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빈센트 밀레이Vincent Milly
4월아, 너는 무엇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가?
아름다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끈적거리며 피어나는 작은 이파리의 붉은 색으로
더 이상 나를 달랠 순 없지
내가 아는 게 뭔지는 나도 안다.
뽀족한 크로커스 꽃잎을 바라볼 때면
목덜미에 햇살이 따갑고,
흙냄새도 좋다.
죽음이 사라진 것 같구나.
그러나 그게 뭐란 말인가?
땅 밑에선 구더기가 사람의 머리통을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인생 그 자체가 무無,
빈 잔, 주단 깔지 않은 계단,
해마다 이 언덕으로, 4월이
종알종알 꽃을 뿌리며
바보같이 돌아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시 읽기> 봄/빈센트 밀레이Vincent Milly
이 시를 읽을 때면 뒷골이 송연해지고 소름이 돋았다. 봄은 새싹이 돋고, 생명은 약동하는 계절이다. 노란 개나리꽃이 핀 기롤 한 떼의 유치원생들이 재잘거리며 지나간다. 봄 풍경은 우리에게 희망을 노래해야 할 의미가 있다고 속삭이는 것 같다. 하지만 시인은 이 봄이라는 계절 속에서 구더기가 죽은 이의 기억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봄마다 이유 없이 심장이 아팠던 것일까? 봄은 해마다 종알종알 꽃을 뿌리며 돌아오지만 인생은 고작해야 “그 자체가 무無, 빈 잔, 주단 깔지 않은 계단”에 지나지 않는다. 4월이 꽃을 뿌리며 돌아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은 그 때문이다. 지난봄을 살아서 맞았던 이들 중 일부는 죽고, 그 사체는 벌써 땅속에서 구더기의 먹잇감이 되었을 테다. 봄은 땅속에 묻힌 주검들을 밟고 무심히 돌아온다. 그러니 4월이 꽃을 뿌리며 돌아온다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장석주,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포레스트북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