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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본부장님 보십시오
어제 공개된 세 개 문서의 한글본과 영문본을 읽어 보고, 아무리 엎질러진 물이고 깨끗이 쓸어담는 게 불가능하다고 해도, 국민이 두 달을 밤잠 안 자고 맞아가며 그렇게 밀어줬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몇 가지 말씀과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살다 살다 별일을 다 보는군요. 이런 꼴 안 보자고 나이 오십 좀 넘어, 간혹 어른들한테서 듣던 말대로, 너무 많이 살았나보다고 할 수도 없고… 우리 측에서 고시를 하면 저쪽에서 사인할 편지라고요? 그게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공복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입니까? 나라를 대표해서 협상 테이블에 앉아 니네는 정부고 국민이고 다 못 믿겠으니 고시부터 하면 사인하겠다고 싸잡아 등신 취급당한 거 아닙니까? 어쩌자고 박차고 나오지 않았습니까? 아니면 누가 다시 들어가라고 했습니까? 그 얘기를 상대가 조심스럽게 하면 국민의 자존심이 훼손 안 됩니까? 메어치나 둘러치나 너희들은 못 믿겠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렇게까지 자존심을 짓밟혀가며 미국 소고기 사다 먹을 이유가 뭡니까? 국민이 언제 자존심 짓밟혀가며 미국 소고기 먹겠다고 했습니까? 미국 소고기 아니면 국민이 굶어 죽게 생겨서 그랬습니까? 그리고 그런 일이 있었으면 그건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되는 거 아닙니까? 왜 그 날짜도 서명도 없는 편지를 공개합니까? 이 정부가 언제부터 그렇게 국민한테 투명하게 일 처리를 했다고 남의 나라 공문 기안까지 국민에게 공개합니까? 편지의 내용을 떠나 그 황당한 꼴을 보며 국민은 양쪽 정부가 한통속으로 작당을 해서 우리 국민이 그렇게 싫다고 하는 걸 강요하려 든다 하는 느낌이 들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까? 내용을 보니 AMS, ARC, USC, CFR… 등 미국 정부가 QSA에서 굉장한 역할이나 하는 것처럼 여러 개를 열거해 놨더군요. 그것 때문에 그런 거군요. 친미와 반미를 가르려고 공개한 겁니까? 우리 솔직히 한번 얘기해보죠. QSA 프로그램이 뭡니까? 품질관리 프로그램이고 정부는 그 품질 관리 시스템에 대한 연 일이 회 점검(Audit)을 하는 게 전부 아닙니까? 30개월을 보증하려면 미 정부가 작업장에 대한 정밀 실사를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왜 어디에도 Inspection이란 단어는 찾을 수 없습니까?
우리 정부는 그동안 미 정부가 QSA를 통해 30개월 미만을 보증한다고 수없이 말 해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공개된 문서 어디에서도 보증, 즉 영문으로 Guarantee란 단어는 단 한 번도 쓰이질 않았습니다. Verify이라고 되어 있는 거를 모두 보증이라고 번역하셨더군요. 다시 얘기해서 FSIS 9050-5 양식에 QSA 프로그램 하에 있는 작업장에서 생산된 소고기임을 Verify 한다고 두 줄만 쓰여 있으면 보증이 되는 건가요? 보증이라고 하면 책임이 따릅니다. 보증인이 무엇입니까? 쉽게 얘기해서 돈 빌려 간 사람이 갚지 않을 때 대신 갚아줄 의무를 지겠다고 서명하는 거 아닙니까? 잘못해서 30개월 이상이 들어오고 그걸 먹고 광우병에 걸리면 미국정부가 경제적인 책임을 져줍니까? 아니면 수출업자가 형사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갑니까? 그렇다면, verify를 보증이라고 번역하는 건 맞지 않은 거죠. '어떠한 문서나 행위가 정당한 절차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공적 기관이 증명함'이라는 뜻의 '인증' 정도가 더 적당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왜 굳이 (미국 정부의) 보증이라고 해야 했나요?
