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황지나
다섯 번째 마트료시카
수업종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어요. 하지만 교실엔 여전히 떠드는 소리로 가득해서 누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도 없었어요.
지금은 수요일 6교시 미술시간이에요. 하지만 선생님은 아직 교실에 오시지 않았어요.
앞문이 쾅 소리를 내며 세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떠드는 소리가 멈췄어요. 선생님이 두 손 가득 커다란 종이 상자 하나를 힘겹게 들고 오셨어요. 상자가 너무 무거워 보여서 선생님이 넘어질까 봐 모두 가슴을 조마조마하며 바라보았어요.
선생님은 교탁에 상자를 ‘쿵’하고 내려놓으셨어요. 그리고 더우셨는지 선생님의 팔목에 걸려있는 노란 고무줄을 입으로 빼내서 어깨까지 길게 늘어뜨린 긴 머리를 묶으셨어요.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상자에서 꺼낸 손바닥 크기의 오뚝이 모양의 나무 하나씩을 재빨리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이 분단 뒤에서 세 번째 줄에 앉은 저도 받았어요. 나무에는 조그맣게 제 이름 ‘이나리’가 쓰여 있었어요. 손에 닿은 나뭇결은 아주 부드럽고 매끄러웠어요. 한쪽은 약간 둥글고 다른 쪽은 평평했어요. 둥근 부분을 아래로 세워도 바닥에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아서 슬쩍 세워 보았지만 나무는 금세 ‘콩’ 소리를 내며 쓰러졌어요. 그 소리에 오른쪽에 앉은 짝꿍 서연이가 놀라서 쳐다봤어요. 서연이는 금세 나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평평한 부분을 밑으로 나무를 책상 위에 세워 주었어요.
“바보”
서연이의 얄미운 목소리가 작게 들렸어요. 화가 나서 입을 꾹 다물고 서연이를 노려봐줬어요. 하지만 서연이는 코를 찡긋거리며 칠판 앞에 계시는 선생님만 바라보았어요. 버릇처럼 코를 찡긋거리는 모습이 꼭 꿀꿀, 안경 낀 아기돼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혼자서 속으로 웃음을 참느라 힘이 들었어요.
“다 받았죠? 안 받은 사람 있으면 손들어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선생님은 몸을 돌려 칠판에 무언가를 적으셨어요.
“자, 따라 읽어 보세요.”
-마. 트. 료. 시. 카.
나를 제외한 친구들은 학급이 떠내려갈 정도로 크고 우렁찬 목소리를 내며 글자를 또박또박 읽었어요.
“오늘 미술 수업은 책상위에 놓여있는 나무를 사용하는 거예요.”
언제나 그러했듯이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짝꿍 서연이가 손을 번쩍 들었어요.
“서연이 질문 있니?”
서연이는 자기 얼굴의 반을 덮고 있는 커다란 안경을 손가락으로 밀며 연신 코를 찡긋거리며 대답을 했어요.
“선생님, 마트료시카는 러시아 목각인형으로 인형을 열면 그 안에 더 작은 인형들이 여러 개 들어있어요. 저희 집에도 있어요. 아빠가 작년에 러시아 출장에서 선물로 사오셨어요.”
서연이는 만족스럽단 듯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어요. 몇몇 친구들이 잘난 체하는 서연이를 보고 입을 삐죽 내밀었어요. 나도 질세라 더욱 입을 삐죽 내밀었어요.
“그래, 서연이가 잘 알고 있구나.”
선생님의 말씀에 서연이가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괜히 심통이 났어요. 하지만 사실은 좀 부럽기도 했어요.
얼마 전, 우리 반의 모든 정보를 꿰차고 있어서 ‘소식통’이라고 불리는 진교가 들려준 얘기예요. 서연이 아빠는 큰 회사에서 일해서 돈도 잘 벌고 안 가본 나라가 없을 정도로 여러 나라를 가보셨대요.
얼마 전에 진교가 서연이 생일에 몇몇 친구와 함께 집으로 초대를 받았었는데 집도 으리으리하고 방도 여러 개이고 가정부 아줌마도 있었대요. 사실, 생일에 초대받은 아이들은 다 잘사는 집 친구들이에요. 서연이는 항상 그 애들하고만 놀아요. 진교는 할아버지가 국회의원이신데, 서연이네와 잘 알던 사이여서 진교도 초대를 받은 거래요.
