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서울 단독 공연, 오사카 단독 공연때 보고 이번에 다시 보는데 우선 기타 소리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습니다 태어나서 들은 기타소리중에 가장 컸던거 같아요 귀가 아직도 얼얼합니다... 5년전에 공연을 봤던지라 그들의 사운드 출력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었는데 큰 스피커로 들으니까 더 큰거 같더라구요 간단히 리뷰를 해보자면
우선 첫곡인 I only said에선 아직 사운드가 잡혀있지 못한게 티가 나더군요 페스티벌이다보니 사전 리허설이 불가능하니까 별수 없었을거 같애요 좀 신기했던건 샘플러로 기묘한 신스 사운드를 내는데 그게 음정이 자꾸 틀어졌던거...키보디스트가 있긴 하던데 그럼 샘플러가 아니라 건반으로 연주? 라고 하기엔 너무 비효율적인 느낌...계속 같은 음만 연주하는데 실연을 하는건지... When you sleep부터는 나름 안정적인 상태에서 잘 흘러갔어요 기타의 질감과 드럼, 베이스와의 밸런스가 좋았습니다 5년전 공연보다도 이 곡에 있어서만큼은 기타 대 드럼, 베이스 밸런스는 더 괜찮았습니다 기타 노이즈 피드백이 가장 선명히 드러나는 To here knows when도 기타는 제 기능을 다했습니다 Only shallow에서 도입부의 노이즈는 머랄까 녹음하던 당시에도 여러번 시도한 것중에 우연히 나온 좋은 컷을 고르고 정교한 편집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예측해봅니다 5년전 라이브도 그렇고 이 부분은 완벽히 컨트롤된다는 느낌이 안 들더군요 다른 곡은 안 그런데 유독 이 곡만 도입부 노이즈가 소리 질감이 너무 달라요 어쩌면 기타 한대로 만든 소리가 아닐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다른 성질의 소리를 여러겹 레이어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한 노이즈를 녹음하지 않았을까 하는... soon은 매우 좋은 사운드로 잘 연주했습니다 다른 곡에 비하면 이 곡은 사운드잡기 쉬울테니ㅎ m b v 앨범의 곡들도 다 잘 연주했구요 더 최근에 만들어진 앨범이라 라이브로 구현하기 더 쉬워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Loveless이전 싱글곡들도 멋졌습니다 이 곡들을 할때는 특히 드럼과 베이스의 호흡이 멋지게 잘 드러납니다 You made me realise 중간에 로켓 이륙하는 소리도 잘했습니다ㅎ 페스티벌이라 짧게 하더군요 단독공연땐 저것만 10분 넘게 했었는데..ㅎㅎ 앞에 계셨던 분들 귀는 괜찮으신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공연을 보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과연 저걸 라이브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기타로 낼수 있는 가장 요상한 소리일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존 메이어처럼 기타치라 그러면 연습 미친 듯이 해야 겠구나란 생각이 들지만 케빈 쉴즈처럼 기타치라 그러면 욕부터 나올거 같네요 어떻게 해야 저렇게 하지? 라는게 아예 감이 안 잡히는거죠 라이브를 보셨던 분들 대부분이 앨범보다 선명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으셨을겁니다 5년전 라이브보다 이 부분은 다소 아쉬운 부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운드 출력과 거기서 오는 활력은 단연 이번이 나았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케빈 쉴즈가 의도하는 출력도 이번이 더 가까웠으리라 봅니다 아! 공연전반적으로 마블발에게 고맙게 느껴진건 보컬 소리가 잘 들렸다는겁니다 5년전 한국공연땐 진짜 안습이었는데ㅠ 실수로 아예 안 나오는 부분은 있었지만 나올때는 선명히 잘 나왔습니다 보컬 톤을 정말 신기하게 잘 잡은거 같습니다 기타소리보다도 보컬톤 어떻게 잡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마블발의 기타 사운드는 배음의 울림에 의존합니다 예를 들어 도 라는 음을 우리가 들어도 그 음 저변엔 도 아래에 음들이 같이 겹쳐져 있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그 배음을 변칙적으로 틀어서 낼때 나오는 소리를 증폭시키고 피드백에 가까운 딜레이를 먹이면 저런 비슷한 소리가 납니다 배음을 변칙적으로 튼다는 말은 불협화음을 낸다는 겁니다 마블발 곡들은 튜닝이나 기타운지부터가 불협을 유도하는 것들입니다 거기다 아밍까지 하고 그위에 딜레이나 리버브같이 울림을 강조하는 이펙팅을 하면 불협들이 춤을 추는 사운드가 나오게 됩니다 이 배음에는 큰 난관이 있는데 바로 엠비언스입니다 울리는 장소가 달라지면 배음의 울림도 달라집니다 그러니 락페같은 공연에서 선명도를 기대하는건 무리인게 당연합니다 단독공연은 일단 실내고 반복 리허설이 가능해서 그나마 사운드잡기 수월하죠 이번 공연이 의미가 있었던건 출력. 