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시평 21]‘바이든 날리면’의 이기주 기자
MBC의 이기주 기자 이름은 잘 알지 못해도,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 특종부터 ‘바이든 날리면’을 거쳐 도어스테핑 충돌의 슬리퍼까지 윤석열정부 1년을 가장 뜨겁게 해온 MBC의 보도들을 기억하시리라. 그이후 속 들여다보이는 방송사 탄압 첫 번째 조치가 해외순방 ‘대통령전용기 탑승 거부’였으니…. ‘깨시민’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현 정부는 방송사와 뉴미디어 매체를 상대로 아무렇게나 수없이 내지르고 있다.
그 현장에 있던 ‘찐 기자’의 육성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기자 유감』(이기주 지음, 메디치미디어 2023년 12월 13일 발행, 215쪽, 17000원)이 그것이다. 이 책에는 그가 어느날 기자가 왜 되려고 했는지, 청와대(대통령실) 출입기자는 취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기자는 왜 하는 것인지, 앞으로 어떤 기자로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40여편의 짧은 글들을 통해 진솔하고 담담하게 펼치고 있다. 중앙일간지에서 내근(편집과 교열) 기자로 젊은 시절 옹근 20년(1982-2001년)을 일한 경험 때문에라도 책의 내용은 흥미진진했으나, 줄곧 마음이 너무 아팠고 먹먹했다. 지금은 대놓고 ‘기레기’라고 욕이나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도 은밀했을 뿐 지금과 거의 똑같았다고 생각한다. ‘그놈의 권력’이 대체 무엇인지, 얼마나 대단한지 ‘제4부’라 일컫는 언론조차 권력에 아부하며 출세지향도로 치달리는지 알 수 없었다.
정말로 ‘기자記者 유감遺憾’이었다. ‘파사현정破邪顯正’ ‘불편부당不偏不黨’ 초심을 잃지 않던 기자가 한순간 마음을 바꿔 먹으면 자기를 버리는 ‘자기自棄’와 ‘내로남불'이 되고, 내로라하는 논객들이 쓰는 사설社說이 ‘설사泄瀉’가 되어 역사를 퇴행시키며 세상을 어쩌지 못하게 만드는 참담한 현실. 대체 어느 세월에 정의가 불의를 이기고 새벽이 어둠을 이길 것인가, 또다시 해답없는 의문에 사로잡힌 몇 시간이었다.
또한 20년쯤 후배인 셈인 이기주 기자의 그동안의 마음 고생에 대해 마음이 짜안했다. 안절부절못한 시간이 무릇 기하였을까? 그래도 그만의 강단剛斷과 심지心地가 있었기에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그 자리를 버티어왔으리라. 한마디로 말하자면 “고맙다”이다. 결코 용기를 잃지 말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하다”이다. 당신의 진솔한 글로 인하여 요즘 전혀 몰랐던 언론의 현실에 새삼 눈을 뜨게 됐다. 한 건 한 건 읊조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아하- 그렇게 된 사건이었구나’ 이 책 속에는 나오지 않지만 ‘대한검(검찰)국’의 실상은 또 얼마나 지긋지긋할 것인가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언론같은 것은 권력 앞에선 좆도 아닌 것임을 알게 됐다. 눈 가리고 아옹한다는 말도 있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말도 떠올랐다. 해도해도 너무 하는 ‘유만부동’의 권력과 언론을 생각하면, 내가 왜 이렇게 부끄러워지는 걸까? 마치 내가 잘못한 죄인같다. 도어스테핑을 할 때 기자들의 슬리퍼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등 많은 것을 알게 했다. 그들이 걸핏하면 전가의 보도처럼 들먹이는 ‘국익國益’은 대체 무엇인가? 역사까지 말할 것도 없이, 가까이 있는 가족과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가장과 부모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게 하루살이와 부나비인 것을.
그리고 슬펐다. 1만여명의 언론인 중에 진짜 기자는 과연 몇 %나 될까? 10%, 30%. 검찰 역시 마찬가지이다. 2000여명 중 진짜 검사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검찰은 몇 명이나 될까?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도 되는 것일까? 그래도 우리의 '이기자'는 결론적으로 희망을 얘기한다. 언론 탄압과 줄 세우기가 극심해지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권력 감시의 현장을 지키는 기자들, 힘든 여건에도 발주發注기사가 아닌 발굴發掘기사로 거대 기득권과 싸우는 용기 있는 기자들이 있다며, 그 싸움 끝에 무엇보다 큰 기득권인 ‘기자 권력의 벽’도 함께 해체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이다. 수많은 뉴스의 진실眞實을 알고 싶은가? 강추!
이기자! 지면 안된다! 꼭, 반드시 이겨야 한다! 결국 그런 날이 ‘조만간’ 오고야 말 것이다. 이기자와 함께 “이기자!”를 외치며 이겨나가자!
첫댓글 이 기자가 누군지 궁금하다.
근대사를 전공한 기자인가 보다! https://youtu.be/kWPMoElUPZE?si=QwN8rk9wiSUwJo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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