“자, 다들 해보세요.”
갑자기 친구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어요.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다 선생님의 말씀을 놓치고 말았어요. 서연이에게 물어보려다가 뒷자리에 앉은 효인이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봤어요.
효인이는 저랑 가장 친한 단짝 친구예요. 단정하게 빗은 단발머리에 하얀 얼굴과 큰 눈망울이 너무 예뻐요. 그래서 남자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아요. 하지만 마음씨도 착하고 붙임성도 좋아서 여자 아이들한테도 인기가 많은 친구예요.
“나리야, 여기 나무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손으로 각각 잡고 열어보라고 말씀하셨어. 보면, 안에 똑같이 생긴 작은 모형이 또 들어 있어.”
효인이가 작은 목소리로 조심히 알려주었어요. 그리고 항상 그랬듯이 마지막엔 예쁜 미소를 지어보였어요. 저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어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처럼 한결 기분이 좋아졌어요.
“전부 열어서 책상 위에 크기 순서대로 놓아보세요. 그리고 모두 몇 개의 모형이 나오는지 말해 보세요.”
모두 한목소리는 아니었어요. 반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사 분단에 앉은 민철이가 ‘세 개요’ 하는 소리와 어딘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 나도 세 개인데’, ‘네 개요’, 하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어요. 교실은 금세 시장에 있는 것처럼 제 각각의 말들로 시끄러워졌어요.
저도 서둘러 나무를 하나하나 열어보았어요. 큰 나무를 시작으로 한 개. 효인이의 말처럼 그 속에는 조금 작은 크기의 똑같이 생긴 나무가 들어 있었어요. 두 번째 나무를 열어봤어요. 그 속에는 아주 작은 크기의 나무 네 개가 한꺼번에 들어 있었어요. 이상했어요. 모두 다른 크기로 몸체 속에 점점 작은 것들이 들어있다고 들었는데 같은 크기의 모형들이 네 개나 들어 있던 거예요.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서연이도 효인이도 옆 분단의 종진이도 책상 위에 크기 순서대로 나무가 나란히 놓여 있었어요.
개수를 세어 보았어요. 서연이와 종진이는 세 개, 효인이는 네 개가 크기 순서대로 놓여 있었어요. 제 것만 달랐어요. 선생님이 실수로 잘못 주신 것 같았어요. 손을 들고 선생님께 여쭤볼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교탁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어요.
“조용, 조용히들 하세요.”
교실이 어느 정도 조용해지자 선생님이 말씀을 이어갔어요.
“여러분도 봐서 아시다시피 각자 들어있는 마트료시카의 개수가 모두 다르답니다. 이 개수는 여러분들의 부모님과 형제의 수예요. 얼마 전에 나눠줬던 학생 기초 조사서에 작성된 가족관계를 참고로 했으니까 이상하거나 잘못된 부분 있으면 선생님한테 말해주도록 하세요.”
이번에도 서연이가 손을 번쩍 들었어요. 이번에는 무슨 잘난 척을 할까 지켜보았어요.
“선생님, 나리의 마트료시카 배열이 이상해요.”
갑자기 저의 이름이 불려서 당황했어요. 한순간에 친구들 모두의 시선이 제 책상 위의 마트료시카로 쏠렸어요.
“나리만 크기가 같은 인형이 네 개나 있어요.”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수많은 친구들의 시선에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선생님은 교탁 위에 놓인 인쇄물을 훑어 보셨어요. 그리고 또 다른 인쇄물 중 하나를 찾아 읽으셨어요.
“음, 나리의 마트료시카 개수가 총 여섯 개 맞죠?”
제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서연이가 ‘맞다’고 선수를 치듯 재빨리 대답을 했어요.
“학생 기초 조사서에 적혀있는 대로, 부모님 두 분하고 나리를 포함한 형제자매 네 명 해서 총 여섯 개 맞네요.”
또다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까보다 더 큰 소리였어요.
“나리는 형제자매가 네 명이나 된대.”
“식구 진짜 많다.”
“우린 세 명인데 두 배나 많네.”
“어?, 나리는 동생만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빨려들 듯이 친구들의 목소리들이 생생하게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어요. 왠지 모르게 창피한 마음이 들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요.
