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동' 목진석, 역전의 역전극 펼치며 씨에허 5연승 저지 내일 일본 4번주자 다카오 신지 9단 맞아 2연승에 도전해
마침내 씨에허의 연승이 막혔다. 그 주인공은 '괴동' 목진석 9단.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씨에허에 맞서 목진석은 임전소감에서 "긴장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두겠다"고 했다. 그 마음이 통했을까. 비세에 놓였던 중반전에서 추격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둔 것이 결국 승리를 일궈낸 것이다.
12월 1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벌어진 제1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제7국에서 한국의 목진석 9단이 중국의 씨에허 7단을 198수 만에 백불계로 꺾고 씨에허의 연승을 저지했다. 역전에 역전극을 펼치며 이뤄낸 승리였다.
목진석은 초반 모양대결에서 우위를 점했으나 씨에허의 상변 승부수에 수를 크게 내주면서 비세에 접어들었다. 하변 돌을 끊어가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날렸지만 왠만하게 수를 내선 역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중반에 잠시 인터넷이 끊겼을 때는 검토실조차 다 끝난 상황이라면서 돌을 거두고 총총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목진석은 불같은 투혼을 보이면서 수를 내었고 역전 무드를 잡았다. 인터넷 중계를 했던 한 해설자는 "대박중의 대박"이라면서 좋아했다. 목진석은 승자인터뷰에서 "씨에허 7단은 바둑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기사이다. 하변에서 흑이 잘 받으면 기회가 없었는데 씨에허가 망설였던 것이 좋지 않았다"고 평했다.
또한 연승에 대해선 "가장 껄끄러운 상대를 이겼으므로 내 몫은 한 것 같다. 연승에 목표를 두지 않고 한판 한판 열심히 두겠다"고 말했다. 승리한 목진석은 내일 일본 부주장 다카오 신지 9단를 맞아 2연승에 도전한다.
이 달말 결혼을 앞둔 목진석으로선 오늘 승리가 더없는 기쁨일 것이다. 교회 친구로 만나 곧 결혼하게 될 아내의 응원의 힘도 컸다는 목진석 9단. 가장 껄끄러운 씨에허를 잡았기에 이제부터 자신의 기록인 3연승도 넘는 연승행진도 보인다.
한ㆍ중ㆍ일 3국의 '바둑삼국지'로 불리는 농심신라면배는 각국의 대표 5명씩이 출전해 연승전으로 패권을 가린다. 우승국에만 주는 상금은 2억원. 매판 대국료(300만원)가 있으며 3연승부터는 연승상금이 붙는다(3연승 1000만원, 이후 1승 추가시마다 1000만원씩).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초읽기 1분 1회).
■ 제12회 농심신라면배 각국 대표 *파란 글씨가 남은 기사 ㆍ한국 : 이창호 9단, 최철한 9단, 목진석 9단, 박승화 4단, 이세돌 9단 ㆍ중국 : 콩지에 9단, 저우루이양 5단, 퉈지아시 3단, 씨에허 7단, 왕시 9단 ㆍ일본 : 다카오 신지 9단, 유키 사토시 9단, 하네 나오키 9단, 사카이 히데유키 8단, 이야마 유타 9단
[제1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대국일
승자
패자
결과
비고
제1국
2010. 10. 18
● 이세돌 (韓)
○ 왕시 (中)
235수, 흑불계승
2연승
제2국
2010. 10. 19
● 이세돌 (韓)
○ 이야마 (日)
199수, 흑불계승
제3국
2010. 10. 20
● 씨에허 (中)
○ 이세돌 (韓)
189수, 흑불계승
4연승
제4국
2010. 10. 21
● 씨에허 (中)
○ 사카이 (日)
167수, 흑불계승
제5국
2010. 11. 29
● 씨에허 (中)
○ 박승화 (韓)
125수, 흑불계승
제6국
2010. 11. 30
○ 씨에허 (中)
● 하네 (日)
178수, 백불계승
제7국
2010. 12. 1
○ 목진석 (韓)
● 씨에허 (中)
198수, 백불계승
▲ 대국 시작 전 차 한잔을 준비하고 있는 목진석 9단.
▲ 퉈지아시 3단에게 팬들의 사인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 대국이 없는 일본은 단장과 하네 나오키 9단이 검토하고 있다.
▲ 대국장 인터넷 연결이 수월하지 못해 수순이 멈춰 있자 대국장에 있는 기사들이 돌을 던진 줄 알고 모두 자리를 떠 몇 명만 남아 있다.
씨에허의 연승을 저지하라. 4연승으로 쾌속 중인 씨에허 7단의 발목을 잡기 위해 한국의 목진석 9단이 출격했다.
