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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향
아빠가 갑자기 며칠간 출장을 다녀와서
세 여자 2권의 이야기가 늦어졌구나.
거두절미하고 부지런히 이야기해줄게.
1권의 줄거리는 특별히 이야기 안 해도 되지?
..
고명자는 양친이 모두 돌아가시고,
옛 동료들로부터 배신자를 소리를 듣고,
남은 가족들과 멀어지면서
혼자 외롭게 지내게 되었어.
경찰들은 계속 감시를 하면서도
전향을 했다면서 왜 아무것도 안 하느냐고 다그쳤어.
옛 동료들을 찾아가 회유하라고 협박까지 했어.
그 와중에 단야가 국내에 잠입했다는 소문을 들었어.
아, 헛소문…
단야는 이미 모스크바에서 누명을 쓰고 죽었잖아.
단야만 생각하고 있던 명자는 그 소문을 듣고 알아보려고 했지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
무작정 나라밖으로 갈 생각에 신의주로 향했다가
사기만 당하고 빈털터리로 다시 경성으로 왔어.
그렇게 외롭게 지내던 명자에게
옛 동지 박희도와 김한경이 찾아왔어.
잡지사 ‘동양지광’에서 같이 나와서 일하자고 했어.
명자와 같은 지식인 여성이 필요하다고 했지.
명자는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어.
답변을 안 하자 경찰까지 찾아와서 협박을 했어.
다시 감옥을 갈래? 동양지광에 출근할래?
결국 명자는 동양지광에 기자로 취직을 했어.
명자가 망설였던 이유는 그곳은 친일잡지를 만들던 곳이었어.
조선인들을 회유하고, 전쟁에 자연하라는 내용이었지.
그리고 그곳에서는 좌익에서 전향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
명자는 다들 어쩔 수 없이 강압에 의해 전향한 척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니었어.
다들 철저한 황국신민이 되어 있었어.
또 한번 크게 실망.
고명자는 기자 일만 했던 것은 아니야.
또 다른 임무가 주어졌어.
박헌영, 여운형을 회유해라….
이걸 어떻게 하겠니.. 이런저런 핑계로 미뤘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동양지광은 휴간을 했어.
다시 고독하고 우울한 시간들..
멀리서 들려온 정숙의 소식.. 조선의용군에 들어갔다고…
비록 전쟁터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겠지만..
고독하고 외로움보다 낫다고 생각했을 거야.
…
1. 해방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 소식..
너무나 갑작스러운…
명자는 해방되기 얼마 전부터 여운형의 연락을 받고
건국동맹비밀맹원으로 활동하고 있었어.
그리고 해방 후,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에서 일하게 되었단다.
여운형은 명자가 전향했던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견딜 만큼 견디고 나서 어쩔 수 없는 전향이라고 이해해 주었어.
해방이 된 조선땅에 소련과 미국이 진군한다는 소식은
모든 백성들에게 좌절을 심어주게 되었단다.
죄는 일본이 지었는데, 왜 벌은 조선이….
….
연안에 있던 정숙도 일본의 패전 소식과 항복 소식을 들었어.
조선의용군들은 모여서 경성 귀환에 대한 회의를 했어.
그동안 정숙은 창익과 다시 이혼을 하고 동지로 남았단다.
그들에게 소련과 미국의 분할점령 소식이 전해졌어.
다들 이해가 가지 않는 움직임이었지.
정숙을 비롯한 조선의용군은 평양으로 가기로 했어.
남쪽은 반공주의로 똘똘 뭉친 미국이 들어와 있다고 하잖아.
북쪽은 공산주의 혁명으로 성공한 소련이 와 있으니,
비록 고향은 서울이지만, 정숙은 평양행이 맞다고 생각했어.
행군으로 신의주를 거쳐 국내로 들어왔단다.
그들을 반기는 환영인파는 기대도 안 했을지 몰라.
하지만, 무장 해제 당하고, 개인 자격으로 입국 심사까지 했을 때는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리고 평양에서도 이상한 소문이 들려왔어.
소련이 새파랗게 젊은 김일성 대위를 앞세우고 있다는 소식이었어.
항일 투쟁에 있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김일성이
갑자기 나서게 되니 다른 이들은 그리 좋게 보지는 않았어.
거기에 죽은 줄 알고 있었던 박헌영이 조선공산당을 이끌고 있다는 소식은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지.
평양에 도착한 정숙과 조선의용군은 김일성과 만났어.
생각보다 김일성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어. 호감이 갔어.
…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서도 해방 소식을 들었단다.
세죽은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대를 잠시 했지만,
길이 보이질 않았어.. 길이…
세죽은 딸 영이, 아니 이제 러시아 이름이 더 익숙한 비비안나와 점점 멀어졌어.
2. 격동이 시절
명자는 여운형 아래에서 일을 했지만,
미군은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를 인정하지 않았어.
그리고 미국과 소련은 5년간 신탁 통치를 한다고 결정했는데,
이후에는 전국이 반탁과 친탁으로 갈리게 되었어.
