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와 해넘이는 둘 다 중요하다. 해돋이는 하루의 시작으로 솟아오르는 해가 장엄하다. 해넘이는 하루를 마감하는 해로 존엄하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시작은 중요하다 여기면서 거창하게 떠들어대다가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용두사미라고 한다. 새해를 맞으면서 너도나도 해돋이를 보겠다고 아우성이다. 한겨울에 덜덜 떨면서 밤을 지새우고도 날씨가 흐려 해돋이를 보지 못했다고 못내 아쉬워한다. 어디가 명소라면서 수백 수천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되기도 한다. 해돋이는 당연시 하고 해넘이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싶다. 크게는 무한 반복하며 작게는 하루다. 신상에 좋은 일이 있는 날은 해넘이도 곱게 물이 드는 것 같고 소홀했지 싶은 날은 해넘이도 섭섭하여 곱게 물들 수 없는가 보다. 어찌 보면 하루의 결산이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느라 수고한 날일 수 있고 좀은 느슨하니 성과가 없는 날일 수도 있다. 하루를 마감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괜찮지 싶다. 그런데 보통은 해넘이에 아예 관심조차 없다. 그냥 하루가 다하면 저물고 어두워졌다. 그날이 그날로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분명 하루는 지나갔고 오늘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고 올 수 없다. 그냥 없어진 셈이다. 하루가 모여서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되고 일생이 된다. 하루는 기본 단위이다. 여북하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는가. 말로는 수많은 날이라고 하지만 다 같은 날이 아니다. 같은 듯 다른 날로 무한정 올 것 같아도 한정된 날이기도 하다. 밤마다 별이 돋아나도 보는 이가 거의 없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별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은 별을 볼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해넘이를 보며 진지해지기도 하고 하루를 돌아보며 반성과 보람도 가져본다. 해넘이에서 고스란히 녹아든 하루를 되새겨 본다. 때로는 울림에 진하게 칠해지는 해넘이가 한 폭 그림으로 진한 감동을 주기도 하고 울상일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