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험관 철거, 등기 소송 10년 만에 마무리
불속행 기각 결정...태고종선암사 ‘승소’ 확정
조계종 제20교구본사 선암사에 대해 ‘실질적 소유자는
태고종선암사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선암사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 태고종선암사 측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법원의 이번 결정에 조계종선암사는 범종단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11월17일 조계종선암사가 순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철거 파기환송(이하 차체험관 철거 소송)’ 항소심과
태고종선암사가 조계종선암사를 상대로 제기한 ‘등기명의인표시변경등기말소(이하 등기 말소)’ 항
소심에 대해 모두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특정한 사유가 없다면
본안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결정이다.
두 소송은 10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앞서 2011년 조계종선암사는
순천시를 상대로 실질적 소유자 동의 없이 건립한 ‘차체험관’을 철거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2014년)과 2심(2015년) 재판부는 조계종선암사가 토지의 실질적 소유자임을 확인하고
순천시에 철거 명령을 내렸으나 대법원은 2020년 12월 이를 뒤집었다.
“소유권자는 조계종선암사지만 실제로는 태고종선암사가 운영해왔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 다시 열린 재판에서 법
원은 2022년 7월 조계종선암사 청구를 각하하는 결정을 내렸다.
등기 말소 소송은 2014년 태고종선암사가 조계종선암사를 상대로
선암사 등기에서 ‘조계종 등기를 말소해달라’ 청구한 소송이다.
1심(2016년)과 2심(2022년) 재판부는 “조계종 스님들이 거주하지 않아
실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태고종선암사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결정으로 소송은 10여 년 만에 일단락됐지만
이번 판결이 불러올 파급 효과는 결코 적지 않다.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관할관청에의 종단 등록만으로
사찰의 종단 소속을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는 재판부 이번 결정은
합법적 소유권자인 조계종선암사의 권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사찰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주장해
태고종선암사의 권리를 인정하는 판례를 남기게 되면
종단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찰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넘기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한국불교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정한 판결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비구 대처 간 합의로 구성된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현 조계종) 출범으로
선암사는 1962년 국가 법률에 의해 통합종단 제20교구본사로 지정됐다.
조계종단 소속으로 토지 및 건물 소유권 등 조계종선암사로서의 모든 권한을
국가로부터 합법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 60여 년간 태고종선암사의 불법 점거로
조계종선암사가 정당한 권한을 행사해오지 못했음에도
태고종선암사의 불법 점거를 용인했다.
조계종은 한국불교 역사와 전통에 혼란을 가져올 이번 판결에 대해
범종단적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조계종은 총무원 집행부와 중앙종회, 교구본사, 포교신도단체 등이 참여하는
긴급 회의를 11월22일 열고 선암사를 불법 점거해 온 태고종선암사 측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법원 판결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선암사 주지 대진스님은 "정화운동의 결실로 통합종단이 출범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나아가 한국불교 정체성까지 훼손하는
사법부의 비상식적 결정”이라며 ""TF팀 구성 등
선암사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한 적극적 행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