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노동개혁 점검 회의
노조전임자수 8배 넘고…운영비 수억씩 타가기도
정부, 편법 지원·부당행위 감독해 '노조 돈줄 죄기'
노조가 기업으로부터 수억원의 현금과 차량을 지원받거나 법정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한 사례가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확인됐다. 고용부는 28일 이 같은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일하지 않고 월급을 타가거나 사업주로부터 부당 지원을 받는 노조 관행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를 열어 “불법적인 노조 전임자와 운영비 지원 실태를 파악하고 부당 노동행위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달 초 근로자가 1000명 이상이면서 노조가 있는 사업장 521곳을 대상으로 타임오프와 사측의 노조 운영비 지원 실태를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한 대기업 노조는 법정 타임오프 한도가 32명인데 315명에게 근로시간 면제 혜택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일하지 않으면서 회사 월급을 받는 노조 전임자가 283명이나 된다는 뜻이다. 타임오프는 노조 전임자가 노조 활동에 쓰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주는 제도다. 타임오프 인정 시간은 노조 규모에 비례해 한도가 정해지며 한도를 넘겨 임금을 지급하면 불법이다.
이번 전수조사에서는 노조가 사업주로부터 수억원의 현금 또는 사무실 직원 인건비를 받거나 전용차량 10여 대를 지원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이 장관은 “많은 사업장에서 노조와 사용자가 담합해 제도를 위법·부당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근로시간 면제와 운영비 원조 실태 조사 결과 분석을 마무리해 발표하고, 위법 행위는 감독을 통해 시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용부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전문가 그룹인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 자문단’의 논의 결과를 반영해 사용자의 노조 운영비 지원을 투명화하는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노조전임자 정원 32명인데 283명 더 늘려…전용차 10대 받기도
고용노동부가 노조가 사업주로부터 받는 부당 지원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법정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하는 노조 전임자를 두거나 사업주로부터 과도한 현금이나 차량을 지원받은 노조를 단속하겠다고 28일 예고했다. 근로시간 개편 등 노동개혁이 미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노사 법치를 내걸고 노동개혁 동력 살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 부당 지원 막는다
고용부는 이달 초 근로자가 1000명 이상이면서 노조가 있는 사업장 521곳을 대상으로 운영비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사측에서 노조 전용으로 10여 대의 차량을 지원받은 노조, 현금 수억원을 지원받은 노조가 적발됐다. 노조 사무실에서 직고용한 직원 인건비를 사용주에게 부담시킨 노조도 있었다. 한 대기업 노조는 법정 타임오프 한도(32명)보다 훨씬 많은 315명에게 근로시간면제 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사용자가 노조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은 노동조합법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의 한 유형인 ‘지배·개입’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고용부는 다음달 초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 감독에 착수할 계획이다.
지난 5월 고용부가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통해 신고받았을 때도 부당 지원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예컨대 회사가 △정규직 채용을 강요하지 않는 조건으로 노조에 운영비를 지원하거나 △노사 합의서 없이 노조에 5000만원을 지급하거나 △노조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조사에선 일부 노조가 타임오프제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고용부 조치에 대해 “노조를 망신 주기 위한 발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하는데 국제 기준에 대한 언급조차 없이 위법 운운하는 것은 문제”라고 반발했다.
노사 법치로 노동개혁 고삐
고용부의 이날 조치는 사업주가 노조 강요 등에 따라 노조를 부당 지원하는 행위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그동안 노조가 사업주에게 금전 지급 등을 강요하는 행위를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형사처벌을 요구해왔다.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의 노조에 대한 개입, 지원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지만 노조가 사용자에게 법적 근거 없이 지원을 요구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노조가 ‘노사 협의’를 명목으로 과도한 타임오프나 지원을 요구해도 회사는 거절하기 어려웠다. 적발되더라도 노조가 아니라 사업주가 처벌받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부당한 관행을 손볼 경우 기업들의 노조 지원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조치는) 수십 년 동안 내려온 노사 짬짜미와 비공식적인 담합 구조를 깨겠다는 의미”라며 “기업이 근로시간면제 내역과 운영비, 금품 지원 내역까지 공개할 경우 노조에 대한 부당 지원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법정 한도를 넘겨서 근로시간을 면제받고 임금을 지급받아온 노조와 전임자들에겐 상당한 재정적 타격이 예상된다”고 했다.
노조원 집계 방식도 개편
고용부는 노조가 자율적으로 제출하는 ‘정기 (조합원) 현황 통보’에 기반한 노조원 집계 방식도 재정비하기로 했다. 매년 말 발표하는 ‘노동조합 조직현황’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근로자위원 비율을 정하는 데 쓰이는 등 각종 노동정책 수립에 활용되는 기초자료다. 하지만 노조 자체 집계에 의존하는 등 형식적으로 조사돼 정확한 실태를 반영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정부가 정기 현황 통보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 1126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780개가 실체 없는 ‘유령노조’로 드러났다. 이를 감안하면 각각 120만 명을 넘겼다고 주장하는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의 조직 규모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고용부는 이 밖에 상습·고의적인 임금 체불 사업장 120곳과 임금 체불에 취약한 건설 현장에 대해 기획감독을 하기로 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모성보호 위반 등에 대한 기획감독을 확대하고 감독 과정에서 확인된 불법행위는 즉시 사법 조치할 방침이다.
한국경제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첫댓글 노사 관계도 법과 관습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경제도 장기간 지속 성장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단기간 이익을 좇는 다면 그 피해는 결국 노사 모두의 것이 됩니다.
대신은 노조원 수로 봐서 타임오프를 5,000 시간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대신노조는 5,000시간 쓸 수 있는 건가요?
복수노조로 5천시간 나눠 써야합니다. 조합원수 n/1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