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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볼테르의 희곡 <탄크레드>
대본 가에타노 로시
초연 1813년 2월 16일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배경 1005년 도시국가 시라쿠사(시칠리아)
<2024년 브레겐츠 실내극장 / 158분 / 한글자막>
빈 심포니 & 프라하필 합창단 연주 / 린 이첸 지휘 / 얀 필립 글로거 연출
탄크레디.....시라코사에서 추방당한 귀족.....안나 고랴초바(메조소프라노)
아메나이데.....탄크레디의 연인.....멜리사 프티(소프라노)
아르지리오.....아메나이데의 아버지.....안토니오 지라구사(테너)
오르바차노.....안드레아스 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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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로시니 <탄크레디>, 2024 브레겐츠
젊은 로시니를 스타로 만든 첫 대작, 브레겐츠의 혁신적 연출로 환골탈태하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야외뿐 아니라 실내극장도 있다. 대중적이고 스펙터클한 야외공연과 달리 실내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진 명작을 실험적 연출로 올린다. 2024~25년은 로시니 초기 걸작 <탄크레디>(1813)였다. 11세기 초 시칠리아의 시라쿠사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이 초연되었을 때 로시니는 만 21세도 되지 않았지만 부파에 이어 세리아에서도 대가임을 입증했다. 특히 1막에 나오는 'Di tanti palpiti(이렇게 설레다니)'는 모든 사람이 읊조릴 정도였다.
연출자 얀 필립 글로거는 배경을 남미의 마약 카르텔 세계로 바꾸고, 영웅 탄크레디를 알토 혹은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점에 착안해 두 연인의 사랑을 폭력적 현실 속의 레즈비언 관계로 해석했다. 이 오페라는 해피엔딩(초연판)과 새드엔딩(개정판)의 상이한 판본이 있는데 연출자의 선택은 당연히 비극이다.
볼테르 원작인 <탄크레디>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005년의 시칠리아 시라쿠사. 탄크레디는 추방당한 귀족이자 용감한 기사로, 연인 아메나이데와 재회하기 위해 고향에 몰래 돌아온다. 그러나 아메나이데는 적(사라센)에게 내통 편지를 보냈다는 오해를 받아 연인은 물론 부친 아르지리오와도 갈등하게 된다. 결국 탄크레디가 아메나이데의 명예를 위한 결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그 편지는 탄크레디에게 보내는 것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진다. 마지막 장면은 오페라 세리아의 전통에 따른 갑작스런 해피엔딩과 볼테르의 원작에 가까운 새드엔딩으로 나뉜다. 해피엔딩에 의한 결말이 좀 더 일반적이지만 본 공연처럼 새드엔딩으로 끝내기도 한다.
18세기 이탈리아 오페라 세리아에서는 영웅 역을 대부분 거세한 남성가수 카스트라토가 노래했다. 19세기 초로 넘어오면 좋은 카스트라토들이 사라져 영웅 역은 테너 혹은 남장한 콘트랄토(알토)가 맡게 된다. <탄크레디>의 경우는 콘트랄토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 전환기를 거쳐 1830년대 이후에야 '남성 주역은 테너'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이다. 연출자 얀 필립 글로거는 탄크레디를 남성 영웅이 아니라 남자처럼 강한 성격과 육체를 가진 여걸형 여성으로 해석했다. 겉으로는 남자처럼 하고 다니지만 실제로 여성이라는 점을 몇몇 장면에서 분명히 드러냈다. 마지막의 비극적 죽음 장면에서도 그렇다.
공연의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 안나 고랴초바(탄크레디)와 멜리사 프티(아메나이데)의 아름다운 하모니는 극의 흐름을 잘 이끌었고, 특히 고랴초바의 아름다우면서도 단단한 존재감은 특유의 풍성한 음색과 탄탄한 기교 속에 빛난다. 로시니 전문테너 안토니노 지라구사의 코맹맹이 섞인 날카로운 음색은 통렬함을 불어넣고, 중국의 여성 지휘자 린이첸과 빈 심포니는 몇 차례나 교향악처럼 풍성한 음향을 선사했다.