QSA는 우리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무기한 수입 금지된다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유명환 장관 같은 사람은 언리미티드라는 표현까지 썼었죠? 공개된 영문 문서를 보니 개선(Improve)될 때까지 경과조치 (또는 과도기적 조치)로 운영하겠다는데, 한글본은 여전히 '회복'될 때까지입니다. 우리말에 적당한 단어가 없으면 몰라도 '개선' 같은 단어로 정확히 번역될 수 있는 Improve가 어떻게 '회복'으로 둔갑을 합니까? 이 정도는 요즘 영어 몰입교육만 제대로 받았으면 초등학생도 아는 거 아닙니까? 회복은 Recover가 맞죠? 중풍으로 쓰러졌다가 겨우 정신만 돌아온 후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중환자실에 누워계신 어른 병문안 가서, "어르신 이만큼이라도 차도가 있어서(Improve) 다행입니다." 하지 않고, "어르신 벌써 다 회복되셨네요(Recover). 팔다리 좀 못쓰면 어떻습니까. 퇴원하세요." 하면 어떻게 됩니까? 미친 소 먹고 광우병 걸린 놈이란 소리 안 듣겠습니까? 협상에서 미국은 4개월 후 졸업, 우리 측은 1년을 주장했다는 기사들이 있는데, 그게 사실이면 아무리 해도 1년 미만이라는 얘기고, 정부가 고시 서두르듯이 일 처리 하면 가을 되면 끝날 것 같은데 어떻게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무기한이라고 발표를 했습니까? 아, 미국 측에서 '오해'를 한 것이라고요. 그럼 당연히 'Recover', 또는 쓰시는 김에 국민 편에 서서 조금 더 써 'Fully Recover'라고 고쳐서 사인하면 되겠네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부는 추가협상 결과 발표를 통해 OIE가 규정하고 있는 4개 부위에 대해 수입을 원천차단한 것처럼 발표했습니다. 국민은 그깟 먹지도 않는 거 수입차단했다고 생색내지 말라고 힐난했죠. 그런데 오늘 공개된 문서를 보니 그 정도에서 그치질 않았군요. 누구한테 배웠는지는 몰라도 꼼수가 생각보다 많이 심각하군요. 미 무역대표가 보낼(아직 보낸 게 아니죠?) 편지에 보면 양국의 업자들이 그 4개 부위는 과거에 교역된 적이 없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게 전부인데 뭐를 어떻게 수입차단했다는 말씀인가요? 우리나라 업자 하나가 수입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막을 작정이신지요? 어청수한테 전화해서 막아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신가요? 재협상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거세니 뭐라도 가져와서 국민감정을 달래야겠다는 심정은 이해하는데 이러면 곤란하죠. 검투사란 분이 이거 꼼수고 거짓말인 줄 아실 거 아닙니까?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누가 기름을 어떻게 부어 촛불이 횃불로 변했는지 알 만한 분이 이러시는 거를 보면 본부장님은 이명박 정부 엿 먹이려고 남아있는 골수 참여정부 인사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수입 소고기의 1-3%에 대한 샘플 조사밖에는 할 수가 없군요. 우리 돈 들여서도 전수 검사는 못 하게 되어 있고요. 혀나 내장에 대한 현미경 검사도 사전에 미국과 기술협의를 하기 전에는 물론 못 하고요. 이물질이 나와도 동일 작업장의 다음 선적분에 대해서도 뜯어 보지는 못하고 X-Ray 검사밖에는 못 하는군요. 왜 이렇게 내 돈 내고 검사도 제대로 못 해보고 주는 대로 먹어야 합니까? 국민이 검사 비용만큼 소고기 값 올라가는 거보다는 그냥 먹겠다고 합니까? 너무 지나친 거 아닙니까? 이 정도면 뭐를 그렇게 감출 게 많아서 못 하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게 너무 당연하지 않습니까? 이러니 촛불을 못 끄는 겁니다. 전에 뼛조각 때문에 문제가 돼서 수입이 중단됐었죠? 이번엔 이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자고 머리뼈의 뼛조각과 척수의 잔여 조직 같은 건 얼마든지 있어도 통관에 문제없도록 명문화 했더군요. 그런데 추가협상 발표문에는 어떻게 Bone Chips from the Skull을 '극소한' 머리뼈의 조각으로, 그리고 Residual Tissues from the Spinal Cord를 '미량'의 척수 잔여조직이라고 번역했습니까? '극소한'과 '미량'이 어디에 어떤 영어표현으로 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아무리 해도 못 찾겠어 서요. 본부장님도 못 찾겠으면 미국 측에서 빠뜨린 게 분명하니, 반드시 그 두 단어는 번역해서 넣고 사인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미국 작업장에 마음대로 가 보지도 못하는군요. 새로 등재된 작업장이나, 이전에 취소된 적이 있는 작업장, 그리고 통관 시 문제가 되었던 작업장, 그러니까 특별한 사연이 있는 데만 가서 점검을 해 볼 수 있군요. 소고기 업계에서 근무해 본 적은 없어도 20년을 다국적기업에서 일해온 사람의 경험과 상식으론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본 멀쩡한 회사들은 우수고객을 한번이라도 더 자기 회사에 방문케 하려고 안달을 했지, 이렇게 될 수 있으면 안 왔으면 하는 분위기는 처음입니다. 끝으로 문제가 있는 작업장을 어떻게 하면 QSA에서 취소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우선 통관 시 문제 가 있어서 몇 차례 돌려보내야겠군요. 전체가 아닌 해당 박스만요. 1-3%만 샘플 검사를 하니 같은 작업장이 몇 차례 걸리려면 그것부터 쉬운 일은 아니겠습니다. 그리고 미국 측과 합의 하에 그 작업장으로 점검하러 갑니다. 점검 중 '중대한 위반'이 발견되면 미 식품안전검사국 관계관과 기술협의, 다음 단계는 고위급 협의, 4주 내에 합의가 안 되면 수입통관검사비율을 높이고… 짜증 나서 그만 하겠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린 내용 중 어떤 부분은 본부장님께서 직접 책임이 없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제 말씀을 알아들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본부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이명박이 무슨 개소린지 알아듣겠습니까, 아니면 정운천이나 유명환이 알아듣겠습니까? 그런데 본부장님도 점점 검투사에서 정치인으로 얼굴이 변해가는 거 아십니까? 걱정스러워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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