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쓰겠다고 해놓고 이번에도 석달만에.다음 글은 아마 봄에 쓰려나요(에구구).
1년간 살아오던 봉천4동과 며칠 있으면 작별입니다.뒤돌아 생각해 보면 24시간 언제나 열려 있는 중국요리집,새벽까지 하는 일식집,24시간 해장국집이나 인심이 너무도 후한 백반집 등,저처럼 주침야활하는 폐인에게 이만큼 좋은 곳도 없었다는 느낌이네요.작별인사를 겸해서,제가 늘 새벽식사를 하곤 하던 집 한군데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이미 이 게시판에 두어차례 소개된 적이 있더군요.봉천 4동 전화국 옆쪽 골목의 부림식당,이라고 합니다.
서울대입구역 4번출구로 나가서 쭉 가시다가 조흥은행 옆골목쯤으로 들어오셔서 우측으로 꺾어서 죽 오시다보면 오른쪽 길목에 조용하게 숨어 있는 곳이지요.알아주게 유명한 낙지전문점인 `해태식당`을 좀 지나오면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해태식당 바로 옆에 북어국하고 조기탕을 끝내주게 하던 인심좋은 집이 하나 있었는데,너무나 서글프게도 망해버렸는지 나중엔 해태식당에 흡수되어 버렸습니다.지금은 자취도 없지요.역사는 비극의 산실입니다 정말)
홀 테이블 다섯개하고 안쪽 방의 테이블 두개로 구성된 그야말로 작고 단출한 점포입니다.분위기야 그 동네가 다 그렇듯이 허름 그 자체고요.독특하게도 오후 6시부터 시작해서 아침나절에 끝나는 그야말로 밤식당이지요.주로 근방 업소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나 퇴근길 직장인들 회식용 장소,아침식사용으로 많이 사랑받는 듯합니다.저같은 주침야활 폐인이 밥먹는 장소로도 그만이지만요(...).
메뉴는 해장국(4000\),동태찌개(4000\),삼겹살(7000\),김치찌개(4000\) 등이 있습니다.대부분 손님들은 삼겹살이나 김치찌개를 시키곤 하더군요.저도 거의 김치찌개를 먹습니다.
삼겹살값은 조금 비싼 감이 있긴 하지만 괜찮은 편입니다.생삼겹살은 아니지만 질좋은 삼겹살을 잘 얼렸다가 내주는데요,은박을 깐 불판에 구워서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기름이 새지도 않지요.사방에다 식빵 귀퉁이를 깔아서 넘치는 돼지기름을 흡수해 주는 아이디어도 보입니다.삼겹살만 주문하면 반찬도 실하게 나온답니다.포기김치를 꺼내다가 삭둑삭둑 가위로 잘라주고(이건 통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재빠르게 막아야 합니다),차고 시원한 콩나물국 한뚝배기,파무침 크게 한접시,쌈야채 접시,팔팔 잘 끓는 달걀찜 한 뚝배기와 된장찌개까지 나오고,나물류 위주로 서너가지 반찬이 더 나오지요.거기다가 1인당 달걀 프라이 내지는 달걀말이 하나씩입니다.쓸데없이 구색만 갖추기보다는 고기하고 먹기 딱 어울리는 구성이지요.반찬만 잘 먹어도 배가 부르답니다.소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주 만족하실 겁니다(아쉽게도 전 술을 못하지요).
이집의 베스트 메뉴라면 누가 뭐래도 김치찌개인데,장안의 웬만한 유명한 집에도 떨어지지 않는 맛입니다.시큼하니 아주 적절하게 삭은 김치에다가 목살을 퍽퍽 아무렇게나 흠뻑 썰어다넣고 두부를 넣어서 만든 그야말로 심플한 전형적 김치찌개입니다.여기다가 위에 적은 김치랑 나물반찬하고 달걀 프라이 정도가 나오지요.밥은 흑미를 섞어서 만들었는데 최고라고 하긴 힘들어도 고들허니 맛이 괜찮습니다.돼지고기의 진하고 느끼한 맛과 김치의 시금털털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서 카 하고 속이 트일 정도로 맛있는 김치찌개가 되지요.다 찌그러진 그야말로 진짜 80년대식 양은냄비에 내서 더더욱 맛이 있나 봅니다(이거 무진장 뜨거워서 만지면 화상 입습니다!제가 입었다고요T3T).달걀 프라이에다 찌갯국물 적당히 떠넣고 비벼도 맛있지요.대부분의 경우 냄비를 싹싹 훑게 될 정도입니다.간도 잘 맞고요.조미료가 아주 약간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고,돼지고기를 씹는 맛도 썩 좋은 괜찮은 김치찌개입니다.
아주머니 두분이서 하고 계신데 부엌위생은 영 별로지만 그래도 친절하고 싹싹하신 분들이라 가면 늘 기분이 좋습니다.물수건도 꼬박꼬박 챙겨주시고 손맛도 좋고 하면 그만이지요 뭐-ㅂ-.
화장실은 건물용인데 영 부실하니 웬만하면 용변은 미리 하고 가시는게 좋습니다.난방은 좀 그렇지만 안에 있는 온풍기 쪽에만 가면 무진장 따뜻하답니다,호호호.
단점이라면 누가 뭐래도 점심영업이 없다는 점이군요.참 아쉬운 이야기입니다.위생이나 깔끔도 기대하진 마세요.그냥 허름한 동네 밥집이랍니다.
......이사가기 싫은데,이 좋은 집을 놔두고 달아나자니 섭섭 그 자체로군요.이제 이사가는 동네에서 새 맛집을 뚫자면 고통스러울 것 같습니다(먼산).
근방에 계시는 분들은 부디 들러주시고 기분좋은 식사를 하시기 바라겠습니다.
......7호점은 언제쯤 올리려나.계산해 보니 4년 후면 맛집박사 되겠네요.아이고 먼산(......).
앗~! 울 동네당... 부림식당이라... 저도 이곳에 온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주변 식당을 이용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친구 놀러오면... 김치찌게 먹으로... 혹은 삼겹살 소주 한잔 하러 가야겠넹~ 좋은 정보 감사감사~! 설대 근처에 또 괜찮은 곳있으면 알려주시와요~~~
첫댓글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한번 꼭 가서 김치찌게 먹어보고 싶네요
앗~! 울 동네당... 부림식당이라... 저도 이곳에 온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주변 식당을 이용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친구 놀러오면... 김치찌게 먹으로... 혹은 삼겹살 소주 한잔 하러 가야겠넹~ 좋은 정보 감사감사~! 설대 근처에 또 괜찮은 곳있으면 알려주시와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