이때 반탁이었던 박헌영과 공산당은 친탁으로 돌아서자,
남한에서는 거의 매장 분위기였단다.
결국 박헌영은 북한으로 향했어.
남북을 초월했던 조선공산당을 창건하고 이끌던 박헌영이
북한에 오자, 대단한 환영을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
하지만 북한의 일인자는 젊은 김일성이었어.
박헌영이 설 자리는 김일성의 옆자리였어.
….
명자는 해방을 했으니 단야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틈나는대로 서울역에 나가보곤 했단다.
그런 명자를 보기가 안쓰러워 여운형은 사람을 시켜서 단야의 소식을 알아냈단다.
단야는 이미 10년 전에 죽었다고 했어. 더 이상은 알려 하지 말라고 했어.
더 이상이라 함은 죽기 전에 단야가 세죽과 재혼했다는 것이겠지.
명자가 얼마나 실망하겠어.
그동안 단야만 믿고 버텨왔는데….
여운형은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윤동명이라는 사람을 명자에게 소개시켜 주었어.
고명자는 윤동명과 재혼을 하게 되었어.
그런데 비극 하나…
자신을 그렇게 잘 봐주고 지원해주었던 여운형이 암살당한 거야.
그 시절은 그런 시절이었어.
일본의 총칼도 수십 년 생명을 앗아가지 못했는데,
같은 민족에 의해 죽는 사건들..
정말 비참하고 슬픈 일들이구나.
…
한편, 정숙은 몇몇 불만들이 있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소비에트 국가 만들기에 협조하기로 했어.
김일성을 도와주기로 한 것이야.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도 내분에 휩싸이게 되었어.
김일성파, 연안에서 온 연안파,
남쪽에서 올라온 조선공선당파, 소련파 등등….
계속되는 분파들의 갈등들..
김일성에 대한 불만을 가진 이들도 많았어.
….
정숙은 뜻밖의 소식을 들었어.
세죽의 소식을 들은 거야.
세죽이 유형지에서 남편 박헌영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에게 보내달라는 요청 문서를 보내온 것이야…
박헌영이 오케이만 하면 세죽은 평양으로 올 수 있었어.
하지만 박헌영은 냉담하게도 거절을 했단다.
세죽의 처지 좀 생각해 주지…
세죽은 남편 박헌영이 죽은 줄 알고 있었고,
상황이 단야와 재혼하게 만들었고,
단야와 고작 3년 생활을 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유형 생활을 7년이나 하고 있으니…
책을 읽는 아빠가 다 억울하더구나.
속 좁은 박헌영…
어찌 인민을 보살피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
변한 것이냐….
심지어 모스크바에 와서 딸까지 만났었는데,
세죽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하니..
박헌영, 너는 이미 변절한 사람이도다.
세죽이 불쌍하지도 않단 말이야.
세죽이 잘못한 게 뭐 있단 말이야. 이 썩을 놈아.
…
명자는 남부연석회의의 남한대표 중 한 명으로 평양을 가게 되었어.
평양에서 정숙을 만나고 정숙을 통해 충격소식을 들었어.
단야와 세죽이 재혼했다는 소식…
그리고 세죽이 아직 살아있다는 소식…
자유 연애를 하는 정숙에게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단야 한 사람만 믿고 십 년 넘게 기다린 명자에게는….
뒤늦은 심한 배신감….
정숙은 명자에서 평양에 남아달라고 했지만,
명자는 서울을 선택하게 된단다.
…
비비안나는 무용수로 유명해져서 평양까지 공연을 하러 왔단다
평양에 있으면서 아버지인 박헌영도 만나고 허정숙도 만났어.
..
3. 전쟁
1949년에서 50년, 평양은 전쟁을 통한 남조선을 해방하는 의견들이 많았어.
정숙은 한 민족끼리 전쟁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지만, 대세는 전쟁으로 기울었단다.
참 안타깝구나.
일제의 지옥에서 벗어난 지 채 5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이번에는 같은 민족끼리 전쟁이라니..
그렇게 이성적인 사람이 없었던 말인가.
북한은 소련과 중국에게 전쟁의 불가피함을 설득해야 했어.
정숙은 모택동과 인연이 있어서 모택동을 설득하는 임무를 맡았어.
중국은 개입을 안하겠다, 하더라도 미국이 먼저 개입하게 되면 하겠다고 했어.
그리고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시작되었어.
…
전쟁 직전 서울은 공산주의가 불법으로 되어 있었어
공산주의자들은 도망자 신세가 되었어.
명자도 도망 중에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하고 있었어.
그 와중에 전쟁이 일어났어.
이때 남한은 후퇴하면서 서대문형무소에 갇혀 있던 이들을 많이 죽였는데,
김삼룡, 이주하 등이 이때 처형되었다고 하는구나.
다행히 명자는 다시 풀려났어.
북한군의 진군을 본 명자는 마치 해방 때의 느낌을 받았어.