=== 작품해설 === <다음클래식백과 / 이은진 글>
탄크레디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
로시니가 1813년에 완성한 오페라 세리아로, 2막 구성의 영웅적 멜로드라마이다. 베네치아의 페니체 극장을 위해 작곡한 이 작품은 영웅적 주인공인 탄크레디 역을 콜로라투라 메조소프라노 혹은 콘트랄토가 맡는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원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나 로시니는 수정을 가해 원작처럼 비극으로 마무리하였다. 오늘날에는 주로 수정된 버전이 연주된다.
한 달 만에 완성한 오페라
로시니가 1813년에 완성한 오페라 세리아 〈탄크레디〉는 2막으로 구성된 영웅적 멜로드라마(melodrama heroico)이다. 1812년 말, 오페라 〈도둑의 기회〉 초연을 위해 베네치아에 머무르던 로시니에게 페니체 극장은 다음 시즌을 위한 작품을 의뢰했다. 오페라의 주제와 대본작가는 이미 극장 측에서 결정해둔 상태였다. 극장 측은 볼테르의 희곡 《탄크레드》(Tancrède)를 바탕으로 가에타노 로시에게 대본을, 그리고 로시니에게 음악을 의뢰한 것이다. 이미 〈결혼 어음〉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로시의 대본을 기반으로, 로시니는 겨우 한 달 만에 오페라를 완성했다. 이렇게 완성된 〈탄크레디〉는 초연 직후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로시니는 이탈리아의 주도적 오페라 작곡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로시니의 가장 순수하고 진지한 오페라
오페라 〈탄크레디〉는 익살스러운 희극을 작곡해온 로시니의 전작들과는 달리 그의 진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로시니는 11세기 시칠리아의 피비린내 나는 반목을 그린 볼테르의 원작을 해피엔딩으로 끝냈지만, 이후 원작을 되살려 비극으로 마무리되도록 수정했다. 당대의 청중들은 해피엔딩을 더 선호했지만 로시니는 수정판을 완성된 판본으로 간주했다. 이 수정판은 1976년에야 발견되었고, 이후의 연주들은 주로 이 수정판으로 이루어진다.
로시니는 극적인 레치타티보를 통해 서사를 진행시키는 한편, 아름답고 매혹적인 아리아와 이중창으로 청중을 매료시킨다. 로시니의 전기를 처음으로 집필한 대문호 스탕달은 이 작품에 대해 “로시니의 가장 순수하고 기품 있는 오페라”라고 극찬했다. 로시니는 과장된 표현을 배제하고 모차르트로부터 물려받은 고전주의적 드라마투르기(Dramaturgie)를 탁월하게 구현하고 있다. 특히 로시니 특유의 서곡양식을 보여주는 〈탄크레디〉의 서곡은 이전에 발표한 오페라 〈시금석〉에서 가져온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었고, 현재까지도 콘서트용 기악레퍼토리로 사랑받고 있다.
가장 파격적인 주인공
〈탄크레디〉의 가장 파격적인 점은 영웅적 주인공인 탄크레디 역을 여성가수가 연기한다는 점이다. 물론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에서는 영웅적인 주인공을 카스트라토가 연기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그러나 로시니는 그가 흠모했던 모차르트와 마찬가지로 카스트라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동시에 그는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에 대한 향수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바로크 시대 오페라 세리아의 전통을 좇아 주인공의 음역을 높게 설정하면서도, 카스트라토 대신 콜로라투라 메조소프라노 혹은 콘트랄토를 기용함으로써 자신의 이상을 구현하려 했다. 또한 고난도의 기교와 화려한 장식음을 통해 바로크 시대 카스트라토의 창법을 탁월하게 재현하고 있다.
1막
아르지리오의 성에 모인 기사와 군중들이 평화의 시대가 온 것을 기뻐하는 노래를 부르며 막이 오른다. 시라쿠사 왕 아르지리오는 적장 오르바차노와 화의를 맺고 자신의 딸 아메나이데와 결혼시키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아메나이데는 반역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추방당한 왕자 탄크레디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아메나이데는 하루만 결혼식을 연기해달라고 간청하고, 시녀인 이사우라는 아메나이데의 편지를 탄크레디에게 보낸다. 한편,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탄크레디는 사랑하는 아메나이데와 만날 생각으로 기쁨에 찬 아리아를 부른다.
