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학교 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을 팔영산으로 돈다.
중구섬에서 게으르게 바다를 보고 며칠 전 못 찾은 류정승피난굴을 찾아간다.
김일동이와 페북 친구인 시인촌장님이 안내를 해 주셔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매표소를 지나 주차장 긑에 차를 세운다.
반쯤 비에 젖은 까만 비석이 서 있는데 피난굴 안내다.
1997년 말에 고흥향교에서 세웠다.
사방댐은 철망으로 막아져 돌아와 차량의 다리쪽으로 오르다 보니 발자국 흔적이 보인다.
봄물이 흐르는 암반의 계곡을 건너니 일동이 사진의 암벽이 보인다.
하얀 페인트로 류정승피난지 글씨가 한자로 씌여 있다.
히어리가 끝물이다.
굴로 오르는 계단도 나타난다.
굴은 조금 낮지만 넓다. 입구쪽에 낙엽이 한자 넘도록 수북해 몸이 푹신 가라앉는다.
뒷뽁 바위 쪽은 물기가 가득하다. 해빙기다.
푹신한 낙엽 위에 앉아 안쪽을 보고 건너도 찍어본다.
10살 떄 부모님을 따라왔다가 피난왔는데 발각되어 부모를 죽이려 한 적에게
감싸며 나서 막아 냈단다.
그가 부곡 출신임에도 정3품에 오르고 나중에 정승까지 되었단다.
고흥부원군으로 오늘의 고흥 이름을 갖게 해 준 분이다.
팔영산에 대해 모르는 것도 많다.가까이 있어도 보이지 않은 것이 한두가지랴.
만경암지나 서불암지도 일동이에게 물어봐야겠다.
산 걷는 건 포기하고 바보 귀가 전에 집으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