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훈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민탁이 고개를 끄덕이자 태훈은 선반을 뒤적여 설탕을 찾았다.
금방이라도 나갈것처럼 자켓까지 입고서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몸은 보송보송하니 여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마 태훈이 샤워를 시켜준 것이나 수건으로 닦아낸게 틀림 없다.
전자렌지에 따뜻하게 데운 보리차에 설탕을 녹인 설탕물이 침대까지 대령되었다.
태훈은 상기된 얼굴을 하고선, 쭉- 마셔요. 하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꼬리가 살랑대는것 같았다.
역시 귀여운 아이.
민탁은 두손으로 따뜻한 보리차를 손에 들었다.
그닥 뜨겁지도 않은게 한번에 마시기 좋을 정도로 알맞게 데워졌다.
“어디 가?”
“드라마 촬영. 오전엔 야외촬영이고 오후에 세트촬영있어요.”
“오후에는 별관 스튜디오에 있겠네.”
“그렇죠.”
“…한번 가볼까나.”
민탁은 말을 해놓고 쑥쓰러워졌다.
농담으로 해본 말이었는데 태훈이 굉장히 기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인 곳을 어떻게 들어가냐고 말려도 이번엔 태훈이 적극 나섰다.
“도중에 은성이 형 내보낼테니까 같이 들어오면 되잖아요!”
“…으으.”
“나 먼저 나갈께요. 꼭 와야 되요!!!”
태훈은 민탁의 이마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를 했다.
민탁은 잔뜩 들뜬 태훈을 보았다.
어쩔수 없이 가야겠네….
“아, 태훈아. 나중에…”
“…”
“뮤지컬 공연 보러가자. 둘이서.”
**
자동차 리모컨으로 차문을 잠근 민탁은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퇴근시간이라 차도 막히고 주차할 곳도 없어 한참을 서성여야 했다.
결국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워야 했다.
뭐하러 이 고생을 해야 되나 싶었지만, 맡은 역에 푹 빠진 태훈을 보니 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일을 하는 남자는 멋있다.
연기실력이 수준급이다. 민탁은 태훈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매니저 은성은 태훈의 모니터를 한답시고 날카롭게 주시하지만 민탁은
부드럽게 그를 보았다.
너무 몰두한 나머지 다른이의 존재를 잊은듯 그렇게 열심히 하는 태훈의 모습.
여성의 작가와 스탭들이 열망의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거 놔.”
“왜 그래? 응, 우리 사랑하는 사이잖아. 너 나 사랑하잖아!!”
“착각이 심하군. 이래서 네가 싫다.”
여 주인공이 태훈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정장차림은 처음 보았다.
옷걸이가 좋으니 무슨옷을 걸쳐 놔도 폼이 난다.
현재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의 여 주인공은 인기 여배우였다.
역시나 얼굴도 쪼그맣고 몸체도 가느다랗다.
태훈의 여 배우가 옷깃을 부여잡자 모멸차게 쳐 버렸다.
태훈은 더럽다는듯 여 배우가 잡은 소매쪽을 두어번 툭툭- 쳤다.
놀란듯한 표정으로 태훈을 보자 여 배우를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냉정히 독설을 내뿜었다.
“너같은거 필요없어-”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었다.
오싹하고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모두가 그의 연기에 몰입한 탓인지, 촬영장 분위기가 냉각되었다.
살얼음같은 무표정으로 내뱉은 말은 정말 살을 에일듯 차가웠다.
전 출연진과 스탭들이 얼어 붙었다. 심지어 같이 연기하는 여 배우도 그의
차가운 말에 닭똥같은 눈물을 쏟아 내었다.
눈물연기는 안약없이 안됀다고 소문났던 여 배우가 눈물을 흘릴만큼,
연기의 흐름을 리드해가고 있었다. 모델보다는 천상 연기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왜 진작 연기자를 하지 않은건지 묻고 싶을 정도다.
악역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태훈을 보고 민탁은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프레임 아웃(frame out)에 감독의 컷-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퍼지자마자, 태훈이 달려 왔다.
태훈은 민탁을 와락 안고 싶었으나 많은 눈들로 인해 아쉬워 했다.
태훈의 곁으로 코디네이터가 와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정돈했다.
능숙한 손길에 몸만 대주고 입으로는 계속적으로 민탁과의 대화를 이어 나간다.