한편, 아르지리오는 탄크레디가 나타나는 즉시 처형할 것이라고 윽박지르며 아메나이데에게 결혼을 강요한다. 아르지리오가 떠난 뒤 탄크레디가 등장하자 당황한 아메나이데는 탄크레디를 구하기 위해 냉담한 태도를 취하며 이별을 고한다. 탄크레디는 아메나이데의 태도에 절망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아르지리오를 찾아가 사라센과의 전쟁에 자신도 참전하겠다고 말한다. 한편 아메나이데가 결혼을 거부하자 분개한 오르바차노는 아메나이데가 탄크레디에게 쓴 편지를 반역의 증거로 제시한다. 그녀는 탄크레디를 위해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감옥에 갇히고, 탄크레디는 아메나이데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오해한다.
2막
오르바차노는 아메나이데의 사형집행동의서에 서명하라고 아르지리오를 몰아세우고, 아르지리오는 고뇌 끝에 서명한다. 감옥에 갇힌 아메나이데는 운명을 탄식하며 탄크레디가 자기의 결백을 알게 되기를 기도한다. 여전히 아메나이데를 의심하는 탄크레디는 이 땅에는 미련이 없다면서 다시 떠나려 하고, 이사우라는 탄크레디의 친구 로지에로에게 아메나이데의 결백을 말한다. 한편 탄크레디는 아르지리오를 찾아가 아메나이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하고, 결국 오르바차노와의 결투에서 승리를 거두며 아메나이데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 탄크레디는 아르지리오의 해명에 드디어 아메나이데의 결백을 알게 되지만, 이미 결투에서 치명상을 입은 그는 사랑하는 아메나이데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다.
1막 탄크레디의 아리아 ‘이처럼 설레는 가슴’(Di tanti palpiti)
탄크레디는 간결한 카바티나를 부른 뒤 평온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발레타 ‘이처럼 설레는 가슴’을 부른다. 이 카발레타는 초연 당시 탄크레디 역을 맡은 가수가 단순한 카바티나에 대해 불평하자 그녀를 달래기 위해 급히 작곡한 노래로, 로시니 스스로 “쌀로 밥 짓는 것보다 더 짧은 시간에 작곡했다”라고 하여 ‘라이스 아리아’라고도 불린다. 우아하고 감미롭게 시작된 이 아리아는 유려하면서도 고난도의 기교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카덴차를 선보임으로써 가수와 청중을 모두 만족시켰다. 이 선율은 파가니니와 바그너에게도 큰 감명을 주었고, 실제로 바그너는 자신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3막에서 이 선율을 인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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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2012.12.28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클래식 명곡 명연주
로시니, 탄크레디
로시니, 하면 누구에게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희극 오페라의 최고 걸작인 [세비야의 이발사]입니다. 그 뒤를 잇는 [신데렐라(La Cenerentola)]도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도 모두 희극이죠. 뿐만 아니라 작품보다는 서곡이 유명한 [비단사다리] 같은 초기 걸작도 역시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하는 소극(笑劇, farsa)입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는 '오페라 부파(opera buffa: 18-19세기 전반 이탈리아의 희극 오페라 형식)'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알려졌고, 진지한 내용의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도 다수 작곡했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로시니 오페라 중 마지막 걸작인 [빌헬름 텔]의 장엄하고 박진감 넘치는 서곡을 떠올려본다면 그가 오로지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서 태어났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겠지요. 아들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쏘아 맞춰야 했던, 스위스의 전설적인 독립투사 빌헬름 텔의 이야기가 단순한 희극일 리는 없으니까요.
로시니 20대 초반의 소극들 사이에 탄생한 1813년작 [탄크레디](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초연) 말고도, [이집트의 모세](1818), [오텔로](1818), [에르미온](1819), [마호메트](1820), [첼미라](1822), [세미라미데](1823) 등 로시니는 부파 못지않은 다수의 세리아들을 작곡했습니다. 세리아란 반드시 비극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 '정가극'이라고 번역되었던 세리아는 부파와는 달리 진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결말은 비극인 경우도 있고 해피엔딩인 경우도 있습니다. 19세기 전반에 활동한 로시니는 이 세리아라는 장르의 '마지막 세대'이며, [탄크레디]는 이 장르의 마지막 발전단계라고 할 수 있죠.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 볼테르의 원작 [탕크레드]를 토대로 해 가에타노 로시가 대본을 쓴 로시니의 [탄크레디] 주인공은 11세기 시칠리아 시라쿠사 왕자 탄크레디입니다. 유럽사의 실존 인물로 1차 십자군 원정 때 소수정예를 이끌고 예루살렘을 탈환했다는 용장 탄크레디는 토르콰토 타소의 시와 니콜라 푸생의 회화를 비롯해 수많은 예술작품에 등장합니다.
