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래교실 가는 날, 박*동 님의 전담 직원의 근무 사정으로 평소보다 노래교실에 늦게 도착했다. 이미 노래교실은 시작한 뒤였고 많은 회원님들이 모여 계셨다.
“오늘은 저기 앉아서 계시는 게 어떠세요?”
“저기?”
직원은 박*동 님에게 중간쯤에 있는 빈자리에 앉으시는 게 어떠신지 물었다. 장순자 회원님 옆자리였다. 보통 노래교실에 일찍 도착하면 회장님이 안내해 주시는 자리에 박*동 님과 직원이 나란히 앉는데, 지각한 게 다행인건지 두 분이 함께 앉으실 수 있었다.
전담 직원은 맨 뒤 쪽 빈자리에 앉았다. 장순자 회원님은 박*동 님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물으셨다.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두 분의 대화가 잘 들리진 않았지만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라는 말은 들을 수 있었다. 두 분은 종종 대화하고 노래 부르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 예전에는 직원이 화장실만 가도 어디 가는지 묻고, 찾으셨지만 오늘은 직원이 뒤에 있어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 되자 다른 회원 분이 준비하신 떡이 간식으로 나왔다. 두 분께서는 이야기를 나누시더니 장순자 회원님이 회장님께 말씀하신다.
“얘! 나 비닐장갑 하나 줘봐!”
비닐장갑을 받으신 장순자 회원님은 박*동 님에게 떡을 조금씩 떼서 주신다. 아마 이가 없으신 박*동 님이 드시기 편하게 도와주신 것 같았다. 그러다 잠시 뒤에 커피를 한 잔 타서 박*동 님에게 드리셨다. 떡 드시기 어려우시다고 생각이 드셨는지 커피라도 한 잔 드리신 것 같았다. 잠시 뒤에는 총무님이 박*동 님에게 콜라를 한 캔 드리셨다. 떡 대신에 다른 간식 챙겨주셨다. 회장님께선 직원에게 검은색 봉투를 하나 주셨다. 박*동 님이 드시기 힘들 거 같으면 집에라도 싸 가라고 주셨다. 떡 하나로 박*동 님은 많은 분들의 정을 느끼셨을 것 같다.
“아이고 그만 먹어! 배불러서 점심 어떻게 먹으려고!”
커피도 다 드시고, 콜라도 다 드시려 하는 박*동 님께 장순자 회원님이 한마디 하셨다. 그 한마디에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난 뒤에는 요즘 들어 자주 나오시는 회원 분 중 한 분이 자신이 신청한 노래가 나오자 박*동 님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가신다. 박*동 님이 앞에 나가자 여러 회원 분들이 나오셔서 함께 춤을 추며 노셨다. 박*동 님의 춤사위가 오늘따라 더 신나 보였다.
“우리는 계단으로 가자! 운동 삼아서!”
노래교실이 끝나자 장순자 회원님이 입구에서 박*동 님을 기다리시다가 함께 계단으로 가자고 하신다. 두 분은 함께 계단으로 내려가고, 주민자치센터를 나오신 이후부턴 함께 걸어가신다. 장순자 회원님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시자 두 분은 함께 다음 주에 보자고 하시며 인사 나누셨다. 직원은 장순자 회원님께 저번에 말씀하신 집 초대를 조만간 한 번 해주시면 좋을 거 같다고 말씀드렸다. 장순자 회원님은 좋다고 하시며 직원에게도 반갑게 인사해주신다.
오늘 박*동 님에게 많은 분들께서 정을 표현해 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 다음 주부터 지각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다른 회원 분들 사이에서 노래교실에 참석하실 수 있도록 지원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023년 9월 6일 수요일 최승호
장순자 회원님이 아저씨를 정성껏 챙겨주시니 직원이 관여할 일이 없네요. 관계의 소중함을 깊이 느낍니다. - 다온빌
첫댓글 당사자와 지역사회(둘레사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직원은 그저 도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