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목 시인 별세
사진출처 : 동아컴 뉴우스
보리밭 사잇길로 노을처럼 떠나다…아동문학가 박화목선생 별세
연합
가곡 ‘보리밭’을 작사한 아동문학가 은종 박화목(銀鐘 朴和穆·사진) 씨가 9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2세.
황해도 황주에서 출생해 만주에서 성장한 고인은 6·25전쟁이 일어나 부산으로 피란갔던 1952년 어느 날 저물녘 빈 보리밭을 바라보며 적은 시 ‘보리밭’ 한 편으로 문학사에 이름을 새겼다. 이 시는 이후 같은 황해도 태생의 실향민 작곡가 윤용하 씨가 노래로 만듦으로써 1970년대 들어 ‘국민 가곡’으로 널리 불리게 됐다.
고인은 평양신학교 예과를 마친 뒤 만주 봉천신학교를 졸업했으며 이후 줄곧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두고 동심의 세계를 그려낸 아동문학가로 활동했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로 시작하는 노래 ‘과수원 길’ 역시 고인이 쓴 동시에 김공선 씨가 곡을 붙인 것. 고인은 동화집 ‘부엉이와 할아버지’, 동시집 ‘초롱불’을 펴냈으며 시집으로는 ‘시인과 산양’ ‘그대 내 마음 창가에’ 등 16권이 있다.
기독교방송(CBS) 교양부장과 편성국장, 한국방송회관 상무이사 등으로 언론계에서도 일했으며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숙희(金淑嬉) 씨와 아들 성혁(成赫·목사), 딸 혜은(惠恩) 혜영(惠英) 씨 등 1남 2녀가 있다. 장례는 한국아동문학회장으로 치러졌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다음은 고인의 대표작인 보리밭과 과수원길 가사 전문입니다.
▼보리밭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저녁 노을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저녁노을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음악은 로저 와그너 합창단이 노래하는 보리밭입니다
▼과수원길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아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쌩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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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ㅠㅠ 아쉽게도 노래가 나오지 않는군요.
이렇게 고운 말을 만들어 놓고 가시니 그래도 행복하실 것 같아요. 보리밭 가사를 다시 읽으니 가슴이 서눌해 지네요.
가을이 깊어 가려니 모두들 말이 없네요. 누구를 기다리는지... 무슨 기억이 떠올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