국제적인 히트곡, '이처럼 설레는 가슴'
1막에서 시라쿠사의 왕 아르지리오(테너)는 내전에서 맞서 싸우던 적장 오르바차노(베이스)와 화의를 맺고 그 증표로 오르바차노가 흠모하는 자신의 딸 아메나이데(소프라노) 공주를 아내로 주기로 약속합니다. 사위와 힘을 합해 사라센 군에 대적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아메나이데는 조국의 반역자로 오해를 받고 있는 시라쿠사 선왕의 아들 탄크레디(알토 또는 메조소프라노)를 은밀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오늘 당장 오르바차노와 결혼식을 올리라는 아버지에게 아메나이데는 하루만 식을 늦추어 달라고 간청하죠. 아메나이데의 친구이자 시녀인 이사우라(메조소프라노)는 아메나이데의 편지를 탄크레디에게 보내도록 했다고 알려줍니다.
한편, 오랜만에 고향 시라쿠사로 돌아온 탄크레디는 사랑하는 아메나이데를 재회할 기쁨을 노래합니다. 초연 이후 국제적인 히트곡이 된 아리아 ‘이처럼 설레는 가슴 (Di tanti palpiti)’입니다. 이 노래는 파가니니나 바그너에게도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버지 아르지리오는 '탄크레디가 이곳에 나타나면 바로 처형될 것'이라고 아메나이데에게 말하죠. 그리고 딸에게 당장 오르바차노와 결혼할 것을 종용하는데요. 아버지가 떠나자 탄크레디가 나타납니다. 당황한 아메나이데는 재회를 기뻐하면서도, 탄크레디에게 어서 피신하라고 당부합니다.
탄크레디는 아르지리오 왕 앞에 나타나 신분을 감춘 채, 자신도 기사로서 사라센에 맞서 싸우겠다고 지원합니다. 한편 아메나이데가 결혼을 거부하자 오르바차노는 크게 분개하며, 아메나이데의 편지를 사람들 앞에 반역의 증거로 제시합니다. 아메나이데가 사라센 왕과 내통해 시라쿠사를 팔아넘기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 편지는 물론 아메나이데가 탄크레디에게 보내는 편지였지만, 그녀는 탄크레디를 죽이게 될까봐 변명도 할 수 없는 난처한 처지에 놓입니다. 결국 아메나이데는 반역자로 감옥에 갇히게 되고, 탄크레디까지도 그녀가 사라센 왕을 사랑하고 있었다고 오해해 절망에 빠집니다.
2막이 시작되면 오르바차노는 아메나이데의 사형집행동의서에 서명하라고 아르지리오를 몰아 세웁니다. 왕은 딸에 대한 애정과 국가에 대한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마침내 서명합니다.
감옥에 갇힌 아메나이데는 운명을 탄식하며, 탄크레디가 언젠가는 자기의 결백함을 알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때 탄크레디가 나타나 여전히 신분을 감춘 채 기사로서 아메나이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합니다. 딸을 살리고 싶은 왕은 감동하여 이름을 묻지만 탄크레디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탄크레디는 결투에서 오르바차노를 죽이고 아메나이데의 목숨을 구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메나이데를 의심하는 탄크레디는 이 땅에는 미련이 없다면서 다시 떠나가려 합니다. 아메나이데가 오해를 풀려고 애쓰지만 탄크레디는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지요. 이사우라는 탄크레디의 친구 로제로에게 아메나이데가 결백하다고 얘기합니다.
