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가리지 않고 재산 모은 최 대인 홍역으로 삼대독자 잃고 딸만 아홉 탁발 온 노스님에게 하소연하는데… 최 대인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모으며 남의 가슴에 박은 수많은 못을 모두 뽑아놓으면 한자루는 될 것이고, 장리쌀을 놓아 남의 집안을 풍비박산 낸 게 몇 집이던가. 그렇게 천석꾼 부자가 된 최 대인은 모든 걸 얻었지만 소중한 걸 잃었다. 딸 셋 뒤에 애타게 바라던 아들을 얻었건만 금이야 옥이야 하던 삼대독자를 홍역으로 잃었다. 그러고나서는 어떻게 된 것인지 씨를 뿌렸다 하면 딸이다. 첩을 들이고 기생머리를 얹어줘도 딸, 딸, 딸…. 딸이 아홉이나 됐다. 대가 끊어지게 생겼다. 용하다는 의원을 수없이 찾아다니며 날린 헛돈이 얼마이던가. 허구한 날 방구들이 꺼져라 한숨만 쉬던 최 대인이 어느 날 삿갓을 깊이 눌러쓰고 탁발 온 노스님을 사랑방으로 불러들였다. 곡주를 마시다 아들 없는 한을 하소연했더니 별일도 아니라는 듯 무덤덤하게 “기별을 할 테니 소승의 절에 한번 들르시오. 나무아미타불” 한다.
최 대인의 주기가 싹 가셨다. 수없이 사기를 당해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리는 데 이골이 났지만, 이번은 달랐다. 보름쯤 지난 어느 날, 행자가 찾아와 최 대인은 그를 따라 삼십리 산길을 걸어 지눌사로 갔다. 차 한잔을 마시고 산신당으로 가 노스님과 백팔배를 올리고 나니 짧은 가을 해가 떨어지고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행자가 최 대인을 요사채 구석방으로 안내하며 “불을 밝히지 마십시오”라고 한마디 던지고선 돌아가버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멍하니 앉아 있으려니 ‘똑똑’ 문고리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인의 살 냄새가 최 대인의 코를 스쳤다. 옷 벗는 소리가 나더니 조용해졌다. 최 대인이 옷을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여인의 속옷 고름을 풀었다.
한달쯤 지난 어느 날, 노스님이 들러 “내년 칠월이면 최 대인의 시름이 사라질 거요”라고 말했다. 최 대인은 터질 듯한 가슴을 진정시키고 노스님이 사라졌는데도 연신 합장을 했다. 느려터진 세월이 흘러 이듬해 칠월이 됐다. 행자의 기별을 받은 최 대인은 한걸음에 지눌사로 달려갔다. 지난해 가을 깜깜한 요사채 끝방에서 씨를 뿌렸던 그 여인이 산모가 돼 핏덩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고추를 보고 입이 찢어진 최 대인에게 노스님이 “저 아이 사주팔자에 열두살까지 이 절을 떠날 수 없으니 그리 아시오”라고 말했다.
