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계획도 없이 늦은 오후 토네이도를 몰고 한탄강 상류를 달렸습니다.
어제까지 내린 장마비 탓인지 고구려의 영토가 시원하게 물을 머금고 있어서
내게 새로운 기운이 마구 약진하는 듯 달겨들었습니다.
한탄강은 강원도 평강군에서 발원하여 철원군을 거쳐 연천군 미산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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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면애서 임진강과 합류한답니다. 총 길이가 136km로 옛 기록에는 대탄(큰여울)
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것이 한탄강이라 바뀌어 불리게 되었고, 후삼국시대 당시
후고구려의 궁예가 이 강 주변의 화강암을 보고 나라가 곧 망한다고 한탄해서
한탄강이라고 불린다는 설도 있습니다. 한국의 나야가라라는 직탕폭포에서 닭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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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에 도토리 묵으로 허기를 채우고 1시간쯤 순담계곡 다리 아래로 쏟아지는 무시무시한
강물을 감상하다가 내친김에 한탄 리버 호텔에 들렸습니다.
가볍게 한 사우나가 2% 부족해서 찜찔을 하기위해 커피숍과 수영장을 경유하여 왔는데
분위기가 별로라서 생략하고 카페라떼 한 개를 들고 수영장 밖 테라스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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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한수 이북에 이런 비경이 제 눈 앞에 펼쳐 있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깍아지른 협곡과 절벽 그리고 모래톱이 적절히 발달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아,이것은 그랜드 캐냔이 아닙니까? 물 묻은 비치 체어에 옷이 젖을까봐 발코니 난간을
붙들고 산천을 내려다 보고 있으려니 펜과 노우트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몹시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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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넓은 상수리 나무, 키 큰 옷 나무가 테라스에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마루바닥 틈 새로 삐집고 나온 칡넝쿨이 징한 삶의 흔적을 증명해 주는 듯하였습니다.
흐미,훅 간 내 인생의 봄은 언제나 오려는지...
2.
장마도 이제 종반을 가고 있으니 서둘러 휴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막내 딸 예주가 방학했다고 전화가 왔고 어머니께서 지인을 통해 받은 치료에 효험을
보셨다고 용하다는 말을 입에 침이 마르게 하십니다. 불현, 깨소금 딸네미가 보고 싶었고
그나마 어머니 건강 소식이 제 맘을 환하게 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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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짬을 내서 딸네미랑 래프팅이라도 꼭 한 번 와야겠습니다.
한탄 리버 스파 사우나 입구에 붙은 개미 조형물이 인상깊다고 느낄즈음 15시간씩 맹
훈련을 하고 있는 큰 딸 에스더가 변수를 만들지 않고 잘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한예종 수시가 2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애비 맘이 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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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무사히 수시를 치루고 무대미술과에 골인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전까지 심각하게 정체성 문제에 시달렸는데 우연히 읽은 '라이첼의 커피'
(밥버,존데비드만,안진환/코리아닷컴)가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도 같습니다.
저자에 의하면 다른사람의 이익에 관심을 가질수록 내 영향력은 커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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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진실된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줄 수 있는 한 남을 위해 나누어 주고 최선을 다해 진실한 생을
살아야겠습니다. 나눔의 미학은 이미 예수께서 설파하셨고 오늘날에도 그분의 제자들이
강조하였는데 나는 항상 받으면서도 세상과 사회에 불평불만을 했던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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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빚을 지는 것 같고, 다음에 나는 이렇게 해 줄 자신이 없는데
어쩌지...라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하지만 그 건 쓸데없는 생각이랍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줄 수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내가 받은 만큼 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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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꾸로 내가 이만큼 줬으니 너도 이만큼 줘야돼...라는 발상은 곧 이기심으로 치닿지요.
올드맨의 말처럼 벽난로에게 "나에게 열기를 줘, 그러면 너에게 장작을 줄께"라는 어리석은
말을 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하니,,,,주고, 주고, 또 주는 삶으로 당장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나눠주는 삶에 동참할 때 의미가 있고 그 의미가 나를 살 맛나게 해 주지
않을까?
2010.7.19.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