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詠梅)
매화를 읊다
정도전(鄭道傳, 1342~1398)
고요한 밤에 눈은 막 그쳤고
맑은 달이 하늘 반쯤 기울었다
애간장 끊어질라! 남녘 나그네
시를 읊조리며 홀로 잠 못 이룬다
夜靜雪初霽(야정설초제)
淡月橫半天(담월횡반천)
腸斷江南客(장단강남객)
哦詩獨不眠(아시독불면)
제목이 <영매(詠梅)>인 이 시에는 매화가 없다. 정도전은 자신을 매화라 생각했나
보다. 매화를 남녘 나그네로 표현한 은유가 절묘하다. 정도전은 실제로 매화 같
은 삶을 산 풍운아였다. 그는 고려 말기 유학을 바탕으로 한 신진 세력의 일원
으로 이성계와 손잡고 조선을 건국한 후 나라의 기틀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절
대왕정이 아닌 유학자를 중심으로 한 신권(臣權)정치를 꿈꾸었다가 건국의 동지
인 태종 이방원에게 참살당했다. 정도전은 그의 나이 34세와 50세 때 두 번에
걸쳐 전남 나주로 귀양을 갔다. 개성과 한양에서 주로 살았던 그가 남녘 나그네
가 된 것은 귀양 갔을 때였으니 이 시는 그 시절에 지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작가소개]
정-도전 鄭道傳
고려 말기ㆍ조선 전기의 문인ㆍ학자(1342~1398). 자는 종지(宗之). 호는 삼봉(三峯). 이색의 문인으로, 조선 개국 일등 공신이 되었으며 성리학을 지도 이념으로 내세워 불교를 배척하였다. 전략, 외교, 법제, 행정에 밝았으며 시와 문장에 뛰어나 ≪고려사≫ 37권을 개수하고, <납씨가>, <신도가> 따위의 악장을 지었다. 저서에 ≪조선경국전≫, ≪경제문감≫과 문집 ≪삼봉집≫ 따위가 있다.
첫댓글 시 속에 중심소재를 나타내지 않고 암유하니 참 절묘하네요
스스로를 매화라 지칭한 그 단심의 충정심이 감동을 주네요.
참으로 좋은 글 신선한 시적 영감을 배우고 이 글을 모셔갑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주신 이광녕 선생님
감사합니다.
늘 건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