최 대인은 씨받이 그 여인에게 거금 삼백냥을 주며 고맙다고 치하를 하고 또 했다. 최 대인은 사흘이 멀다 하고 지눌사를 찾아와 아들을 안았다. 노스님이 아이 이름을 갑주라 지었다. 최갑주는 어미 품에서 장마철 호박순처럼 쑥쑥 자랐다. 최 대인은 들락날락거리며 갑주와 산모의 먹을 것, 입을 것을 사다 나르고 지눌사에 중창불사 자금을 댔다. 갑주가 젖을 뗐을 때 그 어미, 씨받이 여인은 절을 떠나지 않고 지눌사의 공양주 보살로 눌러앉았다. 최 대인이 아들 하나 더 보려고 노스님에게 다리를 놓아 공양주 보살을 떠봤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열두살 전에 절을 떠나 사가로 가면 화를 입는다는 사주팔자에 어린 갑주는 사미승이 돼 노스님으로부터 글을 배우고 불경을 익혔다. 갑주는 영특하고 그 아비와 다르게 심성이 착했다. 갑주는 꽉 찬 열두살이 돼 의젓해졌으나 노스님은 기력이 쇠해져 거동을 못하고 누워 지냈다. “갑주야.” “네, 스님.” “내 말을 잘 듣고 평정심을 잃지 마라.” “말씀하십시오.” 노스님이 기력을 다해 벽에 기대어 앉았다. 긴 한숨 끝에 노스님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최 대인은 너의 친아버지가 아니다.” 갑주는 머릿속이 새카매졌지만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렸다. “네 할아버지가 오래 병석에 누워 있느라 네 아버지가 최 대인으로부터 장리쌀을 썼다가 너희 논밭이, 나중에는 집까지 최 대인에게 넘어가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었다.” 노스님이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최 대인으로부터 고리채나 장리쌀을 썼다가 망한 집이 한둘이 아니다. 너는 앞으로 최 대인의 외아들로 천석꾼 부자가 될 것이야. 최 대인이 남의 가슴에 박은 못을 모두 빼줘야 한다.” 며칠 후 노스님이 입적해 다비식 연기가 하늘 높이 올라가는 걸 갑주는 물끄러미 쳐다봤다.
최 대인 집으로 떠나기 전, 어미 공양주 보살이 갑주를 꼭 껴안았다. “너의 아버지는 너를 잉태시킨 후 보부상이 됐다. 일년에 한번씩은 재가 불자인 양 이 절에 와서 먼발치에서 너를 보고 갔다.” 갑주는 탄생 비밀을 깊이 감추고 최 대인 집으로 들어가 삼대독자가 됐다. 갑주가 열여덟살이 됐을 때 최 대인은 중병으로 드러누웠다. 갑주는 최 대인이 수많은 사람 가슴에 박았던 못을 하나하나 빼내기 시작했다. 낫을 들고 최 대인의 목을 따려고 올 것 같던 사람들이 송이를 싸들고, 손수 찾은 산삼을 들고 최 대인을 찾아와 눈물을 뿌리자 최 대인이 삼대독자 갑주의 손을 잡고 “잘했다, 잘했어.” 목이 메었다. 십구년 전, 그해 가을. 지눌사 요사채 구석방 칠흑 어둠 속에서 최 대인과 살을 섞은 그 여인은 누구인가. 주막 주위를 배회하며 몸을 파는 들병이를 노스님이 돈을 주고 불러들였던 것이다.
[출처 ] 농민신문 사외칼럼 - 조주청의 사랑방이야기 |
첫댓글 최갑득이는 최대인하고 아무 상관 없고 최갑득이 어머니도 최대인 하고 몸을 섞지 않았고
결국 최대인과 몸을 섞은 여인은 몸을 파는 들병이 였군요,
속은 것은 최대인 이었네요
즐독했읍니다
건행 하세요
세월이 흘러 멋진 모습 感銘 받았으며 所重하고 행복하시고 올려주신 맑고 밝은 希望과 勇氣가 용솟음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사랑하는 마음은 香氣로운 맛과 훌륭한 作品은 寶石같이 빛나며 高貴하고 神秘한 秘境은 언제나 변함없이 없고 自然의 風景과 잘 어우러 지시고 歲月 새로운 소식을 돋보이게 하고 職分에 최선을 다하며 또한 주어진 일에 調和가 잘 어울리는 모습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노스님 갑주 죄대인 들병이 이야기 김사 합니다.
공감과 글발 주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선덕을 쌓아야지 악덕을 쌓으면 죄를 면키어렵지요, 잘 보고 갑니다.
사랑방 야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사랑방 야화 좋은 글 감사한 마음으로 즐감하고 나갑니다 수고하여 올려 주신 덕분에
편히 앉아서 잠시 즐기면서 머물다 갑니다 항상 건강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ㅎㅎ 재미나게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시 바랍니다.
욕심이 동네를 망가 뜨려 죄를 받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읍니다
즐거운 나날 되세요 !!
사랑방야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사랑방 야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사랑방 야화 재미있게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사랑방야화잘보고갑니다
즐독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글 내용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사랑방 야화 즐감하고나갑니다.
사랑방 야화 잘 보구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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