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즐기는 것에 있어 사람은 좀 잔인해지기도 하나봅니다.
산낙지의 다리를 쭉쭉 펴서 토막 내어 먹는가 하면 버둥거리는 갑각류를 기절시켜 찜을 하고
살아있는 새우의 목을 비틀어 따곤 바로 껍질을 벗겨 날로 먹기도 합니다.
저도 맛만 있다면 그런 일련의 과정을 머릿속에서 휙 날려버리는 보통 인간이랍니다.
오늘은 탱글탱글하면서 파닥이는 느낌에 씹을수록 단맛까지 느껴지는 오도리를 찾아서
부평동의 충무회수산에 다녀왔습니다.
방문하자마자 수족관 가득 반겨주는 멋진 무늬의 오도리(보리새우)들.
처음 방문의 목적은 석화찜이었는데,
욘석들을 만나고 나니 석화는 안드로메다로...
찬.
생마와 굴조림이 나름 괜찮던...
오늘의 시세에 따라 파닥파닥거리는 오도리 9미 나왔습니다.
많이 큰 녀석 쬐금 작은 녀석 그리고 평균치해서 9미에 6만5천냥.
주인장이 목장갑을 끼고 빠른 손놀림으로 머리를 따고 껍질을 벗겨줍니다.
의외로 가시가 뾰족하고 많은 닭새우보다 미끌미끌한 욘석이 옷을 벗기기에 더 골칫거리라고 하네요.
사진찍을 요량으로 한 마리 남겨뒀다 직접 벗겨보니 정말 미끄덩 그 자체.
오동통한 새우가 옷을 벗은 자태.
머리는 구이로 거듭나려고 이미 달아오른 오븐으로 떠났습니다.
껍질을 벗겨도 탱실탱실한 속 피막은 어느정도 남아있는 녀석이 있습니다.
특히 큰 녀석이 그런데,
식감도 남다르게 찔깃하면서 탱탱한 것이 살을 이로 끊기 어려울 정도.
생와사비와 간장에 쿡 찍어 열심히 챱챱.
멋진 전신 샷을 위해 남겨뒀던 한 마리.
꼬리가 특히 이쁩니다.
움찔거리는 요 녀석을 가만히 있게 하려고 수고를 약간.
곧 이어 새우머리구이가 나왔습니다.
원래 머리와 남은 꼬리를 함께 구워주는데,
제가 워낙 먹성이 좋다보니 꼬랑지의 남은 살까지 아작아작 발라 먹어서 꽁지구이는 없습니다.
딱딱한 머리의 투구를 벗기고 아작아작 씹어 먹으면 단맛, 쓴맛, 고소한 맛이 입안에 고루 섞이는 것이 입맛을 돋우는 좋은 안줏거리가 됩니다.
굴 한 판을 더 주문하면 다 먹어치우기 힘들 것 같아
가볍게 새우된장안주를 주문합니다. 1만냥, 밥은 미포함이니 따로 주문.
굴 한 판 3만 9천냥인데, 반 판을 팔지 않으니 좀 아쉽습니다.
닭새우며 꽃새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기에
수족관이나 운반중에 명을 다한 새우가 많나봅니다.
큼직한 닭새우, 꽃새우가 쏠쏠히 들었던...
새우 잡내를 잡으려 호박대신 잘게 썬 감자가 바닥에 넉넉히 깔리고, 깍둑 썬 두부도 듬뿍.
새우향이 물씬 나는 된장국물이 괜찮습니다.
복잡하던 내부도 어느덧 한산해졌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런 분위기인데,
바로 옆 건물엔 주방없는 공간이 더 있더군요.
판매용이 아닌 애완용처럼 보이는 스몰사이즈의 귀여운 꽃새우들도 수족관을 노닐고
대게며
큼직한 킹크랩까지.
갑각류 전문점답게 두루 물량을 갖추고 있습니다만, 속살의 유무는 저 말고 주인장에게 물어보시길.
나서며...
킹크랩이며 대게는 이 곳에서 먹지 않아 잘 모르겠고,
보리새우는 씨알이 상당히 좋은 녀석들을 내어주니 만족러운 편. 귀한 새우를 넣어주는 된장도 별밉니다.
다만 석화주문이 딱 한 판씩만 파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반 판씩도 팔면 더 자주 찾을 수 있어 좋은데, 이 곳 굴도 괜찮거든요.
정말이지 등골까지 찬 기운이 밀려옵니다.
뜨끈한 음식들. 기운나는 음식들. 드시고 다들 힘내세요~
전화 051 254 6676
주소 중구 부평동 3가 72-1
영업시간 대략 새벽 2시까지, 일요일은 10시까지
첫댓글 여기서 정신없이 먹다보면 나중에 계산할 때 헐....
저도 자주 가는 집인데... 여기는 1차 드시고 2차로 가야됩니다. 가격이.... 맛은 짱이에요~~
몇 년전에 알바할 때 사장이 사 주어서 비싼 새우를 먹어 본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꿈에도 생각을 할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