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단상 (斷想)
한해가 저무는 즈음에
생각나는대로의 단편적인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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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만질수 없는 그리움
아픈 운명 / 안희선
지워버릴 수 없는 꿈은 또 하나의 엄연한 현실
애써 아니라고 말할 때마다, 그것은 더욱 강렬한 모습으로
떨리는 마음에 깊숙이 각인되고
아, 아픈 운명이란 그런 것
만질 수 없는 그리움은 오늘도 내 안에 가득하다
꿈이면서도 꿈이 아닌 채,
현실이면서도 현실이 아닌 채로
블로그에서 우연히 읽게된 詩 ,
안희선....얼핏 어디선가에서 읽었던 시가 떠올려지는 시인이다.
특히
" 만질수 없는 그리움 " 이란 글귀에서
나이들면 그리움을 먹고 산다는 말이 불쑥 떠 올려진다.
비록 만져지지 않지만 내 나이 더할수록 먹고 살아야할 양식꺼리라 생각하니
지나진 그것들이 감사하고 다행함이라 여긴다.
힘닿는데까지 열심히 그리움을 농사지어 곳간에 쟁여두어야 할까보다.
그리움이란 "좋은 맘"의 흔적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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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12월의 단상
올 한해는 유난히
하루가, 그리고 한달이 다소 버겁고 지겨웁다 할 정도로
더디고 멀게 느껴졌던게 상당하였던것 같다.
특히나 봉급날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것을 숨길수 없었던것 같다.
변동이라는것은 언제나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작용한다.
특히나 나이들어 직장을 옮기는 불확실성에서는 더욱 그런것 같다.
올해엔 자의든 타의든간에 春安居(^^)와 秋安居(^^)를 나름 지냈던 한해였기에
그 와중에 돌아봄과 나를 위한 여유도 가졌었던것 같다.
그래도, 달력을 멀뚱히 바라보면서
" 어? 몇날 안남았네...." 혼잣말 한다.
한달은 더디가도 1년은 왜 그리도 후딱 지나는지, 원....
헛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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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요즘 연속극 "역전의 여왕" - 샐러리맨 목부장(김창완)
(자이언트 보느라 일요일 오후에 두편 연속 재방송 본다)
인간적인 연민과 동질감에 한번은 눈물 돌게 하는 것.....
그 맛에 연속극을 기다리게 되고 내가 극중에 한사람같이 호들갑을 떨기도.....
이번에 특히
극중에서 목부장(김창완)이 지하철에서 프리젠테이션 하는 광경은 정말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는 자신은 만년부장이고 기러기아빠이며 말기암 6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며 입을 열었다.
아이들과 아내가 보고 싶었지만 회사라도 다니다 죽어야 보험금이라도 탈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회사를 다녀야 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없어도 세상은 회사나 세상은 잘 돌아가겠지만......
미국 극작가 아서밀러의 "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의 마지막 장면이 오버랩된다.
제 자리를 찾지 못한 父 의 은연한 심중을 엿보게 한다.
그래서, 한개피 꼬나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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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질곡(桎梏)의 세월....
질곡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옛 형구인 차꼬와 수갑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서
몹시 속박하여 자유를 가질 수 없는 고통의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한다.
살아감을 살아내기라 할만치 거개의 보통 사람들, 소시민들은
세월의 질곡속에 가쁜 숨몰이를 하면서 부단히들 살아 간다.
그래도 그와중에, 틈새에서 작은 만족과 아름다운 향기를 제 나름대로
내안에 짓고 사는게 또한 살맛이자 재미인것 같다.
한햇동안도 길따라 나선 그 길속에, 그 여정에....보헤미안 같은
작은 행복이 있었음을 다시금 감사해 한다.
" 이만한것만도...... "
그래서 이말을 자주 중얼거린다.
가을 깊은 날....안동 봉정사 영산암 우화루 툇마루에서 (예전 사진)
달마가 동쪽으로간 까닭은 촬영지였던....
한햇동안을 우째 지냈나 하여
애써 짜내어 꼽아보고 둘러보아도 그저 그렇다.
다만,
이차저차 나랑 함께 뒹굴은 몇마디가 그래도 살갑고, 좋았더라는.....
" 오늘도 무사히 "
" 이만한것만도.... "
" 작은것에 감사하고 "
" 길따라 가는 그길에..."
" 언제나 좋은맘 "
" 우리라 할수 있는...."
" 헛허허허 , 그렇다는겝니다 "
2010. 12. 12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P.S
그러고 보니 오늘이 1979년에 발생한 12. 12 사태 날이다.
파가니니 /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No.1
첫댓글 가방님의 12월의 단상 가슴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자신감 없어지고 우울해지지만
" 오늘도 무사히 "
" 이만한것만도.... "
" 작은것에 감사하고 "
" 길따라 가는 그길에..."
" 언제나 좋은맘 "
" 우리라 할수 있는...." 위로가 됩니다. 늘 그대로 행복하세요~~~^^*
영혼이 자유로운 까방님, 영원히 조르바!!
나이는 숫자라하지만 하여간 숫자가 내가 많지 않소.. 자신감 없고 우울하다니... 허허...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지겹도록 했으니... 이제는 나눗셈을 잘하면서 살아가는게죠... 공부 할때 나눗셈이 제일 힘들었으나 똑 떨어지고 남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인생길도 ... 나눔속에...
올 한 해가 그냥 간 것은 아닌듯 멋이 깃든 글입니다.
저는.........언제 부터인가 ....12월이 되면 달력을 보지 않습니다......
월 화 9시 55분만.....ㅎㅎㅎ!
"이 만한 것도" ................암만~고마븐 일이지요......고맙고 말고요...........ㅎㅎㅎ
늘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고 계시는 시각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일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늘 그렇게요..
날씨가 무척 추운 하루였습니다.
그 기록한 것.. 나중에 큰 재산이요.. 우리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