離巢이소하던 날의 기억
유옹 송창재
집을 팔기로 매수인과 계약을 하였다.
몇년동안 나를 괴롭히던
귀하고 아까운 애물단지 집을 드디어 팔기로 계약을 하였다.
그런데
그렇게 나를 짓누르던 짐거리가 정리가 되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무겁고 우울하고 외로워진다.
이럴줄 몰랐는데.
확실히 나는 물러터진 놈이다.
애물단지 시골집 하나를 정리하면서 이렇게 애를 태우다니.
내 꿈은 너무 컸다.
내가 이룰 수없는 것이었으니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라면 시골의 초원에서 동물들을 방사하여 기르며 살고 싶었고,
조그마한 논을 사서 물꼬를 뚫어 미꾸라지들이 보글거리며 거품을 만드는 둠벙을 보고 싶어했고, 논우렁이 구멍에 꼬챙이를 넣어서 우렁이를 잡아 된장국을 끓여 먹으며 살 수 있기를 바랬다.
조금 더 자라서는 대통령같은 것보다는, 무인등대의 등대지기가 되어서 조용한 달밤에 넓은 바다에 떠서 출렁거리는 둥근 달을 보며 살고 싶었다.
맑은 하늘과 바다에 흘러다니는 별을 보며, 엄청나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었다.
나는 엄청나게 높고, 엄청나게 돈 많은 사람은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시골 이모할머니 댁에서 그 꿈을 실현하며 살았다.
어느누구 말대로 나를 기른 것은 80%가 바람과 자연이었다.
철이 들면서 내가 진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세상이 알려주었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밥이라도 먹고 살아야 할 지가 꿈이 되었다.
조금 벌어서, 적게 쓰면서, 많이 모아 집을 하나 지었다.
그리고는 조그마한 아파트도 장만했다.
차도 샀다.
그리고는 반꿈을 꾸며 시골에 들어왔다.
미꾸라지, 우렁이들과는 놀지 못하고, 등대지기가 되어 바닷물에 출렁이는 달과 쏟아지는 별들은 보지 못했지만..
수 백마리의 많은 새들을 기르고, 서리내리는 가을에는 마당 가득 국화를 피워냈었다.
내 꿈을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었다.
내 노동력에는 남들과 다른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 힘이 들고, 그래서 집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여름에는 한 질이나 자란 풀숲에서 온갖 풀벌레의 향연이 있어서 좋다고, 자연스러워서 좋다고 우기면서, 나는 초원의 집에서 산다고 억지를 부렸지만 현실은 꿈으로 포장할 수 없었다.
풀이 자라 들어갈 수 없는 밭에서는 청포도는 건포도가 되어가고, 붉은 대추알은 바람에 떨어져 퇴비가 되어 저의 양분이 되었다.
잘 익은 엄마 가슴같은 홍시는 까치의 양식이 되었고!
함께 나누어 먹으니 보기도 좋았지만…
하지만 끝까지 그대로 두기에는, 나에게도 다 익은 열매들에게도 못할 짓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보고 있어야만 하니!
그래서 그렇게 좋아하고 아끼던,
남들의 눈에는 하찮은,
그러나 내게는 작은 꿈의 반절이라도 만들어 주던 집을 그날 팔기로 계약하였다.
이제 나는 그렇게도 싫어하는 밀폐된 상자속으로 다시 들어가 이제는 나올 수없어 탈피도 할 수없는 한마리 굼벵이로 그 안에 갇혀 살 수 밖에 없다.
노동력이 없으니 편리하게 살아야 한다는 변명으로!
이제는 언제 다시 자연으로 돌아와 함께 살 기약도 못하고,
자신도 잃어가며, 나도 이제 로보트로 돌아가야 한다.
일을 할 수없기 때문에?
그 집을 팔았다.
일생을 통하여 이룬 반절의 꿈마저 이제 버린다.
"꿈아, 너 주인 참 잘못 만났다.
반절마저도 버려야 하니!"
결국은 여기까지이고 다시
그래서, 허망하고 허전하고 내 가치가 우울하다.
그 바람이 그리워
작은 책상앞에 앉아 조맹부를 임서하다 이 글을 쓴다.
첫댓글 꿈꾸던 현실에서
삶이 너무나 버거워서
모든 것을 접고
둥지를 떠나는
새의 새끼처럼
이사를 하셨군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삶은 갈등의 연속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