연인의 배신에 절망한 탄크레디는 기사들의 요청에 전쟁터에 나가기로 합니다. 아르지리오와 아메나이드가 나타나지만 여전히 탄크레디는 아메나이드의 말을 신뢰하지 않고 전쟁터에서 죽겠다고 결심하죠. 탄크레디는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지만 치명상을 입고 돌아옵니다. 아르지리오의 해명에 드디어 자신의 오해를 깨닫게 된 탄크레디는 아메나이드의 손을 잡고 결혼을 약속하지만, 곧 숨을 거두고 맙니다. (버전에 따라서는, 두 사람이 행복하게 결혼하는 해피엔딩으로 바뀝니다)
카스트라토 대신 콜로라투라 메조소프라노 주인공
용감한 기사 탄크레디 역이 테너나 바리톤이 아니라 여성 가수가 부르는 '바지 역(trouser role)'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죠? 바로크 시대 카스트라토(Castrato: 여성 고음역을 낼 수 있도록 거세한 남성 성악가) 전통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헨델의 [줄리오 체자레(줄리어스 시저)], [리날도], [세르세]의 타이틀롤은 모두 가장 용맹하고 남성적인 주인공들임에도 불구하고 카스트라토 가수의 역할이었죠.
모차르트와 마찬가지로 로시니도 카스트라토를 그리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에서였죠. 로시니는 카스트라토 시대에 대한 일종의 향수를 지니고 있긴 했지만 실제로 자신의 오페라 주인공으로 카스트라토를 기용한 경우는 1813년작 [팔미라의 아우렐리아노] 한 편뿐이었습니다. [탄크레디]가 바로크 시대에 발전한 '오페라 세리아'의 전통을 잇는 작품인 만큼 남자 주인공의 음역이 높아야겠지만 카스트라토를 쓰기는 싫었기 때문에, 로시니는 콜로라투라 메조소프라노인 여성 가수를 탄크레디 역으로 정했답니다. 그래서 아리아에 담긴 장식음 테크닉은 카스트라토를 위한 노래들 못지않게 화려하고 고난도입니다.
[적과 흑]의 작가 스탕달은 최초의 로시니 전기인 [로시니의 생애]에서 [탄크레디]를 가장 순수하고 기품 있는 오페라라고 극찬했습니다. "탄크레디의 음악에서 무엇보다도 두드러지는 것은 그 '젊음'이다. 모든 것이 단순하고 순수하다. 과장이 전혀 없다. 이것이 바로 로시니의 천진난만한 천재성이다." 로시니가 모차르트에게서 물려받은 고전주의 패러다임입니다. 로시니의 세리아 음악들은 사실 부파의 음악과 그리 큰 차이가 없죠. '음악은 비극적 정서와 즐거운 정서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요, 워낙 화려한 콜로라투라 기교가 등장하다 보니 음악만 들으면 슬픈 내용인지 기쁜 내용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루키노 비스콘티를 잘 아시는 독자라면 '탄크레디'라는 이름에서 곧장 186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비스콘티의 회화적인 영화 [레오파드]를 떠올리실 겁니다. 알랭 들롱이 연기한 주인공 탄크레디 말입니다. 시칠리아 산 '네로 다볼라' 품종의 와인 '탄크레디'의 이름도 이 영화 주인공에게서 따왔다고 합니다.
추천음반 및 DVD
- 탄크레디 – 아메나이데 - 아르지리오 순
[음반]베셀리나 카사로바/에바 메이/라몬 바르가스 등, 로베르토 아바도 지휘, 뮌헨 방송오케스트라 및 바이에른 방송합창단, 1999년
[음반]에바 포들레스, 조수미, 스탠포드 올슨 등, 알베르토 체다 지휘, 콜레기움 인스트루멘탈레 브루겐스 및 브루겐스 합창단
[DVD]베르나데트 만카 디 니사/마리아 바요/라울 히메네스 등, 잔루이지 젤메티 지휘, 시투트가르트 라디오심포니오케스트라 및 시투트가르트 방송합창단, 피에르 루이지 피치 연출, 1992년 슈베칭엔 페스티벌 실황
[DVD]다니엘라 바르첼로나/다리나 타코바/라울 히메네스 등, 리카르도 프리차 지휘, 피렌체5월음악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피에르 루이지 피치 연출, 2005년 피렌체 5월 음악제 극장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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