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을 여러해동안 여러번 다녀보았지만 올레 Guesthouse 에 묵어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제저녁에 하루를 신세졌던 세화마을의 Lefthander Guesthouse 는 올레길에 필이 꽂힌 아내덕분에 제주로 이주한지 3년이 채 안되는 쥔장 류사장이 2~3명의 조수들과 함께 운영하는 올레길변 세화 해녀박물관 근처 숙소인데..우선 처음 들어설때 담벼락에 걸어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현수막이 들어서는 내발길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아니나 다를까 6명의 Guesthouse 투숙객을 위한 오름 서비스 투어에서 본인의 사상적인 속내를 드러낸다. 올레길 걷는데 각자가 지니고 사는 신념의 일단을 까보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일은 아니었으나 아침에 숙소를 떠나기전 아침 식탁에서 마주 앉은 Lefthander Guesthouse 쥔장에게 몇마디 물어보지 않을수 없었다. 어제 숙소에 들어설때 '강정해군기지 반대' 현수막보고 '나같은 수구 꼴통이 묵어도 되나?' 하고 걱정되었다고 한자락 깔고 도대체 1) 해군이 싫은거냐? 아니면 2) 해군기지가 싫은거냐? 아니면 3)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이 싫은거냐? 고 물었다. 다행히 류사장의 답은 3) 쪽에 가까웠다. 차근차근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출발로 예정햇던 9시가 다된 시간이라 해군 출신으로서 해군이나 해군기지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서 다행스럽다는 말로 대충 얼버무리고 숙소에 머물던 일행과 잘별인사를 나누고 함덕으로 출발한다.
원래 계획은 오늘의 종착예정지인 김녕포구에 차를 세워두고 버스로 함덕으로 이동 나머지 19코스를 걸을 예정이었지만, 숙소에서 오후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간다는 홍군의 이야기를 듣고 홍군을 함덕까지 데려다 주고 함덕에 차를세워두고 김녕까지 걸어와서 19코스 마치고 버스편으로 함덕으로 돌아가 차를 회수해서 오늘의 숙소로 정해둔 성산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dynamic 하게 전술(?) 을 바꾼다. 남의차 얻어타고 다니는것보다 내차가 있으므로서 가능해진 유연성이라고나 할까..? 함덕까지는 훤하게 뚫린 지방도를 버리고 일부러 해안도로를 따라 상쾌한 드라이브..송군도 항공편 출발시간에 여유가 있고 우리도 자신있는건 車와 시간뿐이니 해안도로 따라 다니며 여유를 부려도 아무도 시간에 쫒겨 불안해하지 않는다.
송군을 제주공항가는 버스에 태워보내고 바로 걷기시작. 엊저녁 동네 약국에서 산 안티푸라민과 아나프록스를 이용해 정성을 바친 발목은 아직 '이젠 됐으니 용서한다' 는 신호를 보내오진 않았지만 오늘은 십여 Km 만 걸으면 된다고 발목과 나에게 다시한번 다짐을 하며 출발. 함덕 해수욕장 모래사장은 해풍에 날아가는 모래사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온통 비닐막으로 덮여있다. 함덕 에메랄드빛 해변을 만나기위해 함덕 해변을 찿는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모래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비닐막을 덮었겠지만 정작 모래사장을 찿은 관광객들은 모래사장 대신에 비닐막을 만나게 된다는 현실..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앞선다.
서우봉으로 향하는 길목 오른쪽엔 전에 안보이던 자동차 모양을한 Camping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다음에 올땐 한번 사용해 봐야지..서우봉 오름길은 아직 유채꽃이 만개해 눈을 즐겁게 해주기엔 철이 이른듯..올레길은 곧 북촌을 지나면서 해변을 벗어나 내륙으로 한참을 돌아든다. 2년전 여름에 쏟아지는 폭우를 맞아가며 方丈과 함께 걸었던 기억이 새롭다. 일주동로를 만나는 지점에서 한참 진행중인 도로공사때문에 안테나에서 사라진 올레 리본덕분에 코스를 잠시 벗어났나 싶었는데 어느새 다시 만나게된 올레길은 이미 20코스로 들어선듯하다. 이제 애초에 목표로했던 19코스도 완주했고 적당히 나타나는 음식점에서 허기만 채우고 함덕으로 돌아가면 되는데 쥔아주머니께서는 김녕성세기 해변을 지나면서 발견한 8,000원짜리 회국수집을 거부하고 조금만 더 걸어 더 마땅한 식당을 찿을 생각인 모양이다.
거의 한끼 건졌나 싶었는데 어부인의 강요에 헛물만 켜고 허기를 참아가며 계속 걸으려니 다 나았나 싶었던 발바닥이 다시 아파오고 갑자기 사지에 기운도 빠지고..왜 혼자 떠나지 못했나 후회가 막급하다. 얼마나 더 걸었는지 저 만치 세화마을이 보일듯한 곳에 이르러서야 나타난 어등포해녀촌..그맛이 그맛일 물회국수 한그릇 먹느라 돈도 더 들여가며 (이집은 물회 한그릇에 12,000원이다) 이고생을 하다니..꼭지가 돌았지만 60넘은 노인네가 애들처럼 투정을 부리기엔 배가 넘 고프다..그나마 물회 재료로쓴 전복이 젓가락에 잡혀 건져지니..성난 가슴이 조금은 누그러든다.
이제 버스정거장 물어 물어 함덕으로 돌아가는일만 남았는데 식당 여주인과 수다를 떨고있던 풍채좋은 아줌마가 버스 정거장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나서더니 자기는 제주시로 돌아가는 길인데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아니 이런 횡재가 또 있나..? 아침에 홍군에게 베푼 선행이 하루도 안지나 내게도 돌아오는 느낌이다. 덕분에 편하게 함덕까지 와서 주차해둔 자동차 회수해서 성산에 위치한 푸르미르 펜션에 도착하니 석양은 아직 제주방향 산마루에 걸려있다.
첫댓글 함덕해수욕장? 눈이 번쩍 뜨이네요. 거기가셨으면 어사또 횟집에서 모듬물회 드시고 밑반찬 으로 나오는 간장게장을 꼭 드셔야 함다. 그리고 그 횟집 좌측의 호텔 신축 공사장은 90회 조관용이 관계하는 공사임돠.
글구 요런 재미난 일(?)허실 때는 ..세부일정을 좀 올려주세요. 미리 통밥 을 재보게요..
세부일정은 없구..걍 하루살이로..아침에 떠나서 시계방향으루 돌다가 지치면 잠자리 찿아 쉬고..또 아침되면 나가서 시계방향으루 돌구..자구..머 이런 일정..차가 있으니 우리 백두가족은 언제든 공항으로 마중가능..
이번 주말애도 계셔요?
여서 주말 세번더 지내구 말일날 귀경예정..이제사 세코스 뛰었으니 앞으로 매일 한코스씩 뛰어야 겨우 완주 가능할것 같아..이번 주말은 표선 근처쯤 지나가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