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달, 스무이레, 믈날.
내 살아온 날들에 견주면 결코 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날들 동안
내 무지를 볼 줄 알게 되는 즐거움으로 살면서
때로 주춤거리기도 하고 때로 뒤뚱거리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비틀거리기도 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요 며칠 사이에 내 안에 새싹 하나가 돋아났습니다.
처음 보는 새싹이긴 하지만
그것이 뾰족하게 얼굴을 내미는 순간
나는 그 이름을 알아보았습니다.
그건 ‘내가 비로소 물을 줄 아는 인간’이 되었다는 것,
곧 ‘질문하는 존재’라는 이름이었고,
그것이 순간순간 자라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기쁨이었는데
약간 애매한 말이기는 하지만
‘내 존재의 심연’ 저 아래 있는 바닥도
막연하게나마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퍼붓고 또 쏟아 넣어도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는 것 같았는데
이제 비로소 저 깊은 바닥에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가
아주 작지만 들리기도 하니,
진작 이렇게 가닥을 잡고 걸었어야 하는 건데
엉뚱한 것들을 쫓아다니느라 써버린 시간들이
다시 부끄러워지기도 하지만,
이제라도 가닥 잡아 ‘내게 주어진 내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
이제 묻는 존재로 살아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내 안에서 새롭게 돋은 이 싹을
조심스럽게 보듬어 가꿔가 볼 참입니다.
봄이 꿈틀거리며 피어나는 계절,
참으로 큰 선물 하나를 받고 마냥 기쁘고 설레는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
그래서 끝은 보이지 않지만 길이 분명한
가야 할 길을 내다보려 고개 드는 새벽,
참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