 있고 그곳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멀어질 수 없는 ‘나’는 다급한 바리톤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사야서를 펼친다. 내 안에서 끊임없이 상연되는 “흰 광야”는 바로 아버지다. 그곳은 길이 없고 그래서 헤어 나올 수 없으며 눈감는 순간마다 어지러운 발자국만 남긴다.
마지막에 시인이 완성한 수채화에는 상현달이 펄럭이고 있는데 달과 관련한 죽음의 이미지는 다른 시들에서도 여러 차례 변주된 바 있다. 예컨대「뇌성」에서는 해체된 세계 속에서 미라를 포르말린에 담가 놓는데 그때 미라 이마에 초승달이 새겨지는 것으로 시가 종결된다. 죽음-미라-달이라는 기표는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승계된다.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에 떠오르는 창백한 달의 현기증은 시인이 지닌 죽음의식의 서막을 드러낸다. 또한 시각적 이미지가 윤곽을 이루고 있는 시에 음악이나 악기, 특히 피아노를 삽입하여 공감각적 심상을 덧칠하는 방식 역시 시인의 시그니처다.
4. 지구별 여행자로서 시인의 책무
여러 나라의 여행시 계열도 이 시집의 주요한 축이다. 「유레일패스」연작이나 「티베트 기행」「페르시아 기행」「프린트 된 사마리아인」과 같은 시들은 시인이 실제 현장에서 보았음직한 생경한 이국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필름처럼 찍히고 편집되어 상영되는 시인의 시작법은 이러한 시들에서도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
「유레일패스1」은 흑해 크루즈 여행 중인 화자가 갑판 위에서 본 출렁이는 일출, 흰 접시에 담긴 올리브 수프와 피클을 먹은 아침, 바다 곁에서 밸리댄스를 추는 집시의 드레스 자락을 중계한다. 그때 ‘나’는 팔레트를 열고 이러한 장면을 스케치한다. 낯선 일상에 대한 묘사는 살아 움직이는 그림으로 화한다. 기행이라는 제목처럼 여행지를 찾아가는 긴 여정이 담겨 있고, 특유의 역사와 문화가 숨 쉬며, 체험적 순간들이 펼쳐지는 길 위의 탐험 보고라 할 수 있다.
나는 황금빛 시계탑을 바다에 던져
사프란블루 성을 낚아 올린다
해안선이 느린 걸음으로 나의 목덜미를 휘감고
투어객의 콧등 위로 떨어진다
가이드가 시계탑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마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점점 좁아지고
돌아설 틈을 놓쳐버린 여행자는
검은 바다를 배낭에 담아
리모컨 밖으로 걸어나간다
-「리모컨에 걸린 해협」 부분
한편 여행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 여행이 아니라 침대 위에 누워있는 시적 주체의 상상을 다루고 있는 시들도 있다. 흑해, 480㎞, 사프란볼루 성, 보스포루스 해협 등 실제 지명들의 빈번한 등장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물리적이고 자연적인 토대를 갖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인은 실물과 전혀 다른 성격으로 그것을 변형하여 묘사함으로써 환상의 방식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시적 주체는 대상과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접속한 후 다시 현실로 복귀하기 때문에 여행시의 형식만 취하고 있다는 혐의를 거두기 어렵다.
게다가 많은 시에서 화자의 위치로 노출되는 침대는 그러한 의구심을 더욱 확신하게 만든다. “나는 경의선을 횡단 열차에 달고/휘슬을 분다”(「사각 반사경」), “그대는 높은 음자리표를 꺾어 들고/레일 밖으로 이탈한다”(「샐비어의 초록 슈즈」), “침대 위에는 문안 카드가 쌓인다”(「얼음 낮달」), “침대가 마술고깔을 쓰고 AD칠십 년대로 날아간다”(「인치는 시시포스」)와 같은 구절처럼 침대와 기차의 상관관계는 그 기행이 실제 일정이라기보다 미디어에 의지한 상상의 동선임을 알게 한다. 현실과 상상이 뒤범벅된 여행시들은 지형적이고 체험적인 이해의 장이라기보다 시공간을 접어 유영하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콜라주다.
빗줄기가 쏟아지는 PC홈 화면 속으로
완행열차가 휩쓸려간다
사진틀에 걸터앉은 역무원이
물에 젖은 소식을 건져내어
점멸등에 걸어둔다
나는 안내판을 열고 들어선다
트랩을 매단 환승 표가
빗물을 빨아올릴 때마다 쇳소리를 낸다
좁은 철길을 누비는 캠코더
나는 #6호 팔레트를 열어 물방울무늬 우산을 그린다
우산이 하늘을 끌어당긴다
태풍 11호를 뿌리는 사이클리스트들이
톱날 같은 빗줄기를 튕겨낼 때마다
액자 속 초상화가 부르르 떤다
텅 빈 승강장에
강수량 그래프가 위험수위를 넘나들자
나는 &일람표를 펼쳐놓고 피아노를 친다
-「무인역에서」 부분
「백납 빛 하늘」이라든지「북극의 원탁」과 같이 주로 명사 앞에 수식어를 붙이는 습관에서 볼 수 있듯 시인의 수사적 특징을 통해서도 시적 의도를 포착할 수 있다. 그것은 사물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열차가 PC화면 속으로 휩쓸려가자 시적 주체가 팔레트를 열어 그 안의 폭풍을 채색하는 장면을 통해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이고 미술적인 세계로의 진입과 퇴출 양식 역시 시집 전체에서 일관되게 통용되는 구조 미학이다.
시인은 “-가 된다”,“-를 한다”,“-해지고 있다”와 같은 어미의 사용을 통해 변화되는 상을 계속해서 비춘다. 현상에 대한 과감한 시인의 재정의와 편집을 통해 세계는 재구성된다. 이것은 실제 현실과 무관한 환상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거의 모든 시에서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취하고 있는 시적 주체의 포지션은 화가가 적당하다. 과거나 미래를 택하지 않고 언제나 현재형의 서술 지점을 택하는 점, 진술보다는 묘사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화가로서의 시적 주체를 말해준다.
녹색 필름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지구방위의 상상자로소, 육체쇼를 관람하는 자로서, 거인과 난쟁이의 극사실주의화를 재현하는 자로서, 지도에 보이지 않는 지형까지 탐험하는 지구별 여행자로서 김금아는 계속 팔레트를 열어둔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백 개의 눈이 달린 아르고스처럼 이 불행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를 지키기 위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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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4의 글 ◆
녹색 필름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지구방위의 상상자로서, 육체쇼를 관람하는 자로서, 거인과 난쟁이의 극사실주의화를 재현하는 자로서, 지도에 보이지 않는 지형까지 탐험하는 지구별 여행자로서 김금아는 계속 팔레트를 열어둔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백 개의 눈이 달린 아르고스처럼 이 불행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를 지키기 위함이다.
― 신수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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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아金今我 시인∥
∙ 울산광역시 울주에서 태어나
∙ 2008년《시문학》으로 등단했다
∙ 시집으로『라파즈에서 한 시간』『미로 프로젝트』『나는 흰 벽이다』가 있으며,
∙ 현재 부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2019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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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달빛자락 / 명상음악
*출처: 이동활의 음악정원(http://cafe.daum.net/musicgarden/5r73/4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