12월 1일 오후 2시 부산 농심호텔에서 제1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제7국이 한국의 목진석 9단과 중국의 씨에허 7단 간의 대국으로 시작됐다. 씨에허는 1차전 2연승에 2차전 2연승을 더해 4연승 행진 중. 자신의 연승 기록이면서 대회 최다연승 타이기록인 5연승을 앞두고 목진석과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입회인 김종준 6단의 개시선언과 함께 돌을 가린 결과 목진석이 백돌 21개를 쥐었고, 여기에 홀을 선택한 씨에허가 맞혀 흑을 가졌다. 그간 흑번필승으로 이어오다 지난 6국에서 처음으로 백불계승이 나왔었다. 목진석에겐 다소 위안거리가 될지 모르겠다.
목진석은 이번 대회가 4번째 출전. 9회 대회에선 3번 주자로 나서 3연승을 올렸으나 창하오 9단의 벽을 넘지 못해 중국에 우승컵을 넘겨준 것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이창호 9단이 처음으로 부주장을 맡았고 박영훈 9단이 주장을 맡았으나 창하오에게 패했다.
현재 검토실은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이 검토에 참가하고 있어 화기애애한 분위기. 중국이나 일본 검토진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한게임바둑에서는 오후 3시부터 김성룡 9단의 화상해설이 있을 예정이다.
15:15 (44수) - 하변에서 불꽃이 인다 부드러운 기풍의 씨에허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하변에서 피할 수 없는 전투가 일어날 조짐. 지금까지 팽팽한 국면으로 선착의 효가 살아있어 보인다. 이곳 싸움에서 초반 유불리가 나올 듯하다.
15:40 (60수) - 중앙 수습이 관건 목진석이 하변 실리를 챙기면서 안정했다. 부분전에선 성공했지만 대신 중앙 돌이 떠 있다. 백 석점이 공격권에 놓여 있는데 이 돌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중반전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 같다.
16:00 (74수) - 목진석, 흐름이 좋다 백이 타개를 하면서 상변 백모양도 크게 부풀렸다. 흑으로선 이 모양을 어떻게 깰 것인지 문제가 되는 장면. 승부처가 온 장면인데 흐름상 목진석에게 기분 좋은 진행이 될 듯하다. 한게임바둑의 김성룡 해설자는 만만치 않은 진행이라고 평한다.
▲ 초반전 검토실은 한국기사들만 검토하고 있다. 조훈현 9단의 입담에 분위기는 화기애애.
16:15 (89수) - 기세의 바꿔치기 상전벽해가 일어나고 있다. 서로 최강의 버티기로 바꿔치기가 일어날 조짐이다. 바꿔치기 양상이면 백이 조금 좋다는 검토실 평이 나온다. 김성룡 해설자도 "서로 땅따먹기하는 통에 바둑을 다 두었다"면서 "이대로라면 목진석 9단의 승리가 보인다"고 말한다.
16:20 (99수) - 승부수 띄운 씨에허 씨에허가 승부수를 띄웠다. 상변 백진에서 수를 내고자 움직인 것이다. 어제 막판 대역전극을 또한번 연출하려는 듯. 하지만 베테랑 목진석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과연 수가 나느냐 안 나느냐. 승부의 기로에 섰다.
16:35 (113수) - 씨에허, 5연승 유력 씨에허의 승부수가 또 통한 것으로 보인다. 상변에서 옥쇄를 각오하고 승부수를 띄웠던 씨에허. 상변에서 크게 수를 내면서 살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목진석도 하변을 끊어가면서 '나도 한 번'을 외친다. 김성룡 해설자는 "열 받게도 상변에서 너무 기가 막히게 수가 나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7:20 (175) - 목진석, 수를 크게 냈다 한동안 대국실의 인터넷 회선이 끊긴 사이 큰 변화가 일어났다. 추격하던 목진석이 수를 '대박'으로 냈다. 조금만 더 힘을 낸다면 역전으로 갈 수 있다. 아직 큰 자리가 많아 끝내기 싸움이 될 것 같다. 목진석의 대역전극이 눈앞에 놓였다.
17:38 (198수) - 목진석 불계승 목진석 9단이 이겼다. 우상 방면에서의 실패로 패색이 짙었으나 종반 눈부신 투혼으로 극적인, 믿기 어려운 역전승을 거뒀다. "이 바둑을 이기리라 생각지 못했다"는 팀 동료 이세돌 9단. 목진석의 흔들기 능력이 돋보였다.
반면 침착하기 그지없는 씨에허는 아시안게임 페어전 결승전에 이어 또다시 뼈에 사무칠 실수를 하고 말았다. 1승을 챙긴 목진석은 내일(2일) 일본의 4번 주자를 상대로 2연승 사냥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