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이유/김현승
고독은 정직하다.
고독은 신을 만들지 않고,
고독은 무한의 누룩으로‘
부풀지 않는다.
고독은 자유다.
고독은 군중 속에 갇히지 않고,
고독은 군중의 술을 마시지도 않는다.
고독은 마침내 목적이다.
고독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고독은 목적 밖의 목적이다.
목적 위의 목적이다.
<시 읽기> 고독한 이유/김현승
오랫동안 고독하다고 울부짖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았다.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같은 일본 소설가를 좋아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은 좋았지만 그의 인격은 세파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르다고 믿었다. 입버릇처럼 고독하다는 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인한 정신, 자기 단련, 맨손 체조라고 생각했다. 아, 그렇게 고독하다고 말하는 이를 폄하했던 나라는 존재는 얼마나 메마른 사람이었던가.
시인은 고독의 신봉자, 고독의 전도사다. 고독은 시인의 반려, 영혼의 은신처다. 김현승 시인은 사람이 오직 고독의 단련 곳에서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고독 속에서는 눈물마저 보석처럼 단단해진다. 어디 그뿐이랴, 순수한 고독 속에서 인간의 명석함이 드러나고, 창의력이 솟구친다. 고독으로 충만한 시간이란 예술가에게 돈 주고 살 수 없는 정금 같은 순간이다. 고독이 없다면 위대한 시도 음악도 나올 수 없다. 고독에서 도망가지 말라. 기꺼이 고독을 그대 곁에 두어라.
―장석주,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포레스트북스, 2024.