“조용히 하세요. 구입한 마트료시카 모형은 최대 다섯 개밖에 들어 있지 않아요. 당연히 작은 마트료시카에는 여섯 개 모두 들어가지 않아요. 나리의 식구 수대로 들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친구들 주고 남은, 제일 작은 다섯 번째 마트료시카 세 개를 더해서 두 번째로 큰 마트료시카 안에 넣을 수밖에 없었어요. 나리야, 이해했니?”
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어요. 여전히 귓가에 친구들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신기한 물건 본 듯한 말들로 맴돌았어요. 고개가 더욱 숙여졌어요.
선생님은 반 친구 모두에게 준비물로 가져 온 그림물감과 색연필을 꺼내서 마트료시카 나무모형에 가족의 얼굴을 그리라고 말씀하셨어요. 떠들던 목소리들이 그림에 집중하면서 점점 줄어들었어요. 좋아하는 그림 그리는 시간이었지만 전혀 즐겁지가 않았어요.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모형에 엄마, 아빠의 얼굴을 대충 그려 놓았어요. 괜히 엄마와 아빠가 미워졌어요. 평소에 존경했던 선생님도 오늘은 야속하게 느껴졌어요. 사실, 저에게는 효인이와 진교, 그 두 명에게만 털어 놓은 비밀이 있어요.
얼마 전, 엄마는 같은 직장 동료와 재혼을 하셨어요. 친구들이 엄마, 아빠가 재혼한 사실을 모르는 이유는 아빠가 이혼한 친아빠와 성이 같기 때문일 거예요. 평소에 집에 친구를 데려와도 아빠가 회사에 계셨기 때문에 아빠의 얼굴을 아는 친구들도 없었어요. 처음엔 엄마의 재혼이 마냥 좋았어요. 나한테 잘해주는 아빠도 생겼고 엄마도 행복해하셨고요. 하지만 현실은 제 생각과 많이 달랐어요. 가족 수에 비해 좁은 집에서 아저씨네 딸 둘을 포함해서 여섯 명이 같이 살면서 독방도 동생들과 나눠 써야 했고 놀고 싶을 때 못 놀고 저의 물건도 그 애들과 나눠야 했어요. 또한, 나와 동생한테 쏟아졌던 부모님의 관심은 점점 줄어들었고 항상 평일 아침이 되면 학교에 가기 전에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했어요.
서연이가 그리고 있는 마트료시카를 봤어요. 공부를 잘하는 만큼 역시 그림도 잘 그렸어요. 진교 말로는 서연이는 따로 과외 선생님한테 수업을 받고 있대요. 서연이 부모님을 보지는 못했지만 서연이는 모형에 아빠와 엄마를 아주 예쁘게 그렸어요.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지만 엄마는 보내 주시지 않아요. 이유는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또다시 서연이가 부러웠어요. 커다란 집과 멋진 부모님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어요.
길게만 느껴졌던 수업이 끝났어요. 각자 만든 작품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밑바닥에 도장이나 사인을 받아오는 게 오늘 숙제예요. 집에 왔지만 왠지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왠지 마음이 무거웠어요.
엄마가 심부름을 시켰어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세탁소에서 아빠 양복 수선 맡긴 것을 찾아오래요. 엄마한테 짜증을 부리다가 혼났어요. 가는 내내 미간을 찡그리고 입을 내밀고 있었어요. 세탁소 아줌마에게도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옷을 찾고 길을 나섰어요. 지름길로 가기 위해 주택가 골목을 지나던 중에 태권도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진교를 만났어요. 진교가 먼저 아는 척을 했어요. 진교의 얼굴을 보자 왠지 눈물이 났어요. 엄마 아닌 누군가 앞에서 처음 보이는 눈물이었어요. 내 비밀을 아는 친구이기 때문에 오늘 학교에서의 서러움에 눈물이 나왔나봐요. 진교는 약간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위로를 해주는 대신에 그냥 옆에 있어주었어요. 오늘은 진교가 어른스럽게 느껴졌어요. 진교는 다 알고 있었어요.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진교였어요. 제가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비밀은 꼭 지킬 테니 걱정 말라고 했어요. 친구들의 놀림이 싫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제가 미워지는 순간이었어요.
