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인천 구월동의 인천시청 인근 모델하우스. 지난해 10월 개관 때 방문객들을 위해 만들어 둔 카페테리아 자리는 간이사무실로 바뀌었다. 165㎡의 사무실에는 300개 가량의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250여명이 계속 전화기를 잡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텔레마케터(전화로 물건을 파는 사람)처럼 계약자를 끌어들이는 벌떼영업맨들”이라며 “이들에게 수수료를 주면 회사 이익이 줄어들지만 빨리 미분양을 털어내려면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제도 종료가 다음달 11일로 다가오자 아파트 분양 현장이 바짝 달아올랐다. 미분양은 쌓여있으나 찾아오는 손님이 줄어들자 파격적인 마케팅을 쓰는가 하면 고객을 끌기 위한 미끼를 마구 던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 부장은 "D데이(2월11일)까지 80% 이상 팔지 못하면 사표를 쓴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안그래도 미분양 처분이 어려운 데 세제 혜택이 없어지면 더 이상 팔기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기한내 무조건 팔아라”
벌떼 영업은 인천 영종하늘도시와 파주 교하신도시에 미분양이 많은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쓰고 있다. 모델하우스에 100명 이상의 영업맨들이 전화를 통해 지인들을 공략하고 있다. 한 영업맨은 "최근 한달 동안 5건을 계약해 6000만원 정도 벌었다"고 말했다. 이 방식은 경기도 고양시에서 신동아건설이 처음 도입해 50%였던 계약률을 두달 만에 90%로 끌어올렸을 정도로 재미를 봤다. 현대건설은 최근 일부 분양현장에 권유마케팅이라고 불리는 MGM(고객연결:Members Get Members)시스템을 쓰고 있다. 기존 계약자가 새 계약자를 소개하면 사례비를 주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영업도 병행하고 있다. 데려온 고객이 계약하면 중개업자에게 건당 1000만원 안팎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일부 업체는 직원들에게 미분양 물량을 떠넘기기도 한다. A건설은 지난해말 분양한 아파트가 잘 팔리지 않자 최근 분양물량의 15%를 직원과 협력업체에 팔았다. 한 직원은 "입주 때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면 회사가 되사준다는 조건이어서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이 회사 임원은 “양도세 감면 기한 내 무조건 처분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이런 방법까지 쓰게 됐다”고 토로했다.
계약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경기도 용인 공세동 대주피오레의 경우 2006년 분양가에서 15% 깎아 분양 중이다. 미분양이 심각한 지방에서 선보였던 잔금 유예도 수도권으로 북상했다. 계약자들이 분양대금 잔금을 입주 2~3년 뒤에 내는 방식이다. 일산 가좌지구 한화 꿈에그린 등이 이런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화건설 마케팅팀 조익남 팀장은 “전셋값 정도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발코니 무료확장이나 시스템 에어컨 무료설치 등의 혜택은 수도권 대부분의 미분양아파트에서 내걸고 있다. 현대건설은 인천 검단힐스테이트4차 계약자 중 추첨을 통해 다음달 11일 기아자동차의 K7자동차를 줄 예정이다.
계약자 덕보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알짜 아파트를 좋은 조건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용인 대주피오레 단지를 시행하고 있는 지에스건설 박영석 대표는 "분양가 할인에다 중도금무이자·잔금 유예, 그리고 4000만원 상당의 승용차 제공 등을 합치면 계약자는 분양가의 75%선에 집을 사는 셈"이라며 “회사 이익은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말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 “수도권 미분양 적체는 양도세 한시 면제 기한에 쫓겨 건설사들이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낸 데 따른 현상”이라며 “실수요자라면 양도세 감면 혜택도 받고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는 요즘이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심할 필요는 있다. 벌떼 영업 현장에는 단기투자 목적의 투자자들이 몰린다. 따라서 입주 전에 되팔려는 물량이 쏟아져 나와 가격 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수수료를 받고 영업하는 사람들은 건설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계약 후 웃돈을 붙여 팔면 되고 웃돈이 안붙으면 건설사가 책임진다”는 식으로 수요자들을 끌기도 한다. 개발 재료 등을 지어내는 경우도 있으므로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