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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에 가격을 부과하는 제도는 지금도 여러 곳에서 시행 중이다. 18일 세계은행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ETS)를 도입한 한국과 유럽연합(EU), 탄소세를 부과하는 캐나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68개국(지역·권역 포함)에서 탄소 배출에 비용을 물리고 있다. 하지만 제도 적용 범위는 국경 안에 머물렀다. 최근 국제사회의 탄소 배출 논의는 국경을 넘어선다. 탄소가격을 제대로 물지 않고 수입되는 제품에 관세를 매긴다거나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기후 리스크’를 공시하도록 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 제공: 세계일보국경 넘는 탄소세… 수출 주력 韓 ‘발등의 불’ [2022 세계기후환경포럼]
EU가 2025년 시행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철강, 정유, 시멘트, 석유화학, 암모니아 등 탄소 배출이 많은 부문의 수출품이 역내로 들어올 때 배출량에 상응하는 비용을 치렀는지 확인해 그렇지 않으면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수출국 입장에선 일종의 관세처럼 추가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기업은 기후변화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기도 한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규제가 강화되면 벌금을 물거나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해야 할 수 있다. 최근 유럽에서처럼 가뭄으로 공업용수가 모자라 공장 가동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가 추상적인 위험에서 기업 재무에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리스크’가 된 것이다. 최근 미국과 EU, 국제회계기준(IFRS) 등이 기후 관련 재무 리스크를 공시하도록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입 비율)가 80%에 이르는 만큼 이런 환경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등은 탄소배출이 많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 국제사회 흐름을 보면 기업 생산 활동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출되는 것(스코프 1·2)뿐 아니라 공급망 배출(스코프 3)까지 공시하도록 해 한국 기업도 원치 않아도 공시 의무를 지게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미 SEC의 기후 공시 지침이 현재 계획대로 확정되면, 미 상장기업은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스코프 3 배출량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회사에 납품하는 국내 기업도 기후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