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식당 신형♧
설악산 정기 굽이굽이 서리고 소양강 처녀의 사랑 이야기 고이고이
간직한 사알짝 언덕배기 강원도 인제 남전골 산촌식당!!
뽀오얀 햇살 찬란히 피어오른 텃밭 가상이 오가피 산더덕 잔대 오미
자 그윽한 내음 흘리고 앞뒷메 지천으로 맺힌 솔꽃 그리워 멧새 꾀꼬
리 산비둘기 날아와 다정히 속삭인다.
올곧은 강원도 사나이 산촌식당 주인장 신형!
멀리 온 나그네께 화사한 낯빛 밝히며 해후한 기쁨 못 이겨 달려오고
주방의 인자한 안주인은 안경 너머로 호수같은 미소 날린다.
산벗님 인생 걸쭉히 솟는 매기 메운탕 보글보글 끓어 가슴 설렐 즈음
신형은 메줏물처럼 잘 숙성된 가시오가피주 한 병 살그머니 가져와
술잔 권하면 우리는 산행 우정 사랑 이야기에 취해 심신은 꽃 피는 시
절로 달음박질한다.
황혼의 어스름 뉘엿뉘엿 다가올 무렵 식당을 나서는 산벗과 산수유
알알보다 붉은 정으로 재회를 기약하자 달리는 승용차 앉은 머슴아
들 천금보다 귀한 것을 얻은 양 관자놀이 파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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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십여 년 전부터 원시림을 좋아하는 산벗의 동호회 모임인 <기쁨 주는 산더덕>
님들과 강원도 인제읍 관대리 일대 울창한 삼림으로 1박 2일 약초산행을 가곤 했다.
금수처럼 영롱한 소양호를 병풍처럼 빙 에워 싸는 산맥은 인적이 그리 많지 않아 승
합차로 덜컹대는 비포장 도로 진입해 1시간 가량 쉼 없이 달려 주차한 후 산행 장비
를 갖춰 구슬땀 흘리면서 양지쪽 등성이 따라 산더덕 잔대 산삼 하수오 같은 향초를
찾아 나선다.
큰 욕심 없이 산신령이 베푸는 만큼 배낭에 넣어 인제읍우리의 보금자리에서 숙식하
고 명일 일찍 다시 산에 올라 가볍게 심신을 달랜 다음 2시쯤 하산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남전리 산촌식당으로 향한다.
여기에는 산행할 초창기부터 우리와 인연을 맺은 형이 한 분이 있다. 두 아들이 교육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꿈꾸고 있어 그런지 교사인 우리에게 특별히 잘 대접해
주었다.
약주가 거나해지면 자신도 등산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특유의 강원도 사투리로 정담
을 나누다 애지중지 보관하고 있는 송이주 벌주 오가피주 등과 때로는 자신이 직접
채취한 송이버섯 나물을 가져와 분위기를 띄운다.
그 이후로 형의 정성에 감동한 우리는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갈 때마다 이곳을 들렀
다. 식당에 앉아 있으면 싱싱한 메기를 잔뜩 넣은 매운탕을 끓여오고 맛있는 술을 가
져와서 우리와 인생사에 관해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누구보다 가까운 형 동생
으로 부르는 사이가 되었다. 어떤 때는 집에서 아버님께서 직접 수확한 옥수수를 한
움큼 트렁크에 넣어주는 선행을 베풀기도 한다.
근래 이쪽으로 산행을 자주 가지 않아 얼굴을 마주한지 오래 되었으나 부지불식간 내
마음속 깊이 옹알이 틀고 앉아 존경하는 형으로 남아있다.
희망의 새봄을 기다리는 2월!
화사한 기운 시샘하는 꽃샘추위 귓불 스치는 오늘 왠지 남전리 산촌식당의 시원한 메
기매운탕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