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님달, 초닷새, 쇠날.
꽃들이 그 춥던 땅에서도 피어날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는 계절,
그래도 요 몇 해는 꽃을 즐길 자격을 갖고 누리고 있으니
부끄럽지는 않은 것이
꽃이 피기 전에 틈날 때마다
그렇게 꽃 피울 준비를 하는 풀과 나무들을
충분하지는 않으나 할 수 있는 만큼 응원하고 지냈으니
그 꽃들의 모든 과정에 어느 정도는
‘함께’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겁니다.
그제는 비록 조심스럽다고 할 정도로
가만가만 비가 내렸는데
새벽부터 시작해서 해 저물 때까지 그렇게 내렸고
피어난 꽃들은 속절없이 다 젖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꽃이 비를 원망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돌아다니며 보고 또 보았습니다.
그동안 우리 ‘충북사회문제연구소’에서 진행한 두 교실이
어렵게 마무리되었는데
그 하나는 ‘존재의 진실을 찾아가는 인문학당’이었고
다른 하나는 성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길에 도움을 주고 싶어 진행한
‘이야기 성서’였습니다.
아직 진행하고 있는 교실로 곧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또 하나의 교실로
성서 이야기를 좀 더 꼼꼼하게 펼친다고 시작한
‘성서학당’도 있고
한 주씩 걸러가며 모이는 ‘화요일 낮 명상 모임’과
매주 화요일 저녁에 있는 ‘명상 모임’,
‘충북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와 함께 진행하는
‘도덕경 공부와 동경대전 함께 읽기’ 모임까지,
그동안 참으로 많은 말을 쏟아내며 살았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그것들 중 최근에 마친 ‘이야기 성서’를 살펴보는 동안
처음에는 ‘엉성하고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어
곳곳에 손질해야 할 것투성이이고
그걸 손질하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는 사이 눈이 열려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것이 단지 어려운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보였고
도대체 숨을 곳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저 저질러놓은 일을
어찌 수습해야 할지 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아인슈타인이 선생들을 답답하게 한 일이 있었다는데
무슨 말을 하기에 앞서 먼저 입을 우물거리는 습관 때문이고
사실은 그것이 아인슈타인의 조심성이라는 것을
그 선생들이 몰라서 ‘단지 답답하게’ 여겼다는 사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할 말을
미리 입안에서 한 번 굴려본 다음 말을 꺼내는 것을
어디서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닌데
어려서부터 그걸 할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좀 더 말에 신중해야겠다는 생각,
어느 자리에서든 말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생각하고, 조심에 또 조심을 거듭한 다음
말을 꺼내고,
그렇게 꺼낸 말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길지 않게 말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일단은 저질러놓은 저 ‘인문학당’과 ‘이야기 성서’를
꼼꼼하게 살피며 손질해야 할 숙제가 남았다는 것,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져 풀이 죽은 어제 하루였는데,
닥친 일이니 안 할 수 없으니
또 꼼지락거리며 천천히 손질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조금씩 가벼워지는 어깨의 짐을 느끼며
아무튼 좀 더 신중해야 할 말과
그보다 더 조심스러워야 할 삶,
또 앞으로 나아가 볼 참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