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자신이 적어도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다수에 ‘흔들리는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앗, 나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흔히 마주치는 당황스러운 순간이 있다. 이럴 때 대부분 자기 의견은 접고 '전체의 의견'을 좇는다. ‘이성적’ 판단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사실은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라기보다는 '휘둘리는 동물'이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인가?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지만, 나와 주위에서 목격하게 되는 모습은 늘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이런 ‘나의 흔들이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하나는 고민 속에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인간은 남의 의견뿐 아니라 자기 생각에도 휘둘린다. 가령 폭락하는 주식을 팔지 못하고, 진전 없는 인간관계에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직무 연관성보다 첫 데이트식 면접으로 채용 후보자를 결정해 버린다. 베테랑 조종사가 어이없는 판단으로 승객 전원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심지어 유능하고 경험 많은 의사들이 아이를 죽게 만든다.
골프를 쳐본 사람은 `스웨이(Sway)`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흔들리다’, ‘동요하다’라는 뜻인 스웨이가 우리 일상에서 무모한 선택으로 이끌고 결국 낭패를 보게하는 그 무엇이란 것까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스웨이(Sway)’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거나 판단을 내릴 때 자신도 알지 못하는 심리적인 힘에 이끌리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자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비이성적인 행동에 이끌린다.
경영 컨설턴트인 오리 브래프먼과 심리학자 롬 브래프먼 형제가 함께 쓴 이 책은 우리를 이토록 무모한 선택으로 이끄는 것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들은 사회심리학, 행동경제학, 조직행동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최신 연구결과와 풍부한 사례, 과학적 분석을 통해 단순히 어리석은 행동에서 생사가 걸린 치명적인 행동까지 우리의 행동을 왜곡시키는 ‘역동적인 힘’들을 폭로한다.
이 힘은 '손실기피', '가치귀착', '진단편향', '카멜레온 효과', ‘기대감’, ‘집단역학’ 등의 개념으로 설명되는데, 인간의 이성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이러한 힘들은 개인은 물론 인간의 역사와 문화, 정치 상황까지 바꿔 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읽다보면 세상을 뒤흔드는 비이성의 크기에 무서운 생각마저 든다.
저자들에 따르면 여기서 빠져나오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쉽다.
저자들은 해결책으로 "보이는 대로 판단하지 말고 존재 그대로를 관찰할 것"을 주장한다.
나아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걸 함부로 내팽개치지 않는 것’이 손실에 대한 두려움에 대처하는 열쇠라고 이야기한다. 형제는 최종 진단적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일종의 ‘자발적인 대기 시간’을 갖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을 취할 때 ‘당사자를 과정에 참여’시킬 것이며, 진행과정을 알리는 것 못지않게 ‘반대자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집착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인식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함정에 깊이 빠져들기보다 책 제목처럼 방향을 선회(sway)하는 선택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늘 비이성적 상황에 휘둘리기만 하는 존재일까. 조직의 경우, 그 누구도 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책임자가 폭주를 시작할 때 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민주적 시스템과 차단자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즉 "집단 동조라는 심리적 지배력을 깨뜨리는 데는 대다수의 의견과 상이한 대답을 내놓는 누구 하나면 족하다는 것"이다. 쉽게 읽히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많다. 그렇지만 책을 읽고 나면 어려운 질문과 숙제가 남는다. "나는 '차단자'를 자처할 용기가 있나?" 혹은 "적어도 '차단자'를 용인하고 그 의견을 경청할 자세는 돼 있는가?" 같은 질문들이 그렇다.
이처럼 비이성적 힘은 똑똑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어리석은 판단으로 내몰며 사실을 왜곡하고 세상을 뒤흔들기까지 한다. 역으로 우리가 이러한 심리적 스웨이를 잘 이해하고 판단에 활용한다면 대인관계나 비즈니스,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확장 렌즈를 얻을 수 있다고 이 책에서 밝힌다. 스웨이는 우리 통찰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현명하게 판단하고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는 길로 이끈다고 브래프먼 형제는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비이성적인 흔들리는 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결론에 내리기전 평가를 확정짓지 않고 잠정적인 상태로 유지하면서 상충하는 정보까지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유연한 ‘명제적 사고’를 가져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것으로 큰 수확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