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아저씨는 어리다는 기분을 몇살로 생각하세요?
저는 15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우리집 식구들은 20살이라고 생각하나봐요.
저만 보면 어린애니, 꼬마니, 아동이니 하면서 제가 하는것을 또,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해요.
저는 저보고 왜 어리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열살하고 다섯살 더하기 두살이나 되는데.
특히 식구중 제가 어리다고 강조하는 사람은 막내 언니예요.
무슨말을 하다가 대답을 못하면 "어린애는 몰라도 돼!" "쪼그만게 별걸 다물어!" 하면서, 꿀밤만 때려요.
(아마 태어나서 지금까지 막내언니한테 꿈밤 먹은 수를 세어보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올거예요)
신경질나 죽겠어요. 막내 언니는 겨우 21살 밖에 안됐으면서 말이예요.
차라리 큰언니, 아니 셋째 언니가 저보고 어리다고 하면 저는 그냥 아무런 말없이 받아 들였을 꺼예요.
근데 큰언니보다 9살이 적고, 셋째 언니보다도 3살이나 적은 막내 언니가 왜 저보고 어린애라고 해요.
(그리고, 셋째 언니한테는 막내언니랑 나랑은 항상 같은 세대로 취급 받으면서...)
아저씨.
오늘 막내 언니 흉보는 김에 더 흉볼래요. 제 담당 의사 선생님은 최과장님이시거든요.
그런데 제 병실에 진찰 오실때 쫄병 의사 선생님이 한분 더 오세요.
(레지던트라고 부르는 것 같았는데...)그 아저씨는 참 재미 있어요.
저한테 오목 두는 것도 가르쳐 주셨고,전자 오락하는 것도 가르쳐 주셨어요.
근데요, 막내 언니가요, 그 아저씨만 보면 이상해져요.
가만히 있다가, 또는 저랑 투닥거리고 싸우다가도 그 아저씨만 들어오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소리도 얌전해지고,
저랑 금방 싸우면서 무섭게 노려보던 눈은 어느새 엄마보다도 더 고와져요.
저랑 있을때랑 그렇게 다를 수가 있어요?
그래서,제가 "미 언니, 왜 그래?" 하면 "뭘?" 하고 시피미를 뚝! 떼요. 얼마나 얄미운데요.
정말 아저씨가 막내 언니를 못보는것이 안타까울 뿐이예요.
아저씨, 제가 생각하기에는 막내 언니가 그 아저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니들한테 물어 봤거든요.
근데, 둘째 언니는 웃기만 하고, 셋째 언니는 들은척도 안하고, 큰 언니는
"희가 참견할 일이 아닌거 같은데?" 하고 해요.
이번에는 형부한테 물어볼 참이예요.
온 집안 식구들한테 다 말한다고, 나중에 막내 언니가 알면 펄쩍펄쩍 뛰고,저랑 또 한바탕 싸우겠지만, 저는 막내 언니가
왜 그런지 식구들한테 다 물어보고, 결론을 내리고 싶은걸 어떡해요.
약간 심술 맞은것 같죠?
제가 생각해조 쬐금 심술 궂은것 같거든요.
이래서 식구들이 저보고 심술 맞다고들 하나봐요.
아저씨 안녕!
P.S
1. 오늘 옆병실에 환자가 바뀌었어요.
있던 환자는 퇴원하고 아래층에서 새 환자가 올라왔어요.
조그만 남자아인데, 교통사고로 입원했데요.
그런데, 그 꼬마가 저는 맘에 들었어요.
왜냐하면 저보고 "누나, 참 이쁘다" 라고 했거든요.
저는 대체로 예쁘다는 말에 약해요.
그래서, 그 꼬마랑 초컬릿을 주고 받으면서 친구가 되기로 했어요.
얼마 안있으면 그 꼬마도 퇴원하겠지만 말이예요.
2. 아저씨, 저 병원에서 도망갈것예요.
그래서, 요즘 계획을 세우는 중이예요.
답답해서 도저히 견디지를 못하겠어요.
3. 편지를 부치려다가 형부한테 막내언니 얘기 물어본 것을 말해 드릴려고 다시 편지 봉투를 열었어요.
형부는 제말을 듣고서는 "셋째 처제가 벌써 나이가 그렇게 되었나?" 하잖아요.
무슨뜻인지 모르겠어요.
무슨말이냐고 물어볼려다가 막내 언니처럼 "어린애는 몰라도 돼!" 할것 같아서 그만 두었는데 지금 무슨뜻인지 궁금해요.
지금 형부가 물뜨러 갔거든요.
형부가 물 떠서 갖고 오면 무슨 뜻인지 물어 볼 거예요.
아니면 물어보지 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