그리고 명자가 일했던 근로인민당 사무실에 다시 출근을 했어.
하지만, 노동당은 근로인민당이 중도 성향을 띠고 있어서 인정하지 않았고,
명자는 친일 활동을 했던 근거를 들어 전향서를 쓰라는 명령을 받았어.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이니….
해방이라고 느꼈던 명자가 며칠 만에 다시 수감되어
며칠 동안 전향서를 쓰고 나서야 집으로 올 수 있었어.
집에 먹을 것도 없어서 굶주리는 날이 많았고,
당의 명령으로 툭하면 사역을 하러 나갔어.
결국 명자는 병에 걸려 외롭고 쓸쓸하게 죽고 말았단다.
…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이 다시 밀리기 시작하면서,
북한군은 압록강까지 밀려났단다.
그러자 전쟁의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기 시작했어.
전쟁이야 최고 지도자의 책임이지 뭐 볼 게 있겠니.
다만, 그에게 니 책임이다 물러나라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게 문제지.
그러다 보니 그 밑에 어떤 사람한테 덮어 씌울까 그걸 고민하게 된 거야.
결국 3여 년에 걸친 전쟁은 남북을 둘로 그대로 유지된 채 끝나고 말았어.
전쟁을 왜 한 건지…
전쟁이 끝나고 북한에서는 다시 책임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수상인 김일성은 이걸 이용해서 반대파를 제거해 나갔단다.
빨치산파, 남로당파, 연안파를 차례대로 숙청했어.
박헌영은 미국 스파이로 몰려 사형을 당했어.
문화선정상이었던 허정숙은 이런 사태를 일어나지 않게 막아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어.
그리고 자신도 연안파였잖아.
결국 허정숙은 생존을 위한 선택들을 했단다.
허정숙도 잠시 연안파 숙청 때 감옥에 가기도 했지만,
가족까지 끌어들인 협박에 결국 김일성 편에 서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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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죽음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 있던 세죽…
비비안나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모스크바에 왔어.
비비안나가 결혼하면서 비비안나도 조금씩 엄마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어.
1953년 전쟁이 끝나고도 여전히 세죽은 크질오르다에 있었어.
그곳에서 신문을 통해 박헌영의 체포 소식을 들었어.
비비안나가 걱정이 되었어.
당시 공산주의 사회에서 가족도 벌을 받는 연좌제가 당연시되었거든..
비비안나가 걱정이 된 세죽은 모스크바로 향했어.
당시 공포 정치를 벌였던 스탈린은 비록 죽었지만,
그의 그림자는 여전히 모스크바를 가득 메우고 있었거든…
하지만 모스크바 가는 길은 쉽지 않았어.
이제 나이도 있으니….
가는 길에 세죽은 폐결핵에 걸려 위중한 상태로 모스크바에 도착했어.
딸 비비안나는 지방 공연 중으로 없었고,
사위 빅토르가 보살펴주었어.
곧바로 병원에 입원을 했지만, 그만 죽고 말았단다.
다음날 비비안나가 도착을 해서 엄마의 임종을 보지도 못했어.
세죽의 죽음의 여정을 읽을 때
아빠도 눈시울이 붉어졌단다.
이것이 단지 허구가 아니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아.
자신의 열정으로 삶을 살았지만, 결국 이런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니…
너무 가슴이 아팠단다.
….
세 여자 중에 생존한 이는 이제 정숙 하나 뿐이구나.
정숙은 숙청의 바람에서 살았고,
1980년대까지도 북한에서 여러 중요 요직을 맡아서 활동을 했다는구나.
그리고 1991년 눈을 감았대.
….
아빠가 이 소설을 가슴 아프지만 재미있게 읽었단다.
지은이 조선희라는 분은 처음 알게 된 분인데,
이 분이 쓰신 다른 책들도 한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중간이 공직의 일을 맡는 바람에 소설을 쓰는데 12년이나 걸렸다고 했는데,
이런 소설을 써 주셔서 정말 고맙더구나.
직접 전할 길은 없으니,
아빠는 이 책을 주변 사람들한테 추천하는 것으로 고마움을 전달하기로 했단다.
…
이 책을 읽으면서 10여 년 전 보았던 드라마 <1945>가 많이 생각이 났고,
태백산맥, 아리랑 등 조정래 선생님의 소설들도 생각이 나고,
이 책에 등장한 위인들의 평전들도 많이 생각이 났단다.
무엇보다 세 여자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
이 세 분을 알게 되어 좋았고,
그들의 이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더구나.
그들이 지금은 하늘에서 다시 만나, 화해를 하고
책 표지에 나와 있는 모습으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면 좋겠구나.
….
자, 오늘은 여기까지…
책제목 : 세 여자 2
지은이 : 조선희
펴낸곳 : 한겨레출판
페이지 : 380 page
펴낸날 : 2017년 6월 22일
책정가 : 14,000 원
읽은날 : 2018.03.17~2018.03.19
글쓴날 : 2018.03.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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