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비가 추적거린다.
7일 토요일엔 무등산 정상을 개방한다는데 비가 내리고
동기의 결혼식 피로연도 있어 무등산행을 포기한다.
버스를 타고 차가 밀려 시간이 지나 피로연장에 가
혼주에게 인사하고 동기들 몇과 앉아 점심을 먹는다.
민철 친구는 소주를 가져오고, 효례 교감은 안주를 가져온다.
옆 상에서 정종이 후배가 직원 결혼식에 왔다고 인사한다.
빗속에 버스를 다시 타고 돌아와 잠자다 알라딘 서점에 가서
책 몇 권을 산다. 남광주 시장에서 과일을 검은 봉다리에 담고 장미 몇 송이는 바보가 산다.
세달 남짓에 수술을 세번이나 하신 충호형님 병실에 들러 일어나시지도 못하는 형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웅치 첫 제자들이 떼로 몰려 있다가 자리를 비켜준다.
민주도 오랜만에 본다.
고흥식당에서 장어탕을 먹는데 시큼하다 하니 다시 끓여 준다.
빗속의 광주극장 앞에선 차가 밀린다.
스웨덴 영화제 개막식이 있다.
그 나라 대사와 광주극장 회장이 참석한다 하니 광주극장에 관심을 갖는
문화예술인도 오나보다.
대사 대신에 홍보국장이라는 여성이 대사의 인사말을 읽고
광주극장 할머니 김기리 회장은 카랑한 목소리로 축사를 한다.
'스톡홀름 스토리'를 보고 나와 아랫마을에 들러 순대와 맥주를 사 와 집에서
건전하게 마신다.
일요일에도 비가 그치지 않는다.
원광대 한방병원 주변의 나무들이 단풍 들고 그 위로 하얀 구름에 가렸다.
집안 일로 바쁜 바보를 두고 혼자 느리게 나선다.
산행 명상이라고는 못해도 숨이 가빠오면 더 느리게 걷자고 다짐하며 오른다.
걸음과 호흡을 세며 천천히 오른다.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 간다.
난 얼마나 오만하게 저 사람들을 앞쳐 내닫곤 했던가?
구름 쌓인 소나무들을 본다.
구도는 모른다.
배병우 선생의 소나무 보기 흉내를 내 본다.
정상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린다.
젊은이 두 사람이 장을 봐 온 짐을 풀고 있고 가운데에
검은 돌 금당산 표지석을 놓고 있다.
어디 청년회의소라는 글씨가 보인다.
수고했다고 하며 최근 정상석이 자연석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한다.
고생하는 그들에게 예의가 아닌 듯하며
비석같은 정상석을 자연석으로 바꾸는데 하나의 관점일 뿐이라고 말하고 지난다.
젊은이들이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고 동의해 주지만
그들의 수고를 괜히 깎아내린 듯해 미안하다.
오는 길도 서서히 돌아온다.
300여미터의 산높이에 구름이 덮혀 도시가 보이지 않는다.
단풍과 구름 속 소나무들을 보고 서서히 집으로 돌아오니
바보는 너무 늦어 무슨 일 있느냐고 전화하려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