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원산의 겨울 풍경은 조금 더 특별하다. 금원산자연휴양림에서 시작되는 등산로 옆으로 넓은 계곡이 흐르는데, 이 계곡 위에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얼어 기기묘묘한 형상의 얼음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금원산자연휴양림 입구
얼음 위 트레킹이라면 조금 위험할 수 있지만, 이곳은 계곡 옆으로 이어진 눈 덮인 산길을 걸을 수 있다. 인위적으로 만든 얼음조각이 아닌 흐르면 흐르는 대로, 쌓이면 쌓이는 대로 얼어붙은 독특한 얼음산의 묘미를 만나본다.
휴양림 옆 얼음계곡
얼어붙은 계곡과 폭포수가 장관
금원산자연휴양림에서는 매년 겨울이면 얼음축제가 열린다. 휴양림 주변으로 너른 계곡이 펼쳐지는 이곳은 예부터 겨울이면 계곡물이 얼어붙어 특이한 얼음 모양이 만들어졌다. 축제를 기획하면서부터 계곡에 인위적으로 물을 뿌리기는 하지만, 바람의 방향과 온도에 따라 제각각 모양을 잡도록 자연 그대로 놔둔다. 물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계곡 위에 사람 손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얼음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축제는 일정 기간 열리지만, 4월경까지 겨울 날씨를 보이는 지역 특성상 겨우내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기묘한 모양의 얼음
휴양림 내 폭포 역시 장관이다. 매표소를 지나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은 선녀담과 선녀폭포다. 바위 3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이를 두고 세 선녀 전설이 전해진다. 어느 날 천상에서 세 선녀가 금원산으로 내려와 목욕을 즐기다가, 주변 경치에 빠져 하늘로 올라가는 때를 놓쳤다. 선녀들은 계곡 옆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영원히 바위가 되어 금원산에 머물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볼수록 매력적인 모양과 빛깔의 얼음들에 넋을 잃고 걷다 보면 관리사무소에 이른다. 그 옆으로 보이는 기묘한 얼음동산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곳은 함수큰소라고 불리는 인공폭포와 웅덩이다. 안내판을 보지 않으면 믿기지 않을 만큼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부드러운 굴곡을 그리며 펼쳐진다.
금원산자연휴양림 복합산막
도로 옆 데크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자운폭포에 도달한다. 자운폭포는 너럭바위 위로 완만히 흐르는 폭포수다. 겨울에는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폭포 소리를 따라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떨어지는 물길을 발견할 수 있다.
자운폭포 앞 관찰데크
다시 위쪽으로 길을 이어가면 유안청폭포에 닿는다.
유안청폭포와 다리
금빛 원숭이가 뛰놀던 산
금원산은 매표소 부근 세 선녀 이야기와 함께 재미있는 전설이 많은 산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산이 검게 보인다 하여 옛날에는 ‘검은산’으로 불렸다. 언제부터 금원산으로 바뀌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이곳에서 날뛰던 금빛 원숭이를 어느 도승이 산속 ‘원암’이라는 바위에 봉안한 뒤일 것으로 전해진다. 원암은 모양이 마치 원숭이 얼굴 비슷하여 ‘낯바위’라 불리다가, 양과 음을 바꾸기 위해 다시 ‘납바위’라 불렀다. 이 외에도 비 내리는 것을 미리 안다는 지우암(知雨岩), 고려 말의 충신인 달암 이원달 선생과 그 부인의 사연이 깃든 금달암(金達岩), 반전이라 불리던 효자가 왜적을 피해 아버지를 업고 무릎으로 기어올랐다는 마슬암(磨膝岩), 원나라 노국대장공주가 고려 공민왕에게 시집올 때 함께 온 서문씨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서문가(西門家)바위 등이 있다.
금원산에는 유명한 두 골짜기가 있다. 유안청폭포에서부터 시작되는 유안청계곡과 지장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었던 데서 유래한 지재미골이다. 유안청은 조선시대 향시를 공부하던 선비들의 공부방으로, 유안청폭포 부근에 자리하여 이 일대를 유안청계곡이라 부르게 되었다. 유안청이 들어서기 전에는 가섭사라는 작은 절이 있어 가섭동폭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또 거창 유씨가 처음 터를 잡은 곳이라 하여 유안청이라 불렸다는 설도 있다. 현대 소설가 이태의 《남부군》에는 ‘빨치산 남녀 500여 명이 목욕하던 곳’으로 묘사되었다.
금원산의 상징인 금빛 원숭이
지재미골은 서문씨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골짜기다. 금원산 정상으로 향하는 완만한 등산 코스이기도 한데, 그 입구에 우리나라에서 단일 바위로는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문바위가 자리한다. 그 위로 가섭암 마애삼존불상이 있다. 가섭암은 고려 중기 혹은 그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굴사원이다. 자세한 연혁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석굴 벽화인 마애삼존불상이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연구 보존되고 있다.
금원산 등산객들이 매달아놓은 리본
시간과 체력 따라 즐기는 등산로
금원산자연휴양림에서 시작되는 금원산 등산로는 네 가지다. 1코스는 지재미골을 따라 오르는 길로 가섭암 마애삼존불과 임도를 지난다. 연장 7.4km지만 길이 매우 완만하여 3시간이면 정상에 이를 수 있다.
눈 쌓인 임도와 등산로
단거리로 정상에 오르자면 2, 3코스가 좋다. 매표소에서부터 데크로 이어진 유안청폭포를 지나면 숲에 둘러싸인 산길이 나온다.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야 임도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부터 산길을 타고 오르는 길이 2코스이고, 임도가 3코스이다.
로프를 잡고 이동해야 하는 구간
2코스인 산길은 가파르지만 그만큼 등산하는 재미가 좋다. 총길이 4.3km로 등산로 중 최단거리인 만큼 소요시간도 짧다. 거리가 짧아 등산 코스로 쉽게 선택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경사가 급해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거창의 지역 특산물인 사과 모형 안내판
임도를 따라 걷는 3코스는 연장 5.5km로 3시간 정도 걸리지만, 완만한 임도를 따라 천천히 걸을 수 있어 2코스보다는 여유로운 등산이 가능하다. 거리가 짧아서 등산 코스로 쉽게 선택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경사도가 높아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정상 부근 풍경
마지막 4코스는 금원산 서남쪽에 자리한 기백산을 함께 오를 수 있는 길이다. 연장 11km에 이르는 장거리지만 기백산까지 등산로가 완만하고, 기백산 정상부터 금원산 정상까지 높낮이 없는 능선길이라 걷기 편하다. 다만, 시간과 체력을 잘 안배해서 움직여야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산 아래로 내려올 수 있다.
정상석 앞 250m 지점
2, 3, 4코스는 동봉구간을 지나야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이 구간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커다란 바위 위를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하는 곳도 있고, 아찔한 절벽 옆길을 빠져나와야 하는 구간도 있다. 물론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눈과 얼음이 있는 겨울에는 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다.
정상석과 헬기장 전경
동봉 구간을 지나 또 한 번 고개를 넘으면 물결처럼 굽이치는 산하가 내려다보인다. 금원산 정상 바로 전에 펼쳐지는 광활한 풍경은 정상보다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금원산 정상석
여행정보
금원산자연휴양림 주소 : 경남 거창군 위천면 금원산길 471-27 문의 : 055-254-39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