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알비노 송어 보이지 않으면 상관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수족관에서 죽은 물고기를 보았다 다리를 저는 남자도
진단이 아닌 선고를 듣는 부모의 심정으로 나는 사랑이 지겨워 내게서 사랑을 가져가려는 내게서 사랑을 찾으려는 당신도
나는 사랑이 너무 지겨워서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달아나고 싶었다 갖은 온건한 이유로 수조에 갇힌 눈먼 송어와 몸을 바꿨다 하나를 인정하면 다른 하나를 묵살하게 되어 버리는 투명한 집에서 사람들은 아직도 서로가 그렇게 소중할까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망치로 부수고 죽이고 때리고
살아 있으면 누구나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야
수조 속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오지 않았다면 거짓이고 오지 않았다면 슬픈 가장 커다랗고 가장 오래된, 밑바닥의 너를 바라보며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배울 수 있다면 까딱까딱 비밀을 발설할 수 있을 만큼만 가까운 나의 송어들과 함께 몸흔들며 슬픔과 거짓에 부딪히지 않으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