출력이 커지면 배음의 넘실거림은 배가 됩니다 마블발 기타 사운드가 클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작은 소리로 하면 저 울림자체가 나질 않아요 피드백 자체가 발생을 안하죠 무대를 보시면 기타엠프를 돌려세워놓은걸 보셨을겁니다 이유는 출력이 너무 커서 귀을 쏘는 소리가 강해져서 기타 앰프를 거의 옆으로 돌려세워놓은 것입니다 5년전보다도 더 돌려세웠더군요 거의 옆을 보고 서있던데...어쨋든 출력이 커지니 기타가 더 활기를 띤다는 느낌을 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단, 여기에 변수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드럼 킥 사운드와 베이스 사운드입니다 마블발 앨범을 들어보시면 특히 러블리스 시절 음원들은 킥드럼과 베이스가 거의 없거나 형태만 남아있습니다 기타가 다양한 음역대에서 부딪히는 불협을 통해 사운드를 만들어내게 되기 때문에 베이스나 킥드럼이 기타 사운드에 간섭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To here knows when같은 경우 베이스 음역까지 기타가 먹어버린걸 확인할수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궁금했던건 이 베이스를 어떻게 할것인가였습니다 앨범 사운드의 재현을 생각하면 베이스는 거의 제거된 채로 진행해야 했겠지만 락공연에서 우퍼 베이스 음이 없다는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겁니다 여기서 케빈 쉴즈는 어떤 고뇌끝에 결정을 내렸을지 궁금합니다 5년전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베이스음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기타음에 간섭이 일어났고 기타소리가 뒤로 물러나게 되면서 기타음의 선명도가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5년전보다 베이스를 의도적으로 많이 줄인 느낌이 났습니다 You made me realise같은 곡은 락킹한 느낌이고 드럼과 베이스가 강조된 한편 러블리스는 드럼과 베이스가 앙상한 형태만 남아있고 기타가 사방을 감싸는 거대한 병풍처럼 서 있습니다 이 서로 다른 두가지 사운드를 한 공연에 녹여내기는 쉽지 않았을겁니다 러블리스는 엄밀히 말하면 락이라기 보다는 엠비언트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엠비언트가 빈공간의 울림을 지향한다면 마블발은 기타라는 소음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죠
이런 여러가지 면을 보았을때 오늘 마블발은 사운드면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여겨집니다 오늘 기타사운드에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은 다음에 그들의 어떤 공연을 봐도 비슷할겁니다 사실 이런부분때문에 케빈이 과거에 그렇게도 라이브 사운드에 편집증적인 집착을 보였는지도 모릅니다 60분짜리 공연을 하는데 곡과 곡 사이 사운드 잡는데 30-40분....케빈도 나이가 많이 들었고 모든 면에서 무조건적인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작품을 결코 완벽하게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죠 5년전 서울 공연때 인트로가 맘에 안 들어서 다음곡으로 그냥 넘어가고 어떤 곡은 세번이나 다시 시작하고 했던 걸 보면 얼마나 집요한 사람인지 알수 있죠 공연은 흐름이 중요하고 전체적인 에너지가 중요합니다 그걸 깨지 않는 선에서 디테일을 챙겨야 하죠 예술엔 완벽이 없다고 하죠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연을 보는 동안 약간 트랜스 상태에서 봤고 끝나고나서는 많은 생각과 기억을 떠올리는 공연이었습니다 오늘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전 정말 좋았습니다
첫댓글 공감되는 부분이 많내요 디테일한 감상평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입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ㅎㅎ
오 제가 우주선에 있고 그거 발사해서 날아가는 느낌이었는데 그게 진짜 로켓 소리 구현이군요 ㅋㅋ
https://m.youtube.com/watch?v=1LtNNfEYVqY
공연장 맨 뒤에 누워서 찍은 거. 눈감고 누워 들으니 우주 가는 줄
영상에서 보는 시점이라면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드셨겠습니다 ㅎㅎ
상세한 리뷰 감사합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이해가 어느정도 되네요~~
도움이 되셨다니 기쁘네요ㅎㅎ
좋은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와우 엄청난 글이네요 끝까지 정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과찬이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진짜 잘 읽었어요! 락칰에 이런 글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더 자주 놀러오도록 하겠습니다ㅠㅎㅎ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