진교가 우물쭈물거리더니 절대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이라며 내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서연이 입양아래. 그리고 너한테 말은 안 했지만 미술 배우는 이유가 너 때문이래.”
진교는 그 말을 하고 집에 간다며 내가 온 골목 쪽으로 뛰어가더니 이내 사라졌어요.
걸어오는 길, 진교의 깜짝 발언이 약간은 충격이어서 멍한 상태로 집에 걸어갔어요. 길 건너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기 위해 멈췄어요. 멈췄던 머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다섯 번째 마트료시카의 모습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사실, 순서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가장 작아도 상관없었어요. 작기 때문에 비좁은 공간에서 같이 체온을 나누는 저의 다섯 번째 마트료시카가 어느 것보다도 더 거대해 보였어요. 저녁노을이 주황빛 수채물감을 풀어 놓은 것처럼 번져가고 있어요.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은 그냥 혼자의 비밀로 남겨두기로 했어요.
당선소감 아이들 꿈에 좋은 비료 한 줌이 되도록
‘평범한 일상’이 불과 몇 분 사이에 ‘특별한 날’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이 저에게 일어났습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조차 남의 일만 같았던 때, 당선 소식을 듣고 가슴속 떨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모든 감정이 뒤섞여 있던 어린 시절처럼 다시 돋아난 마음 속 간지러운 떨림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소중한 마음 한 조각을 담고 싶어서 시작했던 글쓰기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고 과연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면의 동전처럼 좌절 뒤엔 항상 희망이 있어서 불안함 속에서도 계속 끊임없이 도전을 하였고 결국 바라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습니다.
어린이를 꿈나무에 비유하는 것은 그만큼 어린이에게 토양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제 글이 아이들의 꿈들에 좋은 비료 한 줌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노력하겠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니 제 곁에서 항상 응원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셨습니다. 저에게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고 격려해주신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의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과 경남신문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어린이들을 위해서 더욱 좋은 작품을 쓰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
●1981년 서울 출생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심사평 적절한 비유 통해 문학성과 재미 느껴
신춘문예 작품 심사를 할 때면 큰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푼다.
보다 환상적인 스토리와 보다 새로운 기법으로 쓰여진 작품들과 마주치게 되기를 원한다.
환상은 동화의 주된 구성 원리이다. 환상은 현실에서의 도피가 아니라 어린이 현실과 어린이 사이 충돌에서 발생하는 어린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완화한다.
하지만 올해 응모한 작품들도 그 기대를 흡족하게 채워주지는 못하였다.
총 칠십여 편 중 환상동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대여섯 편 정도였다.
당선작 ‘다섯 번째 마트료시카’도 환상동화는 아니다.
마트료시카는 러시아 전통 인형으로, 오뚜기 모양의 목각인형을 크기 차례대로 여러 개 겹쳐 넣어놓은 것이다.
작품 속 마트료시카는 보편적 배열을 하고 있지 않다.
총 다섯 개 인형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맨 바깥 인형 안에 두 번째 크기 인형이 들어있고, 다음으로는 느닷없이 그 속에 다섯 번째 크기 인형 네 개가 같이 들어 있다.
작가는 이 특이한 배열을 한 마트료시카 인형을 통해, 특이한 구성을 한 나리네 가족을 상징화하는 데 성공하며 주제를 잘 이끌어내었다.
비록 환상동화는 아닐지라도 적절한 비유를 통해 문학성과 재미성을 함께 느끼게 해주었다.
당선작과 함께 마지막까지 잡고 있었던 작품은 ‘수상한 복주머니’와 ‘민수형의 선물’이었다.
그중 환상성에 가장 많이 접근한 것이 ‘수상한 복주머니’였다.
현재 아이들 세계를 실감나게 묘사하면서 환상을 통해 결핍을 해소하고 있다. 하지만 평이하고 교훈적인 스토리가 큰 감동으로 연결되지는 못하였다.
‘민수형의 선물’은 현실 속 아픔을 진하게 묘사하면서 감동을 주었다. 문장력도 비교적 좋았다. 하지만 소재 참신성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응모 편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모두 일정 이상의 고른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두 심사위원의 공통된 의견이다.
큰 노고 끝에 응모한 모든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보다 도전적인 작품을 기대해 본다.
<심사위원 배익천·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