“잘하던데?”
“정말요?”
“응.”
“드라마 반응도 좋아요, 오늘 끝나고 외식해요!!”
“알았어.”
“와- 진짜요? 약속했어요.”
민탁은 태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촬영때와 무척 다르다. 프로로써의 기질이 다분하다.
앞으로 대성을 예고할만큼 사교성도 좋고 연기도 잘하고 외모도 출중하다.
“씬 NO. 72 촬영 들어갑니다!!”
“네네-”
태훈은 안타깝게 민탁을 보았다.
입모양만으로 ‘기다려요’소리를 한 뒤, 눈을 찡긋- 해 보이고는 세트로 들어갔다.
그 사이, 진동이 울렸다.
액정화면에서 가르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강원.
민탁은 그의 전화를 피하고 싶었다.
미세한 핸드폰 진동에 배터리를 분리 시키려다 실수로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배터리가 떨어지면서 분리 되는 소리가 촬영장을 울렸지만 분주하게 촬영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촬영에 들어간 상태였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말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배터리를 주울 찰나, 한 사내의 팔이 보였다.
사내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험악한 얼굴에 저절로 주눅이 들었다.
짙은 눈썹과 떡 벌어진 어깨, 고급스런 맞춤 정장이 감싸고 있는 몸은 상당한 거구였다.
은색의 안경테가 날카로움을 더한다.
그의 몸은 존재감을 알리듯 상당한 에너지가 흘러 넘쳤다.
그의 손에 쥐어진 배터리를 건네받고 민탁은 조용히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무슨일인지 사내는 민탁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피었다.
“실례지만, 혹시…”
“?”
“김민탁씨?”
민탁은 너무 놀라 딸꾹질이 나올듯 했다. 사내가 부드럽게 웃었다.
이 넓은 스튜디오라 해도 시내 길거리처럼 흔히 아는 사람을 만날곳이 아니었다.
웃는 모습이 누굴 닮았다. 초승달처럼 휘어진 눈을 보자 덩치만 크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은 아닐것 같았다.
그것보다도 왜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묻는것이 더 시급한 일이었다.
어렸을적 기억부터 중고교, 대학시절까지의 기억을 총 통틀어도 한 조각
남아있지도 않은 사람. 분명히 처음 보는 남자였다.
남자는 하하하- 하고 화통하게 웃었다.
촬영에 들어갔는데 눈치없이 웃는 남자덕분에 시선이 몰렸다.
“맞군요.”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손목에 있는 로렉스 시계가 그 사람의 몸값을 높여주고 있었다.
민탁이 물끄러미 쳐다만 보자 남자는 머쓱하게 손을 거두고 명함을 건넨다.
「신경정신과, 정신과의사 정태석」
아무리 뚫어져라 봐도 처음보는 이름이었다. 그래도 낯이 익은 이름.
어디서 본것 같은 이름에 다시 한번 쳐다 보았다.
신경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동창은 부산에서 인턴으로 있으므로 관계가 없다.
“태훈 형 되는 사람입니다.”
그가 씨익 웃었다.
+캔디
예전부터 꼬릿말에 얽히지 말고 쓰자!
하고 매번 다짐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네요.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지겠지 싶으나,
판이하게 줄어든 꼬릿말에 흑흑.
그냥 가면 저 너무 섭섭해요.
첫댓글 30편 축하드리고, 건필해주세요~ 매우 잘 보고 있답니다~ 감사드려요~
ㅋㅋ오늘쯤 올라올줄 알고,, 하루종일왔다갔다 했답니당.ㅋㅋ
혹시 이거.ㅋㅋㅋ 태석이랑 강원이랑막 친구고 그러는거 아니야?ㅋㅋㅋ
아 다음편 너무 궁금해요~ 빨리 올려주세요~
축하해요 @!!!! 태석이 ?! 왠지 방해놓을것같은 ㅜㅜ
ㅎㅎㅎ 30편 축하 드려요! 31편두 빨리 올려주세요
30편 축하드려요 ^^!! 하루종일 얼마나 기다리는줄 몰라요 ㅜㅜ
오오힘내세요 ㅋㅋㅋ
재미있어요....
재미있어요~~~>_< 그리고 30편이 된거 축하드립니다~~~~~~~~~~~~ㅎㅎㅎ
30편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